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뜻 따르려면 가치관 변환부터
잘못된 형성 바로잡기 위해 영적 차원 접근 필요
겸손한 자세로 마음 열고 궁극적 목표 지향해야
아기들은 대부분 ‘몸’ 중심으로 생활한다. 신덕과 망덕 애덕도 모두 생체(生體)를 통해 배운다. 몸이 아플 때 품에 안아주시는 어머니를 통해 사랑을 배운다. 배고프고 짜증이 날때마다, 지칠때마다 옆에는 늘 어머니가 있다. 아기들은 그래서 어머니에 대한 신뢰를 갖는다. 더 나아가 어머니 자체가 희망이다. 아기들은 이렇게 신망애(信望愛) 삼덕(三德)을 몸으로 체험한다.
하지만 초등학교,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이같은 체험은 중대한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자신에게 믿음, 희망, 사랑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하는 것이다. 오직 신망애 삼덕만 체험하던 아기가 이제는 가려서 사람을 대하게 된다. 소위 머리가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자신에게 잘 해주는 사람에게는 잘 해주고, 싫은 사람에게는 무시하고 불평하고 싫어하게 된다. 교육과 사회생활을 통해 판단하고 생각하는 정신적 능력은 성장하지만 정작 영적 단계는 성장하지 못한다.
물론 사회 자체가 완벽한 선(善)의 사회가 아니기 때문에 분별력이 필요하다. 여기서 지혜와 슬기가 요청된다. 교육은 따라서 지혜롭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잘못되게 형성된 것이 있다면 이제 올바로 형성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
육신과 정신은 한계가 있다. 그리고 다분히 현실적인 것에 치우쳐져 있다. 우리는 인간이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볼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지금까지 누누이 말했지만 이러한 힘이 바로 인간의 핵심 형태(core-form)다.
10년 혹은 20년 넘게 잘못 형성되어온 나 자신의 습관이 있다. 누구나 다 있다. 만약 나는 잘못 형성된 습관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겸손함 혹은 자신에 대한 성찰 능력이 잘못 형성된 것이다. 이러한 잘못 형성된 습관들을 고치는데, 육신으로 하려고 하면 안된다. 정신의 능력으로 하려고 해도 어렵다.
사춘기 자녀가 잘못된 행동을 할 수 있다. 이를 육신적 차원이나 정신적 차원에서 짧은 시간에 강압적으로 고치려 해서는 안된다. 그렇게 해서는 고쳐지지도 않는다. 영(靈)에 주목해야 한다. 영은 궁극적 목표와 궁극적 의미, 궁극적 발견을 해내는 힘이다. 공부를 하기 싫어하는 자녀가 있다면 우선 자녀의 의견에 동의하고, 자녀가 잘 하는 것에 대해 상기시켜 주고, 그 다음에 천천히 공부가 필요한 이유,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대화해야 한다.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아이 스스로 궁금해 하고, 대답을 찾도록 해야 한다. 책은 유익하고 재미있는 것이라고 스스로 생각하게 해야 한다. 인격성장이 얼마나 행복하고 아름다운 일인지 영이 움직여서 알도록 해야 한다.
지금까지 육신과 정신이 쌓아왔던 덕행과는 다른 것들을 쌓도록 도와야 한다. 학교 교육을 통해 육신과 정신적 차원에서 지금까지 우리가 쌓아온 것은 대부분 승부하는 것, 즉 경쟁관계다. 타인을 종속시켜야 하고, 승리해야 한다. 많은 이들이 타인을 종속시킬 때 진정한 행복을 느낀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종속당하지 않아야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목적에 맞게 살려면, 하느님께서 내 안에 미리 형성시켜 놓은 그 무엇을 키워 나가려면. 가치관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육신적으로, 정신적으로 경쟁에서 이기려고만 해 왔다면, 이제 그런 성향은 재형성시키고 초형성시켜야 한다. 초월적 성향에서 중요한 것은 나와 하느님과의 관계다. 나와 하느님과의 관계에서 길러야 하는 것은 합치의 성향이다.
인간이 정신적인 차원에 한정해 살다보니, 소유욕이 굉장히 강해지고 있다. 하느님께서 만들어 주신 이 세상이 어찌 나만의 소유를 위한 것인가. 세상은 모든 이들이 공유하는 세상이다. 소유하기 이전에 모든 이들이 공유하면서 함께 즐겨야 한다.
이젠 좀 더 깊은 차원을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내 생각이 좋다 하더라도 보다 더 높은 차원, 궁극적 의미 궁극적 목적을 생각해야 한다. 이 힘이 바로 영, 마음이다. 정신적인 생각이 좋다 하더라도 그걸 초월하는 영적 차원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겸손하게 낮추어야 한다. 궁극적으로 더 좋은 계획, 더 좋은 목표가 무엇인지 늘 생각해야 한다.
이제부터는 마음을 열어야 한다. 형성적 신비께서 인도해 주시고, 계획하시는 바로 그것이 무엇인가를 찾아 나아가야 한다.
정영식 신부(수원교구 영통성령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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