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있어야 상대 이해할 수 있죠"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가톨릭교회도 ‘서구 유럽의 침략세력’으로 보는 편견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긴 역사 안에서 서로가 쌓아온 상처를 치유하고, 깊은 반목을 덜어내기 위해 우선 ‘만남’을 시작해야 합니다.”
터키 이스탄불 ‘종교간 대화·일치 한인영성센터(이하 영성센터)’ 전담 고인현 신부(작은형제회 한국관구)는 종교간 대화와 일치를 위한 전제로 만남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만남을 지속할 수 있어야 서로를 알고 이해하는 단계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작은형제회 한국관구가 지난해 터키 이스탄불에 설립한 ‘종교간 대화·일치 한인영성센터’는 최근 이슬람 관련 서적의 번역, 출간 준비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연구 활동에 돌입했다. 특히 이 영성센터는 터키 사회에서 이슬람과 가톨릭간의 대화는 물론 한국 주교회의 등과 연계해 동·서양 종교와 문화 교류의 가교 역할도 할 계획이어서 관심을 모은다. 게다가 동로마제국과 오스만제국의 수도였던 이스탄불은 현재까지도 이슬람 뿐 아니라 다양한 그리스도교가 공존, 종교간 대화의 구심점으로도 중요성을 더한다.
고신부는 지난해부터 이스탄불에서 종교간 대화와 일치를 위해 사목을 펼치고 있다. 터키에 본당 혹은 순례사목이 아닌 타종교와의 대화를 소임으로 가톨릭 사제가 상주하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은 11월 24~28일 열린 작은형제회 ‘국제 대화 모임’ 참가차 방문했다.
고신부는 “인류 공동체의 평화와 공존을 위해 종교간 대화는 필수”라며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는 것만으로도 가톨릭과 이슬람 사이에 패인 깊은 골은 치유되기 시작한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고신부는 우선 이슬람교와의 학술 교류와 상호 전례 참석 등을 적극 추진해왔다. 최근에는 공식 초청 행사 외에도, 이스탄불 지역 내 이슬람교 이맘이 처음으로 작은형제회 수도회를 방문하고 지역주민들도 수도원 내 성당을 자연스럽게 오가는 등 더디지만 조금씩 변화가 일고 있다고.
이러한 교류에 대해 고신부는 “일방적인 선교가 아니라 서로 좋은 이웃으로서 마주하는 자리”라며 “종교간 만남과 대화는 각자의 신앙 또한 더욱 탄탄해지도록 돕는 기회”라고 강조한다.
아울러 고신부는 이스탄불 한인공동체 운영과 친교에도 협조하며, 영성센터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앞으로는 현지 가톨릭교회 뿐 아니라 한국 교회가 이슬람에 대해 잘 모르고 있거나 오해하는 부분을 올바로 알리는 데에 주력할 방침이다. 또 나아가서는 터키 사회 흐름에 발맞춰 터키 정부 및 이슬람교도들과 함께 이주민과 난민 등을 돕는 활동도 구상하고 있다.
“진리를 전하는데 있어서 오해와 편견을 두려워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우리 자신만을 위한 선교가 아닌, ‘현존’을 통해 이웃의 관계를 맺어가고 ‘진리’를 찾아가는 공동 노력을 통해 종교간 일치를 이루도록 힘써나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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