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살 꽃다운 처녀가 누워있다. 가족 하나 없는 먼 이국땅에서 홀로 아픔을 견디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누워있는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하다.
한국에 온 지 만 4년이 다 돼가는 줄리(Julie Ann Yape)는 큰 돈을 벌기 위해 한국행을 결심했다. 첫 직장은 동두천의 한 클럽. 그곳에서 노래를 부르며 한 달에 500달러 남짓을 받을 수 있었다. 혼자 생활하기조차 빠듯한 돈이었지만 딱 50달러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필리핀 가족들을 위해 송금했다.
클럽에서 일을 하며 한국 생활에 적응할 즈음 현지에 주둔하던 미군과 교제를 시작했다. 결혼 약속고 미국으로 가자는 말을 굳게 믿은 줄리는 그 날로 클럽일을 그만뒀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남자는 말 한마디 없이 홀로 미국으로 떠났다.
하루 아침에 직장까지 잃게 된 줄리는 갈 곳이 없었다. 하루하루 버티는 것을 고민해야 했다. 무엇보다 필리핀에서 자신의 송금만을 기다리고 있을 가족들이 걱정됐다. 그때쯤 질출혈이 시작됐다. 스트레스 때문이겠거니 가볍게 생각했지만 상태가 점점 악화돼 의정부 성모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병명은 이상자궁밑체출혈. 자궁목확장술을 받고 증세가 호전됐지만 또다시 출혈이 시작됐다. 정밀검사로 출혈의 원인이 자궁이 아닌 신장 이상에서 비롯된 급성신부전 때문임을 알았다.
병명과 원인을 알았지만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데다 외국인이 병원을 이용할 경우 추가로 붙는 비용 등이 있어 3600만원 정도를 병원비로 내야 한다. 이를 알게 된 줄리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수면장애를 앓는가 하면 매일 보던 사람도 몰라보는 안 좋은 상태까지 갔다.
현재 이주노동자의료공제회에서 제공하는 간병인 서비스로 상태가 호전됐지만 여전히 걱정이 앞서는 것만은 어쩔 수 없다.
“가족들 품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하지만 어마어마한 병원비 때문에 한국에서 좀 더 일을 해야겠다는 욕심도 있어요. 이렇게 누워만 있으면 안 되는데…. 몸을 움직일수만 있어도 빨리 일을 시작해 빚을 갚고 가족들을 만나고 싶어요. 그게 지금 제일 큰 소망이에요.”
※도움 주실 분 우리은행 702-04-107874 농협 703-01-360450, 예금주 (주)가톨릭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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