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가 된다
‘선세례 후교리’ 방식으로 매주 200~800명 영세
군복음화 위한 성당 신축에 보다 많은 관심 절실
“그리스도와 하나 되는 세례를 받은 여러분은 다 그리스도를 입었습니다”(갈라 3, 27).
사도 바오로는 세례는 곧 그리스도를 입는 일이라고 설명하고 세례를 받은 우리는 모두 예수 안에서 하나라고 말했다. 세례성사는 그리스도교 생활 전체의 기초(가톨릭교회 교리서 1213항)라고 할 정도로 중요하다.
때문에 연간 약 3만 명의 세례자를 낳는 군종교구는 청년사목의 황금어장이라 불릴만하다. 황금어장의 중심에는 육군 논산훈련소 연무대본당(주임 박근호 신부)이 있다. 매주 토요일마다 적게는 200명에서 많게는 800명이 넘는 세례자를 배출하는 연무대본당 세례식 현장을 찾아가본다.
#설레는 마음으로 세례명 정하기
성당 안이 분주하다. 11월 8일 토요일은 세례식이 있는 날이다. 빈틈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성전을 꽉 채운 병사들은 군종병의 지시에 따라 세례대장 작성에 한창이다. 제대 앞 쪽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는 축일별로 세례명이 친절히 정리돼 있다. 아직 천주교가 익숙지 않은 병사들을 위한 배려다.
병사들은 저마다 마음에 드는 세례명을 정하기 위해 고심한다. 바오로와 베드로, 가브리엘과 미카엘 등 분대원들과 상의하며 자신에게 어울릴만한 세례명을 찾아 세례대장에 써넣는다. 새로운 이름을 갖는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설렌다.
연무대본당에서 세례를 받는 이들은 이유도 제각각이다. 천주교에 관심이 있었던 병사, 부모의 추천으로 세례를 받는 병사, 친구 따라 온 병사 등. 저마다 이유는 다르지만 오늘 세례식을 통해 이들은 그리스도 안에서 한 형제가 된다.
#차분히 교리시간에 집중하기
훈련병들이 논산 훈련소에 머무는 기간은 단 6주. 짧은 기간 동안에 많은 훈련병들에게 천주교를 알리기 위해 본당은 일반본당과는 다른 교리교육 방식을 선택했다. ‘선세례 후교리’가 그것이다. 본당에서는 세례식을 한 다음 6주간 병사들에게 본격적으로 교리를 가르친다.
교리교육은 세례 받는 날부터 시작된다. 김모데스타 수녀(거룩한말씀의 회)가 차분한 목소리로 교리교육을 시작하자 성당을 메운 1200여 명의 병사들이 김수녀의 목소리에 집중한다. 세례성사의 의미를 물어보는 질문에 몇몇 병사들이 손을 들어 대답한다.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것입니다.”
김수녀가 답을 말한 훈련병에게 초코파이 한 박스를 선물하자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들린다. 이후 병사들은 초코파이를 위해 더욱 집중하는 분위기다. 간혹 고된 훈련 끝에 성당을 찾아 온 훈련병들은 뒷자리에 앉아 잠을 자기도 하고 분대원들과 떠들기도 한다. 하지만 군종병들이 성당 곳곳을 다니며 병사들에게 주의를 주면 이내 조용히 교리에 집중한다.
교리 시간이 막바지에 달했다. 수녀가 강조하며 세례예식을 차근차근 설명한다.
“세례식 때 세 번 앞으로 나올 거예요. 처음은 물로 세례예식을 하고 두 번째는 기름발림 예식이예요. 세 번째는 제일 중요한 영성체인데 신부님이 성체를 주시면 ‘아멘’이라고 답하면 돼요. 지금 자다가 못 듣고 나중에 세례명을 말하면 꿀밤을 맞을지도 몰라요.”
#긴장되는 세례예식
병사들의 우렁찬 성가가 미사전례의 시작을 알린다. 주임신부와 손님 신부 세 명이 함께 제대에 오른다. 매주 세례식이 있다 보니 손님 신부들의 도움이 없이는 세례식을 제시간에 끝내기가 어렵다. 올해부터는 한국남자수도회·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회장 이형우 아빠스)에서 지원을 하고 있어 그나마 나은 편이다. 이날 손님 신부는 가톨릭신문사 사장 이창영 신부와 군종교구 성요셉(부사관학교)본당 이응석 주임신부, 팔로티회 안동억 신부가 도움을 줬다.
강론이 끝나고 본격적인 세례식이 시작됐다. 700여 명의 병사들이 두 줄로 서 신부들 앞에 나서는 장관이 벌어진다. 처음으로 행하는 종교예식이라 긴장되는 눈치지만 군종병들의 친절한 안내로 순조롭게 식이 진행됐다.
연무대본당 박근호 주임신부는 “매주 세례식을 하다 보니 성령에 취해 사는 거 같다”며 “훈련소에서의 세례식이 중요한 것은 힘들 때 기억이 머릿속에 남아 언젠가 다시 주님의 품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즐거운 간식 시간
미사가 끝날 때 쯤 되자 성당 밖이 분주해진다. 새로 세례를 받은 병사들에게 나눠줄 선물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병사들에게 선물을 나눠주는 시간만 해도 족히 30분은 넘는다. 매주 나눠주는 선물은 신약성경과 묵주, 물수건 등이다. 성당에서 주는 모든 것이 소중한 병사들은 이 작은 선물에도 감동한다.
이날 세례를 받은 백상현(미카엘·22) 훈련병은 “천주교에 대해 잘 몰랐는데 오늘 세례를 받고 나니 열심히 신앙생활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소감을 전했다.
연무대본당은 요즘 새 성당 건축이 한창이다. 하느님을 알기 위해 성당을 찾아오는 병사들에게 더 좋은 시설과 환경을 제공하고 싶은 교회의 마음이다. 지난 4월 공사에 돌입한 성당 건축은 현재 40%의 공정률을 보이며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전례용품을 비롯한 성미술품, 음향시설 등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관심이 필요한 실정이다.
※문의 02-749-1921∼3 군종교구청
●연무대성당 건립에 여러분의 후원을 기다립니다
건축 후원 : 국민은행 477401-01-112482 (재)천주교 군종교구
사진설명
▲지난 8일 연무대본당 세례식에서 박근호 주임신부(맨 오른쪽)와 이창영 신부가 훈련병들의 이마에 기름을 바르고 있다.
▲세례식 후 기념촬영. 훈련병 중앙에 (왼쪽부터) 성요셉본당 이응석 주임신부, 팔로티회 안동억 신부, 연무대본당 박근호 주임신부, 가톨릭신문사 이창영 사장신부.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