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 생명 위협하는 악법 절대 반대”

미국 주교단 성명서 발표…선택(낙태) 자유법안 도입 부당성 강조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 이 법안 지지입장 표명

임신 3개월 기간 중 낙태권 기본권으로 인정

교회와 입장 달라 ‘생명윤리’ 첨예한 갈등 전망

‘선택자유법안’(FOCA) 서명 반대 입장 표명

미국 가톨릭교회가 가장 오랫동안, 지속적이면서도 꾸준하게 자주 교회의 입장을 강조하고 주장하는 문제 중의 하나가 낙태 문제다. 미국 교회는 특히 1973년 Roe vs. Wade(로 대 웨이드) 재판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판결 이래 낙태 문제와 관련 정부 정책에 대해서 끊임없이 지적해왔다.

하지만 미국 주교단이 11월 10일부터 13일까지 볼티모어에서 모여 각종 교회 안건들을 논의한 후 성명에 담아 발표한 이 매우 긴급한 사안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주교단은 최근 미국 대통령으로 선출된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과 그가 이끌어갈 정부가 생명윤리 문제와 관련된 교회의 물러설 수 없는 입장과 정면으로 대치하고 있음에 주목한다.

선택자유법안(FOCA)

주교단은 이 성명에서 이른바 “선택(낙태)자유법안”(Freedom of Choice Act)을 나라에 분열을 야기할 “나쁜 입법”(bad legislation)이라고 비난했다. 오바마 후보는 오래 전부터 자신은 이 법안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원래부터 이 법안을 지지한 것은 아니었지만, 2007년 한 가족계획기금 집회에서 연설을 통해 대통령에 선출되면 가장 먼저 이 법안에 서명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법은 지난 2004년 처음 의회에 제출됐는데, 임신 3개월 기간 중에는 여성의 낙태권을 “기본권”으로 인정하며 이후에는 건강상의 이유로 낙태를 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한다. 법안은 이와 함께 이 권리를 행사하는데 있어서 어떤 차별도 금지된다고 규정한다.

현재 미국에는 부모에게 고지할 의무, 대기 기간, 낙태로 인한 육체적 감정적 위험성의 완전한 고지 등을 규정하고 있는, 약 300여 항목의 낙태 규제 규정들이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 법안이 시행된다면, 이러한 낙태에 대한 기존의 모든 각 주와 연방 차원의 규제 법률들을 무력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미국 주교단 성명 통해 비난

미국 주교회의 의장인 시카고 대교구장 프란시스 조지 추기경은 13일 전국 주교단을 대표해 발표한 성명에서 가톨릭교회는 공동선을 위한 모든 영역에서 오바마 정부와 기꺼이 협력해 일할 것을 서약하면서, “좋은 정부는 모든 사람의 생명을 보호한다”고 강조했다.

조지 추기경은 성명에서 지난 1973년 판결을 “악한 판결”이라고 부르고 이번 법안이 시행된다면 그것은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지 추기경은 이 법은 미국 국민들에게서 낙태 산업에 대한 규제와 억제를 할 수 있는 자유를 박탈할 것이며, 자신들이 낸 세금을 낙태 증진에 쏟아 부어야 하는 지경에 이르게 한다고 비난했다.

성명은 결국 이 법안이 “태아의 생명을 치명적으로 위협한다”고 강조하고 “이는 결국 우리를 양분하게 될 것이며, 교회는 이 악에 반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주교단은 대선 이후 처음으로 11월 10일부터 13일까지 볼티모어에서 가을 정기총회를 마련했다.

낙태가 기본권?

지난 9월 주교회의 생명위원회 의장인 필라델피아 대교구장 저스틴 리갈리 추기경은 모든 의회 의원들에게 서한을 띄워, 이 법안으로 인해 “모든 임신한 여성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정부의 공적 프로그램들 안에 낙태 서비스가 포함되게 됐다”고 비난했다.

FOCA를 반대하는 측에서는 미국 법률 안에서 낙태를 하나의 기본권이 될 것을 우려하고 있는데 이렇게 될 경우 가톨릭은 물론 다른 종교에서 운영하는 병원들에서도 자신들의 종교적 신념에 반하는 낙태 시술을 제공해야 하는 결과가 된다.

시카고 대교구의 토마스 파프로키 보좌주교는 이와 관련해 “이는 곧 우리 병원들에서는 더 이상 산부인과를 운영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며, 우리는 결국 가톨릭계 병원들 중 상당수를 폐쇄할 수박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는 우리가 더 이상 그 병원을 운영하거나 후원하지 않는 것, 또는 낙태를 시술하는 다른 소유자에게 병원을 팔아넘기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며 결국 “윤리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악에 대한 협력”이 된다고 개탄했다.

생명윤리 둘러싼 싸움

샌프란시스코 대교구장 조지 니더로어 대주교는 오바마의 승리를 “선택자유법안”을 승인한 것으로 오해해서는 곤란하다며, “여론 조사를 살펴보면, 많은 사람들이 이 법안에 대해서 아예 알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그밖에도 오바마 당선자의 정권인수팀은 이미 새 대통령이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연방정부 기금의 제공을 금지하는 규제를 풀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동성결혼 금지의 근거가 되고 있는 결혼 보호법안(DMA: Defense of Marriage Act)도 폐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교회의 정기총회에서의 논의와 그 결과인 성명을 통해 볼 때, 미국 주교단은 이제 생명윤리에 관한 한 가톨릭교회와 입장을 크게 달리하는 새 정부와의 힘든 싸움을 시작해야 할지도 모른다.

Roe vs. Wade(로 대 웨이드)재판

1973년 Roe vs. Wade 재판에서 미국 연방 대법원은 여성이 임신 후 6개월까지는 낙태시킬 수 있는 헌법상의 권리를 가진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 이전에는, 대부분의 주에서 임신으로 인해 생명이 위태로운 경우가 아닌 한 낙태는 금지된 상태였다. 연방 대법원은 출산 전 3개월 동안에만 낙태를 금지할 수 있다고 판결했는데, 의학 전문가들은 이 3개월 동안을 태아가 자궁 밖에서도 인간 생명으로서 존중될 수 있는 기간이라고 인정했다.

사진설명

미국 주교단은 11월 10일부터 13일까지 볼티모어에서 주교회의 가을 정기총회를 개최하고 낙태 등 생명윤리 문제와 관련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과 새 정부에 보내는 성명서를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