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지도자층에서부터 올바른 의식을 갖고 각 지역사회 문제에 참여해야 합니다.”
눈 앞에 펼쳐지는 금융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사방에서 들려온다. 그에 비해 죽어가는 생명에 대해 이야기하는 목소리는 형편없이 낮다. 당장 입에 들어가는 먹거리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는 높다. 하지만 환경보전 문제는 남의 일인 양 외면하곤 한다.
더구나 가톨릭신자들조차 반문한다. 환경과 신앙이 무슨 관계가 있냐고. 더 시급한 문제들이 산재해 있지 않느냐고.
세계적인 생태신학자 숀 맥도나휴(Sean McDonagh·성 골롬반 외방 선교회 아일랜드 본부·64) 신부는 대답한다.
“왜 빨리 응답하지 않으면 안되냐고요? 내일이면 눈앞에 있던 생명들이 지구에서 사라지고 없을테니까요. 신앙과 무슨 관계가 있냐고요? 인간 구원 만큼 창조질서를 보전하는 일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숀 맥도나휴 신부는 기후 변화와 관련한 초청 강연 등으로 11월 4~14일 한국을 방문했다. 일정 중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특히 우리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보호해야 하는지, 왜 해야 하는 지에 대해 강조하고 나섰다.
“교회는 항상 생명과 환경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신자들에게도 가르칩니다. 그러나 교회가 직접 참여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맥도나휴 신부는 지난 1969년 서품 후 골롬반 선교사로서 필리핀 민다나오 지역에서 활동했다. 그러던 중 티볼리(T-Boli) 산악 지역의 숲 파괴 현장을 목격했다. 다국적 기업의 횡포에 맞서 온몸으로 불도저를 막아선 지역주민들 사이엔 맥도나휴 신부도 있었다. 이때부터 그는 생태적 실천주의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80년대 들어서는 집필 활동도 병행했다. 하지만 첫 저서 ‘지구 돌보기(To Care for the Earth)’는 완필 후 출판까지 3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생태학과 신학과의 관계가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생태학에 대한 관심도 크게 부족했기 때문이다.
“30여 년 전과 비교하면 이렇게 교회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것이 달라진 점이라고 할 수 있군요. 30여 년 전만 해도 저는 갈릴레오 갈리레이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제 말에 귀기울여 주는 이는 극히 드물었죠.”
그가 수십년 전에 지적한 문제들은 이제 심각한 사회문제로 드러났다. 특히 맥도나휴 신부는 최근 심각한 생명 환경 문제로 기후 변화와 생물 종의 멸종, 물의 오염 등을 꼽는다.
현재 지구상에서 인간이 사용가능한 물은 전체의 0.01% 정도. 게다가 기업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물을 관리하고 사유화하려고 아우성이다. 지구 온난화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지구 온도가 0.7℃만 올라가도 히말라야와 안데스 산맥의 빙하가 녹아내려 홍수와 물부족이 이어진다.
나아가 바다 수면이 상승하고 ‘환경 난민’이 발생한다. 현재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은 해변가에 거주하며, 이들 대부분은 가난한 이들이다.
맥도나휴 신부는 “환경 오염의 현장에서 가장 피해를 입는 이들은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이라며 “기후 변화는 도덕적이면서도 종교적인 문제”라고 강조한다. 또 단순히 경제적인 면만 생각해도 해수면 상승 피해를 막기 위해 방파제를 쌓기 위해서도 엄청난 경제적 비용이 들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 안에서조차 ‘생태 신학’에 관심 갖는 이들은 극히 드물다. 지금도 여전히 맥도나휴 신부는 생명 환경에 대한 교회 참여를 강력히 촉구한다.
그는 “가톨릭교회는 어떤 다른 종교보다 창조에 대한 참된 신학과 신앙을 가질 수 있다”며 “구원에 대한 관심 만큼 천지창조에도 비중을 둔 새로운 신학을 정립할 필요성이 있다”고 역설한다.
“하느님께서 이 세상을 창조하셨고, ‘보시기 좋다’라고 하셨을 뿐 아니라 그분의 아드님은 육화해 인간과 함께 사시기까지 하셨습니다. 교회가 공동선을 위한 리더십을 적극 발휘할 때입니다.”
현대 과학의 중요성도 맥도나휴 신부가 강조하는 부분이다. 생명 환경과 관련해서는 과학적 배경이 뒷받침되어야 ‘도덕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교회도 구체적으로 UNFCCC(기후 변화에 관한 UN협약)이나 CBD(생명다양성협약) 등의 올바른 실현을 위해 힘을 보태야 한다”고 말한다.
전례력 안에서 생명환경 의식을 재고할 수 있는 시간을 정하는 것도 제안하고 나섰다. 예를 들어 성프란치스코 성인 축일 전후로 생명환경의 중요성을 교육하는 일정을 갖자는 의견 등이다.
아울러 맥도나휴 신부는 교회와 교회 내 지도자들이 각 지역 사회 활동에 적극 참여할 것을 독려한다.
그 모범으로 맥도나휴 신부는 남미 페루의 황카이요(Huancayo) 대교구 페드로 바레토(Pedro Baretto) 대주교의 활동 사례를 꼽았다.
황카이요 교구 관할 지역인 라로이야(La Roya)시 어린이들은 지역 내 광산산업으로 인해 심각한 납중독으로 쓰러져 가고 있었다. 그러나 광산 소유자인 미국계 다국적 기업은 이러한 문제점을 외면했고, 이에 따라 바레토 대주교는 미국교회 신자들과 연대해 모기업을 압박해 광산 작업 현장 개선을 이뤄냈다.
또 지난해 남미 지역 주교단은 아마존강 보호에 교회가 앞장설 뜻을 모았다. 그동안 지역 주교들은 지구의 허파라고 불리는 아마존 강 유역 밀림이 대규모로 파괴되어도 대사회적인 목소리를 내는 데 소극적이었다.
맥도나휴 신부는 교회가 생명 환경 수호에 나서기 위해 우선 각 지역사회 문제에 관심 가질 것을 독려한다. 이어 올바른 과학을 활용해 교육하고, 하느님의 선물인 생명을 구체적으로 보호하는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신부님들조차 지구 온도 상승으로 해수면이 1m씩 높아짐에 따라 가라앉는 본당 관할구역을 지도 안에서 확인하고 나서야 기후 변화의 심각성에 공감하더군요. 교회 지도자층부터 올바른 의식 교육과 실천을 이뤄나가야 합니다. 창조질서를 파괴하는 것은 대죄입니다.”
■ 숀 맥도나휴 신부는
아일랜드 출신 성 골롬반 외방 선교회 사제. 세계적인 생태신학자로 인정받는다. 25년여간 전 세계를 순회하며 생태학과 종교에 대해 폭넓은 강의를 펼쳤으며, 그의 저서들은 한국어로는 물론 중국어와 타갈로그어, 미얀마어 등으로도 번역, 출간됐다. 지난 2006년부터는 아일랜드 골롬반 본부에서 상주하며 정의·평화·환경·생태 연구와 교육 등에 힘쓰고 있다.
주요 저서는 ‘지구 돌보기’, ‘교회의 녹화’, ‘지구에 대한 열정’, ‘왜 우리는 지구의 울부짖음을 듣지 못하는가’, ‘생명에 특허를 낸다고? 그만! 회사는 우리더러 유전자 조작 식품을 먹도록 탐욕스럽게 강요하고 있는가’, ‘기후 변화 : 미국 모두에게 도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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