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힘들지? 제대로 노는법 알려줄게!”
아동 심리적 스트레스 가중 신체화 증상으로 나타나
놀이로 마음 열고 즐거움 알도록 자연문화학교 열어
10만 명당 4.9명. 통계청이 발표한 ‘2008년 청소년 통계’에 따른 우리나라 청소년(5~24세)의 자살률이다. 마냥 순수해야 할 아이들을 죽음의 나락으로 끌고가는 것은 무엇일까?
“아이들을 공부하는 기계로만 키우다보니 청소년 자살률이 높아지는 겁니다. 아이들에게 몸으로 풀어낼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줘야지요.”
인권주일인 대림 2주, 두 번째 촛불로 아이들의 닫힌 마음을 열어주는 아동심리치료사 부부 동석표(티모테오·39·인천 산곡동본당)와 박현주(테레사·38)씨를 만났다.
#촛불, 아이들과 웃다
인천시 부평구 도계동의 한 상가 3층은 즐겁게 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하다. 아동심리치료사부부 동석표·박현주씨가 운영하는 놀이학습공간 ‘아트엔짐’ 덕분이다.
이들이 교육법인 아트엔짐을 세운 것은 13년 전이다. 사실 인천교구 청소년국에서 레크레이션 봉사로, 본당 주일학교 교사로 봉사하던 부부가 아동심리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그들의 아이들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심리적인 스트레스가 신체화 증상으로 나타났어요. 어린이 집에 갈 시간이 되면 배가 아프다고 하고 가기 싫다고 떼를 쓰곤 했죠.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예요. 심리적인 스트레스가 신체화 증상 혹은 과도한 흡연과 음주는 물론이고 폭력과 자살로까지 나타나기도 해요.”
그때부터 동씨는 행동치료를, 박씨는 미술치료를 공부했고 뜻이 맞는 이들과 함께 아트엔짐을 만들게 됐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 놀면서 행복을 알았으면 하는 작은 바람으로 시작한 것이다.
이곳에는 많은 아이들이 찾아온다. 놀이가 그리워서 오는 아이들, 마음이 아픈 아이들을 비롯해 장애를 가진 아이들까지도 이곳에서 즐거움이 무엇인지, 놀이가 무엇인지 깨닫는다. 동씨 부부도 언제나 아이들과 함께한다.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분원을 찾아다니면서도 힘들어하기보다는 즐겁다는 반응이다. 놀이를 통해 조금씩 마음을 열고 즐거움을 알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이들에게는 피로회복제이기 때문이다.
“요즘 아이들은 감정 표현에 자유롭지 못해요. 글씨를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부모가 만들어 놓은 틀 안에서 온실 속의 화초처럼 컸기 때문에 타인에 대한 배려는 물론 사회부적응 아동이 늘어나고 있어요.”
동씨 부부는 특히 장애아동 심리치료에도 관심이 많다. 학교 몇 곳에서 장애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행동심리치료 교육도 펼칠 정도다. 아트엔짐에서도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이 함께 놀 수 있는 있도록 통합교육을 마련해 어렸을 때부터 장애에 대한 편견을 깰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촛불, 새로운 세상을 만들다.
동씨 부부는 최근 충북 제천시 덕산면 신현리에 있는 한 폐교를 인수했다. 오래 전부터 계획했던 자연문화학교 ‘오늘’을 만들기 위해서다. 주변에서는 돈이 된다는 노인요양원을 해보라고 권유도 하지만 동씨 부부의 생각은 확고하다.
“생각보다 많은 도시 아이들이 마음에 병을 갖고 있습니다. 이것은 놀지 못해 생기는 병이죠. 그런 아이들이 푸른 산과 깨끗한 물과 따뜻한 흙이 있는 곳에서 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연문화학교에는 가족이 함께 가구를 만들 수 있는 목공을 가르치는 공방과 동씨의 매형 김창기(안토니오)씨의 갤러리 등 문화공간을 마련해 가족들이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이들이 도시와 떨어진 외딴 시골에 자연문화학교를 만든 이유도 궁극적으로는 장애아동 심리치료를 위한 것이다. 장애아동 행동치료를 하면서 사람들의 편견으로 인해서 자유롭게 돌아다니지 못하는 장애 아동에게 마음껏 뛰놀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싶었다.
“촛불도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밝은 빛이지만 어두운 빛이 될 수도 있어요. 그것처럼 장애도 보는 사람에 따라서 의미가 달라질 수 있겠죠. 장애는 그저 비장애인들이 가지고 있는 단점의 일부일 뿐이라고 생각해요.”
아동심리치료를 시작하면서부터 가지고 있었던 꿈을 10여 년 만에 이뤘다며 즐거워하는 동씨 부부 얼굴은 작은 촛불처럼 빛났다.
사진설명
▲부모의 틀 안에서 자란 요즘 아이들은 감정 표현에 자유롭지 못하다. 이들에게 필요한건 바로 '놀이'다.
▲동씨 부부는 최근 충북 제천시 덕산면 신현리에 있는 한 폐교를 오래 전부터 계획했던 자연문화학교 '오늘'을 열었다.
▲동석표·박현주 부부는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며 행복을 알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아트엔짐'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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