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통해 아픔을 치유하시죠”
“내 몸 고치다 이웃돕기로 마음먹어”
주어진 삶에 충실한 삶이 곧 ‘선교’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해 운동처방사로 의료봉사에 앞장서고 재속 프란치스코회 회원으로 선교 여행을 통해 주님 사랑을 실천하는 강정호(바오로·율전동본당)씨가 11월에 만난 바오로다.
- 평소에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을 위하여 무료로 민간요법 치료를 해 주시고 주위 사람들에게 실생활에서 간단히 할 수 있는 건강관리법들을 알려주시기도 하시는데, 의료 봉사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습니까?
▲ 오랫동안 몸이 아팠었습니다. 군대 사고로 복부가 파열되었는데, 죽었다 깨어나기도 여러 번이었죠. 거의 20년을 고생했는데, 그 때 주님께 “이렇게 죽기는 억울하다. 마흔 넘어서 당신을 위해 일하겠다”고 맹세했습니다. 내 몸을 고치다 보니까 남을 도와주고 싶은 생각이 가득했거든요. 청소년 시설과 노인시설에서 주중에 봉사합니다. 처음에는 ‘친구’(강씨가 아내를 부르는 호칭)와 가족들도 불평을 했는데 이제는 모두 이해해 줍니다.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을 위해 일하는 기쁨이 크고 이러한 삶의 체험이 30~40년 되니까 봉사하는 것이 생활 습관처럼 몸에 배었습니다. 지금은 “(주님께서) 나를 통해서 하셨다”는 것을 깨닫고 자랑할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저 ‘나를 통해서 그분이 사람들의 아픔을 치료해 주고, 절망에서 희망으로 넘어갔을 때 주님께서 좋은 탈렌트를 주셨구나’라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 선교 여행을 다니시며 무료진료를 해 오셨다는 사실이 바오로 사도를 연상케 합니다. 선교와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셨으며, 진정한 선교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마리스타 수도회를 통해 처음 해외에 나가게 되었습니다. 어느 오지 마을에 열흘정도 가서 제 탈렌트를 나누는 것(의료봉사)이었지요. 순례하는 마음으로 참여를 시작했는데, 아주 작은 것 하나에 감사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를 반성하게 됐습니다. 무엇보다 선교는 현지의 사람들과 ‘함께’ 있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과 똑같이 먹고 입고 자면서 기쁜 마음으로 먹고 나누며 삶을 공유했을 때, 그들도 거부감 없이 저를 맞아 주었습니다. 선교에 나설 때 저는 스스로를 하나의 ‘빈 그릇’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것을 퍼 담아도 흔쾌히, 두려움 없이 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사실 선교는 누구라도 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선교활동을 통해 저는 조금씩 성숙해지고 제 자신이 변화했음을 느꼈습니다.
- 구체적으로 다녀오신 선교지와 그곳에서 가장 보람 있었던 일화를 들려주셨으면 합니다.
▲ 멕시코에서의 기억이 남습니다. 멕시코의 한 오지에 한국 수녀님들이 있었는데 수녀님 한 분이 20~30여 개의 공소를 관리해야 하는 열악한 환경이었어요. 그 곳 ‘마리아의 집’에서 아이들과 봉사자들에게 운동 요법을 지도하고 치료해주면서 많은 것을 경험했습니다. 특히 비염에 걸려 입으로 숨을 쉴 수밖에 없는데도 식구수가 많아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던 어떤 꼬마를 치료해 준 일이 인상에 남습니다. 작은 나눔으로도 행복해하며 해맑게 웃던 아이와 부모의 얼굴이 저마저 행복하게 해주었습니다. 또 그곳 3천여 명의 아이들이 송별식에서 ‘바위섬’을 불러 주었을 때 저랑 친구(아내)가 얼마나 감격스러웠던지 눈물을 글썽거렸지요. 돌아오면서 수녀님들께 그랬어요. “하늘나라에서 놀다가 세속으로 떠납니다”라고요.
- 재속 프란치스코형제회 회원으로 가난과 형제애의 삶을 실천하시며 사시는 것으로 아는데, 형제님의 생활 속 모습이 궁금합니다.
▲ 사실 예수님은 고통을 통해 저를 수련시키시는 것 같습니다. 어렸을 때 결손 가정에서 자란 것은 제게 가장 좋은 공부였습니다. 춥고, 배고프고, 멸시받은 것만큼 더 큰 공부가 있습니까. 사실 예수님 때문에 갓길로 가지도 않았지만 돈도 많이 못 벌었고, 도망도 못가고 코를 꿰어 살았습니다. 그런데 이제 제 아들이 “아버지처럼 살고 싶다”고 말하네요.(웃음)
재속 프란치스칸으로 살아가는 데에는 우선 내적 가난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가난한 마음은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지요. 그러한 삶을 실천한 프란치스코 성인의 모습을 닮아 하느님께 다가가려고 노력을 많이 합니다. 또 신앙 안에서 자기만족을 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자기만족은 스스로를 평화롭게 하긴 하지만 사실 제일 무서운 것이지요. 그래서 “자만에 빠지지 않게 해 달라”며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매일 청하고 있습니다.
- 앞으로 어떤 목표와 꿈, 포부가 있으십니까. 또 실생활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선교가 무엇일까요?
▲ 업무상 러시아로 떠나 5~7년간 있을 예정입니다. 거기에 가면 수입의 절반을 소외된 이들과 나누고 싶어요. 그리고 한국에 돌아오면 조그만 의료 복지 쉼터를 차리고 싶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선교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며 훌륭한 선교도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주어진 것에 충실한 삶, 변하지 않는 삶 자체”입니다. 어떤 환경에 처했더라도 변하지 않고 밝은 모습을 잃지 않는 것이 바로 선교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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