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한통의 편지를 받았다. 의아하게 생각하고 뜯어보니 서울 시내 한 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됐다가 풀려난 사람이 보낸 편지였다.
내용인즉 당시 유치장에서 심적으로 매우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천주교에서 오신 분들이 격려해주고 힘을 주어 감사했다는 인사와 함께 성경책과 묵주를 보내달라는 것이었다.
‘쇠창살 안 예수님!’ 우리 경찰사목위원회에서는 경찰서 유치장 안에 수감되어 있는 유치인들을 이렇게 부르면서 그들을 찾아가 새로운 삶의 희망을 갖도록 격려한다. 전·의경들에 대한 사목과 함께 경찰사목의 또 하나의 큰 축인 유치장사목은 다른 차원에서 매우 큰 의미와 가치를 가지고 있다.
그리스도는 “너희는 내가 헐벗었을 때 입을 것을 주었고 굶주릴 때 먹을 것을 주었으며 감옥에 있을 때에 찾아주었다”(마태 25, 36)고 말씀하셨다. 잠시의 실수와 잘못으로 유치장에 들어온 유치인들은 수치심과 절망감으로 삶의 의욕을 잃어버리고 방황하는 경우가 많으며 심지어 자살의 유혹까지 받는 경우도 있다.
바로 이러한 그들에게 다가가 커피와 간식을 주고 따뜻하게 손을 잡아주면서 격려하면 수심이 가득했던 얼굴에는 무언가 생기 같은 것이 돈다. 쇠창살 사이로 맞잡은 손에는 그리스도 사랑의 전율이 흐르고, 함께 고통을 나누고 눈물을 흘리면 이곳은 하느님 나라가 이뤄지는 복음의 현장이 된다.
위원회는 이러한 유치장 활동을 생명수호 차원의 활동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전문심리상담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경찰사목의 초기 영성 및 직무교육을 이수한 선교사들에게 심리상담사 교육을 받도록 해 유치인들에게 맞춤형 심리상담을 한 것이다. 이 결과 유치장 담당 경찰관들 및 유치인들이 많은 호응을 보내고 있으며 출감한 유치인들이 보내오는 서신 또한 넘쳐나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사회적으로 대두되는 종교편향 문제와 관련, 유치장 내에서의 종교 활동이 엄격한 규정 아래 실시되고 있다. 일부 다른 종교에서 지나친 전도활동으로 인해 유치인들의 반감을 샀고 급기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제동을 가하게 된 것이다. 이미 순수한 인간애적 차원에서 활동을 했던 우리의 활동도 같은 종교행사라는 이유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분명 하느님의 섭리가 함께 하실 것을 믿는다.
조그만 외적 보상 하나 없이 오직 그리스도의 사랑 하나로 똘똘 뭉친 경찰사목 선교사들. 타종교처럼 선교사들에게 물리적 지원이 여유롭지 못 해 늘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지만 모든 것을 아시고 함께해주시는 하느님 때문에 자신감을 잃지 않고 그들을 대하려 노력한다.
오늘도 쇠창살 안 예수님을 찾아 길을 나서는 선교사들의 마음에 하느님께서 함께 해주심을 믿고, 그분의 축복이 우리 선교사들에게 살아있음을 고백하며, 오늘도 열심히 가야 할 ‘그분께서 주신 길’을 묵상해본다.
강혁준 신부 (서울 경찰사목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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