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교회 베드로 키베 사제와 동료 순교자 187위 시복식
시복식 이모저모
[나가사키 이승환 기자]
순교자의 유해·흙·촛불 봉헌… 초상화 제막도
복음화율 높은 나가사키 시복식 개최로 경사
나가사키신문 호외 발행 등 일본 언론 큰 관심
가장 가까우면서도 멀게만 느껴지던 이웃나라 일본. 하지만 목숨을 바치며 복음을 증거 한 일본의 순교자들을 복자로 선포하는 자리에서 한국과 일본 교회는 하느님을 믿는 한 형제였다. 11월 24일 열린 일본 교회 ‘베드로 키베 사제와 동료 순교자 187위 시복식’은 목숨을 바쳐 참 생명을 살다 스러져간 복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4세기를 넘어 지금도 울려 퍼지는 188위 복자들의 기도를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자리였다.
○… 일본교회 청년 대표들은 시복식에 앞서 일본 순교자들의 유해와 흙, 촛불을 제대 아래 공간에 봉헌했다. 유해는 박해가 극심했던 17세기 일본에서 추방된 유럽 선교사들이 마카오에 모셨다가 1995년 일본에 다시 돌아온 것. 흙은 188위 순교자들의 넋이 서린 일본 순교지에서 모아 온 것이다. 촛불은 시복식 사전 행사로 일본 각지에서 봉헌된 미사를 밝히며 순회한 것이다.
○… 시복식이 시작될 때만 해도 비바람이 몰아치던 시복식장은 교황 대리 마르틴스 추기경의 시복선언이 있은 직후부터 구름 사이로 햇빛이 비칠 정도로 맑게 개었다. 주교단과 사제단의 파견 강복 때는 구름 사이로 비치는 햇빛이 신비로운 느낌을 줄 정도. 188위 복자들께서 아직도 슬프신가 보다며 우의를 입고 시복식에 끝까지 참석한 한국 신자들은 날이 개자 역시 하느님께서는 복자 탄생을 기뻐하시며 따스한 햇볕을 주셨다고 감사를 드렸다.
○… 시복식 참석자는 3만여 명. 일본 교회 총 신자가 43만여 명임을 감안하면 전 신자의 10% 가까이 참석한 셈이다. 특히 이번 시복식은 아시아의 ‘작은 로마’라 불릴 정도로 신자가 일본 내에서도 월등히 많은 나가사키 지방 자체의 경사로 여겨졌다. 지방일간지 ‘나가사키신문’은 시복식이 채 끝나기도 전에 시복식 전경과 188위를 상세히 소개한 호외를 발행, 배포했다. 요미우리·마이니치 등 일본 유력 일간지도 11월 25일자 조간에 시복식 소식과 사진을 1면에 일제히 보도했다.
○… 시복식 중 제막된 ‘베드로 키베와 187 순교자의 초상화’는 가로 91cm, 세로 16.7cm 크기로 나가사키대교구 나메시본당 미마끼 가즈꼬씨의 유화작품. 초상화에는 베드로 키베 신부와 디에고 유끼 신부, 오가사와라 겡야 가족 등 188위 순교자들의 모습이 담겨있다. 초상화가 제막된 직후에는 188마리의 비둘기가 제대 뒤에서 날아올라 시복 분위기를 한층 돋웠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이번 시복식 표어는 ‘목숨을 바쳐 참 생명을 산다’와 ‘시간을 넘어 지금 울려퍼진다. 복자의 기도’, ‘증거하자 188 순교자’ 등 세 가지. 시복식장 중앙에 자리한 로고는 일본의 ‘J’와 배, 순교자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성체를 지탱하듯 둘러싸고 있는 모습 등을 표현하고 있다.
○… 전 교황청 시성성 장관 마르틴스 추기경은 시복식 인사말을 통해 “키베 신부님과 187위 복자께서 하느님의 사랑과 성모님의 도움으로 부활의 증인으로서 일본 교회에 남아주시길 기도한다”며 “남녀노소, 독신, 가족 모두가 피를 흘린 교회의 모습이 곧 교회임을 깨닫고 하느님의 증인인 188위 복자들을 본받는 일본 교회 공동체의 미래에 하느님의 축복이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전 도쿄대교구장 베드로 시라야나기 추기경은 시복식 미사 강론에서 “188위 복자는 만민이 소중하고 존경받고 인간답게 사는 세상이 되도록 기도하며 활동할 것을 우리에게 요구하고 있다”며 “하느님과 순교자가 청하시듯 우리 모두가 두려워하지 말고 하느님 앞에 나아가자”고 청했다.
사진설명
▲시복식 미사에서 전 도쿄대교구장 베드로 시라야나기 추기경이 성체 거양을 하고 있다.
▲전 교황청 시성성 장관 마르틴스 추기경이 교황 베네딕토 16세를 대신해 188위 시복 축하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일본교회는 이번 시복식을 통해 청(소)년신자 활성화를 도모한다고 밝힌바 있다. 사진은 시복식에서 기도를 바치는 일본 어린이신자들.
▲기도하는 일본신자들.
▲11월 24일 나가사키 빅N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 교회 ‘베드로 키베 사제와 동료 순교자 187위 시복식’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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