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역량 부족한 이들까지 본당 간부맡아 힘들어
남편 직장 때문에 이사한 관계로 본당도 옮기게 되었습니다.
이전 본당에서도 저는 단체장 등으로 활동을 많이 한 편이었고, 새 본당에서도 활동에 참여할 사람이 필요하다기에 여러가지 소임을 맡았습니다.
그런데 이곳 본당에서는 제가 볼 땐 역량도 안되는 이들이 ‘감투’를 쓰고 있는데, 무슨 아랫사람처럼 저를 부리는데 참을 수가 없습니다. 이들과도 원만하게 일하는 방법에 대해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A. 주님이 선택 하신 교회 봉사자 … 비판 앞서 함께 기도·협력해야
언젠가 묵상을 하다가 예수님께서 왜 12명의 제자로 저렇게 형편없는 사람을 뽑았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결론은 예수님은 우리와 너무나 다르다는 것입니다.
만약 자매님이 회사의 CEO가 되어 직원을 뽑게 되었다고 가정해 봅시다.
똑같은 연봉을 지불하는데, 한 명은 우수한 성적으로 일류대학을 나온 데다가 성격도 좋고, 또 다른 사람은 형편없는 실력으로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했으면서 툭하면 다른 사람들과 싸우기 일쑤입니다. 그렇다면 자매님께서는 어떤 사람을 당신의 직원으로 채용하겠습니까? 일류대학을 나오고 성격도 좋은 사람을 직원으로 채용하지 않겠어요?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당시의 똑똑하고 유능하다는 바리사이, 율법학자들을 당신의 제자로 뽑으신 것이 아니라 어부 출신에 민족의 배반자 취급 받던 세리 출신 등 어떻게 보면 형편없어 보이는 사람들을 당신의 제자로 뽑으셨지요.
그렇다고 성격이 좋고 충성심이 강한 것도 아니었지요. 그래서 때로는 제자들끼리 싸우기도 하고, 어느 마을을 없애버릴 생각까지도 합니다. 또한 충성심도 강한 편이 아니어서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시자 모두 뿔뿔이 흩어져 숨어 버리는 나약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지금 교회에서 일하는 사람들 역시 예수님의 열두 제자처럼 성격도 그저 그렇고, 능력도 없으며, 신앙심도 그리 깊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교회에서 일하고 있다는 자체가 예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는 것이 아닐까요? 그들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말하면서 반대한다면 어쩌면 예수님의 선택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닐까요? 우리 모두 예수님을 따르겠다고 다짐한 사람들입니다. 그들의 모습을 비판하기에 앞서, 그들을 위해 기도하고 그들이 하느님의 영광을 잘 드러낼 수 있도록 도움 주는 것이 예수님을 진정으로 잘 따르는 것이 될 것입니다.
조명연 신부(인천 간석4동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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