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어떤 신자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겨울에게서 많은 것을 배워요. 여름, 가을 온통 무성하고 아름답다가 저렇게 모든 잎을 떨어뜨리고 외로운 가지만 남기는 모습을 보면서 나 자신의 모습도 반성하게 돼요.”
참 옳은 말이다. 얼마 전까지 아름다운 색으로 사람들의 시선과 발걸음을 모았던 저 나무들이 어느새 외로운 줄기만 남아있다. 사람의 마지막 모습도 이와 같을 것이다. 무성한 나뭇잎처럼, 자신의 모습을 힘과 권위와 지식과 재물로 부풀려보지만 결국 마지막 날에는 누구나 똑같이 자신의 육신 외에는 아무것도 보여줄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지금 아무리 잘났다고 고개 들어봤자, 또 다른 사람들 위에 군림해봤자, 모두 허사인 것이다. 오히려 부끄러움을 당하지 않기 위해 자신을 낮추고 또 낮추는 것이 옳은 일이다.
오늘날 우리 주변에는 오만과 자만과 교만이 성공이라는 가면을 쓰고 전염병처럼 돌아다니고 있다. 자아실현이나 세상에 희망을 가져다주는 성공이 아니라 누구처럼 어느 위치에 오르고, 어느 대학에 들어가고, 어떻게 돈을 버는지에 대해 더 관심이 높다.
이 전염병은 이미 우리의 청소년들에게도 퍼져있다. 청소년들에게 ‘꿈이 뭐니?’ 하고 물으면 좋은 대학 가서 돈 많이 버는 것이라는 가슴 아픈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듣는다.
출세를 우선으로 꼽는 아이들에게는 선의의 경쟁이 없다. 그리고 마음을 터놓는 친구도 부족하고, 이해와 용서도 부족하다. 오로지 자신이 높아지려고 할 뿐이다. 남들보다 더 배워야하고, 뭐든 더 잘해야 할 뿐이다. 이런 아이들과 또 이렇게 자란 사람들에게 성탄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인간에 대한 지극한 사랑 때문에 스스로 비참한 인간, 그것도 나약한 아기의 모습을 취한 예수님을 그들이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싶다.
어느덧 대림시기가 찾아왔다. 대림은 도착, 찾아옴이라는 의미를 지닌 라틴어 ‘Adventus’에서 유래하였다.
물론 도착할 분, 찾아올 분은 구세주이신 예수님이다. 대림 시기는 바로 인간을 위해 강생하시어 구약의 모든 약속을 이루실 주님의 성탄을 준비하고, 이와 더불어 다시 오시어 우리를 죽음과 죄에서 구원하실 예수 그리스도를 준비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준비를 복음은 깨어 기도하라는 말씀으로 가르치고 있다. 깨어 있는 삶이란 어떤 것일까?
예수님께 한 백인대장이 찾아왔다. 그에게는 그의 상관도 있고 부하들과 부리는 종들도 있었다. 그런 그가 자신의 종을 직접 치유하러 가시려는 예수님께 이렇게 말한다. “주님, 저는 주님을 제 지붕 아래로 모실 자격이 없습니다. 그저 한 말씀만 해 주십시오. 그러면 제 종이 나을 것입니다.”
깨어 있는 삶이란 바로 백인대장의 겸손과 굳건한 믿음이다. 어느 정도 권력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결코 자만하지 않고 자신을 낮추어 예수님의 말씀에 자신의 모든 희망을 두는 그 모습이 바로 대림시기에 우리가 갖추어야 하는 자세인 것이다. 이렇게 겸손한 사람은 더 사랑하고 더 용서하고 더 이해할 수밖에 없다. 주님께서도 자신을 더 사랑하고 용서하고 이해해주시기를 희망하기 때문이다.
기다린다는 것, 그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특히 언제 올지 모르는 그 날과 그분을 기다린다는 것은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 이 기다림을 포기하고 살아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주님께서 반드시 오신다는 희망을 가진 사람에게는 이 기다림이 설렘, 기쁨의 시간이 될 것이다. 마치 시장에 가신 어머니께서 무엇을 사오실지 생각하며 창밖을 내다보며 기다리는 아이들의 마음처럼 말이다. 그러므로 이 설렘의 시기, 대림을 진정으로 잘 보내기 위해 겸손하게 살아가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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