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평화적인 ‘형성적 사건’ 유도하라
우리의 삶은 늘 주위의 변화 되는 사건의 연속
어떤 태도 취하느냐에 따라 나·타인 형태 결정
인간은 태어나면서 가장 먼저 어머니의 품을 만난다. 그리고 가족을 만나고, 성장하면서 비슷한 또래의 동네 꼬마들과 어울린다. 학교에 가면서 사회성이 더 풍요롭게 되고, 사회에 진출해서는 더 많은 이웃과 만나고 살아간다. 그 과정에서 인간은 스스로 내면을 형성하고, 또한 더 나아가 상대방을 형성시킨다.
얼마 전 길을 가다가 승용차와 트럭의 작은 접촉사고 현장을 목격했다. 승용차 주인이 먼저 차에서 내리더니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붓는 것이었다. 심지어 트럭에 침을 뱉기까지 했다. 트럭을 몰던 사람의 반응이 어떻겠는가. 보나마나다. 트럭 운전자는 차에 내리지도 않은 채 운전석에 있던 물건들을 마구 상대방에게 던지기 시작했다. 받은 형태가 그렇다 보니 주는 형태도 그렇게 되는 것이다. 찌그러진 형태에 찌그러진 형태로 반응한 것이다. 속담에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다.
‘형성적인 것’(하느님께서 우리 마음에 미리 형성하도록 심어놓으신 초월성을 성취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주느냐 ‘반형성적인 것’(하느님을 향한 초월성을 가로막는 것)을 주느냐에 따라서 나의 형태와 상대방의 형태가 결정된다.
그럼 구체적으로 우리는 어떻게 상대방과 서로 형성적인 것을 주고받으며 살아가야 할까.
우리는 늘 주위의 변화되는 상황들과 만난다. 우리는 늘 어떤 장소 속에 있다. 잠을 자면 잠을 자는 장소가 있고, 공부를 하면 공부를 하는 장소에 있다. 걸어가면 걸어가는 장소가 있고, 식사를 하면 식사를 하는 장소가 있다. 죽어서도 땅에 묻힌다. 세상을 살아가는 한, 우리 몸이 썩어서 다 분해되기 전까지는 늘 우리는 어느 장소에 있기 마련이다. 그 장소에는 또한 반드시 어떤 사물이 있다. 부엌에는 조리기구들이 있고, 침실에는 잠자는데 필요한 어떤 사물들이 있다.
결국 우리가 “어떤 사건이 일어났다”라고 할 때는 어떤 상황과 장소와, 사물이 있는 것을 전제로 한다. 우리의 삶은 늘 이러한 사건의 연속이다. 걷는 것도 사건이요, 한 끼의 식사도 하나의 큰 사건이다.
“걷는 것이 무슨 사건이냐”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중병에 걸려서 수년간 누워서만 지내는 사람을 생각해 보라. 그 사람에게는 발 한걸음 떼는 것이 엄청난 사건이다.
어떤 장소에서, 어떤 사물들이 있는 가운데, 어떻게 하면 형성적 사건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어떤 사건은 반드시 두 가지 중 하나다. 형성적이냐 형성적이지 않느냐는 것이다. 형성적 사건은 좋은 모습으로, 반형성적 사건은 나쁜 모습으로 나타난다.
형성적 사건은 보편적이고, 평화적이고, 사랑하는 모습으로 나타나고, 반형성적 사건은 전쟁과 시기, 질투, 미움, 다툼, 반목 등으로 나타난다. 흥미로운 사실은 나쁜 형태로 나타나는 사건은 상황을 더 나쁜 쪽으로 몰고 간다는 점이다.
형성적 사건은 더 나은 결과를 유도하고, 반형성적 사건은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한다.
우리는 매일매일 사건과 접한다. 사건에서 벗어날 수 없다. 나 혼자 무인도에서 산다고 해도 나 주위에선 늘 사건이 넘친다. 그 사건들은 늘 형성적이거나 혹은 반형성적이다. 삶의 자리 안에는 분명히 사건이 생기는데, 형성적이든 반형성적이든 둘 중의 하나 사건은 늘 일어난다. 조용한 마음으로 묵상해 보자.
돌이켜 보면 지난 삶에서 우리에게는 형성적 사건도 많았고 반형성적 사건도 많았다. 왜 반형성적 사건이 일어났는지 생각해야 한다. 앞에 서 있는 다양한 도전에 내가 어떤 자세, 어떤 태도를 취했느냐에 따라서 형성적인 사건이 될 수도 있고 반형성적 사건이 될 수도 있다.
결국 모든 문제는 나 자신이다. 내가 누구냐를 보아야 된다. 나에게 일어난 어떤 사건은 다른데 원인이 있었던 것이 아니다. 물론 나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일어나는 사건들이 있다. 과거 1997년의 외환위기가 그렇고, 무의미한 전쟁에 의해 죽어가는 어린이들의 상황이 그렇다. 다음 시간에는 인간 개개인이 자각하지 못하는 곳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힘들에 의해 인간이 영향 받는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볼 것이다.
정영식 신부(수원교구 영통성령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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