아·태 지역 여성 인권피해 극복방안 모색
각종 사회조사를 살펴보면 낙태 등의 인간 생명 훼손 문제를 비롯해 가정폭력과 성폭력, 인신매매, 강제 이주 등 여성들을 향해 가해지는 각종 폭력 행위들은 세계 어느 지역에서보다 아시아 지역 개발도상국에서 심각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세계여성연합회 아시아·태평양 지역 총회는 각국 현황에 따라 세계 평화 구현과 여성에 대한 폭력 근절, 극빈 퇴치 등의 주요 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로 꾸며졌다. 이러한 논의 내용은 지난 2006년 미국 알링톤에서 열린 세계여성연합회 총회에서 결의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아태지역 총회에서는 실질적인 논의와 결의에 앞서 ‘여성의 존엄과 평화에 대한 새로운 도전’, ‘이주가 아시아 가정에 미치는 영향’, ‘여성에 대한 폭력’, ‘생명과 평화를 위한 사랑’ 등을 주제로 한 강연이 이어졌다. 특히 각 주제강연에 따라 마련된 사례발표는 각국에서 여성들이 겪고 있는 인권 유린과 폭행, 경제적 어려움을 공유하는 시간으로 관심을 모았다. 다음은 각 주제강연의 요약 내용이다.
“왜곡된 여성의 존엄 바로잡아야”
◎기조강연 : 여성의 존엄과 평화를 위한 도전
현실적인 역사 안에서 여성은 남성으로부터 끊임없이 차별과 압박과 소외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예수님은 이러한 왜곡된 여성의 존엄을 새롭게 조명하고 하느님을 닮은 고귀한 존재의 차원으로 끌어올리셨다.
예수님은 여성들과의 만남과 사귐을 통해 그들이 받은 차별과 불의에도 불구하고 더 큰 사랑을 통해 이를 극복하는 하느님 나라의 길을 보여주셨다. 예수님은 여성들 안에 태생적으로 갖고 있는 사랑의 역량, 탈렌트를 부각시키고 이를 극대화하도록 초대하신 것이다.
초대 교회부터 여성들은 교회 공동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예수님께서 돌아가신 후 제자들이 다시 모인 것도 수난 과정에서 예수님 곁을 떠나지 않고 지킨 성모 마리아와 여러 여성들의 존재가 있었기에 가능했고, 사도들이 여러 지역에서 복음 선포를 할 수 있었던 것도 교회를 지탱한 여성들이 여럿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여성들은 여전히 마땅한 존경과 품위를 누리지 못하고 수많은 폭력과 불의와 억압으로 희생을 강요당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 지역 여성들이 겪는 차별과 불의는 대단히 광범위하고 심각한 상황에 있다.
미래의 세대들에게 전쟁을 거부하고 평화를 지키도록 가르치고 양성하는 일은 가정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이러한 것은 아버지보다 어머니에게서 더 많이 배울 수 있다. 나는 평화를 위하여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훨씬 더 많은 공헌을 할 수 있다고 단언한다.
강우일 주교(한국 주교회의 의장)
“이민 가정에 대해 개방성 갖자”
◎주제강연 1 : 아시아 가정에 미치는 이주의 사회적 영향
현대 이주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여성의 비율이 높다는 것이다. 2005년 국제가톨릭이민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국제 이민 인구는 약 2억명으로 조사됐다. 아시아 지역은 이러한 이주 인구의 1/4을 수용하고 있고, 그 대부분은 여성이다.
궁핍하고 또한 언어와 문화와 법이 낯선 지역에 있는 이민과 난민은 쉽게 인권 유린의 희생자가 된다. 실제 그들은 착취와 심지어 인신매매의 희생자가 되기 쉽고, 온갖 범죄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 또한 이민 가정의 구성원들은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종종 유대가 끊어지기도 한다.
이민 가정 사목을 위해서는 우선 이들 가정의 결속 유지를 도와야 한다. 아울러 문화 적응 과정에 도움이 되는 길을 찾아야 한다.
우리는 이와 관련해 그리스도인으로서의 보편성을 되새기고, 민족이나 다른 외적 특성들이 다른 구성원들을 지역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적극 받아들이는 개방성을 갖춰야 한다.
이주 문제에 대해 교회는 사목 차원의 자선, 양성, 교육, 옹호 뿐 아니라 그 기구나 조직을 포함해 여러 차원에서 응답할 수 있다.
특히 아시아 교회는 모든 사람의 가족 이민권을 보장하기 위해 각국에서 올바른 이민 정책들이 실현될 수 있도록 입법 과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이민자들도 자기 가족들과 함께 살 권리가 있다는 것을 더욱 많은 이들에게 교육할 필요가 있다. 인류의 미래는 이민과 난민 가정을 포함한 ‘가정’에 달려 있다.
프레시오소 칸틸라스 주교(필리핀 주교회의 이주사목주교위원회 위원장)
“사랑 나눔 교육 극대화해야”
◎주제강연 2 : 생명과 평화에 대한 사랑
책임과 축복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생명에 대해 현대 사회 안에서 가해지고 있는 위협과 폭력은 심각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우리는 인간의 생명은 절대적이며 무한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인간의 생명을 생산하고 소비할 수 있고 따라서 저마다의 조건에 따라 가치를 매길 수 있는 물질적 대상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특히 여성의 몸은 생명과 가장 밀접하고 본질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여성은 생명을 잉태하는 모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존엄의 주체가 된다. 따라서 여성 스스로도 자신의 생명을 소중히 여길 때 낙태나 난자매매, 성매매 등 여성에 대한 폭력에 당당히 맞서갈 수 있다.
구체적인 실천에 있어서 우리는 생명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또한 여성의 존엄과 평화를 지키기 위해 우선 올바른 사랑 나눔 교육(성교육)을 중장기적으로 극대화해야 한다. 또 헌혈운동, 장기 및 제대혈 기증 운동 활성화 등 생명을 나누는 운동을 적극 펼쳐야 한다.
절대 빈곤과 기아 근절을 위한 나눔 운동, 무력 도발에 대해 강력한 목소리를 내는 노력, 환경보호 운동 등도 우리의 생명을 보호하고 평화를 이어가는 필수적인 활동이다.
가톨릭 여성들은 평화의 일꾼으로 반생명적인 현상을 직시하고 생명과 평화를 지키기 위해 교회와 더불어 비전을 제시하고 교육에 앞장서야 한다.
권경수 회장(한국 가톨릭 여성협의회)
“정책 개선·근본적 태도 변화 필요”
◎주제강연 3 : 여성에 대한 폭력
가난과 소외, 인종이나 종족 차별, 사회적으로 낮은 지위 등에서 여성들은 더욱 심각한 폭력에 노출된다. 여성에 대한 폭력은 세계적인 문제다.
전 세계적으로 수집 가능한 통계에 따르면 세계 여성 3명 중 1명은 살아가는 동안 구타당하고 성행위를 강요당하거나 다른 방식의 학대를 받고 있다.
유니세프 조사에 따르면 세계의 여성 10명 중 1명은 일생에 한번은 강간을 당한다. 15~44세에 이르는 여성에게 폭력은 사망과 장애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또 전 세계 분쟁 지역 희생자의 70% 이상은 민간인이고 이들 대부분은 여성과 어린이였다.
여성에 대한 폭력은 여아 살해에서부터 아동 학대와 조혼 강요, 혼수 문제, 교육 거부, 가정폭력 등 출생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계속된다.
이러한 여성 폭력 해결의 핵심은 모든 사회에 뿌리깊게 존재하는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이다. 여성에 대한 육체적·심리적 희생을 강요하는 관습도 시급히 개선해야 할 문제다.
양성평등과 동반자 관계는 보다 정의로운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기본 요소다. 정의를 이루기 위해서는 법률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는 교육과 사회의식 고취를 통해 성에 대한 고정 관념을 타파해야 한다.
직접적인 법과 정책 개선과 함께 가정과 사회의 근본적인 태도 변화를 이루어야만 여성의 삶을 지배하는 그릇된 방식의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에이브릴 스톤(세계가톨릭여성연합회 이사)
“여성의 역할 새롭게 인식하길”
◎세계여성연합회 카렌 헐리 회장
“여성 한 사람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은 매우 큽니다. 특히 가톨릭 여성들은 혼자가 아닌 공동체로서 신앙을 통해 다양한 활동의 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처음 열린 세계가톨릭여성연합회(이하 WUCWO 우코) 아시아·태평양 지역 총회 참석차 방한한 카렌 헐리(Karen Hurley·미국) 우코 회장은 “현대 여성들이 직면하고 있는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가톨릭 여성들이 연대하는 모습에 매우 감사드린다”며 “이번 총회를 통해 여성의 역할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우코는 세계적으로 여성의 존엄성과 공동선 구현과 복음화를 위해 앞장서온 평신도 단체다. 카렌 회장은 “특히 가톨릭 여성들이 왜 평화 구현 등에 앞장서야 하는지, 여성들에게 주어진 소명이 무엇인지 널리 알리는데 우코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라며 “우리는 현대 사회의 흐름과 문제를 더욱 면밀히 알고 이에 대처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들은 타인을 돌보고 변화시킬 수 있는 넓은 포용력과 특별한 탈렌트를 하느님께로부터 받았습니다. 이제 그 역량을 여성의 존엄성을 되살리는데 적극 발휘해야 할 때입니다.”
구체적으로 카렌 회장은 최근 가장 큰 관심사로 인간생명수호 활동을 꼽았다.
그는 “한국에서도 모자보건법 등 각종 생명 관련 법 개정 등 생명 수호를 위한 현안이 많은 것으로 안다”며 “이에 따라 여성들도 정책 입안자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생명수호를 위한 활동가들을 양성하는데 더욱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카렌 회장은 “그릇된 가치관의 확산을 막는 교육은 가정 안에서 시작되며, 이에 따라 가정 안에서의 생명교육은 매우 중요하다”며 “여성들의 큰 소임 중 하나는 교육과 양성으로 이에 대한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국은 북한 복음화에 직접 나서야할 주체입니다. 한국 여성들이 평화와 사랑의 증거자로서 보다 나은 세상을 구현하기 위해 북한 복음화에도 힘써주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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