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인간 생명 박탈할 권리 없어”
교회는, 하느님에 의해 창조된 인간은 그 분의 피조물 가운데 가장 존귀한 존재로 그 생명 또한 존엄하다고 밝힌다. 따라서 창조주가 아닌 어느 누구도 인간의 고귀한 생명을 박탈할 권리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교회의 이러한 전통적인 가르침은 곧 어떤 권위에 의해 사형제가 존속되는 것 자체가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죽음의 문화임을 천명하는 것이다.
사형제도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은 교황 문헌이나 가톨릭 교회교리서에도 분명히 드러나 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1995년 발표한 회칙 ‘생명의 복음’에서 “(공권력은) 처벌의 본질과 범위를 신중하게 평가하고 결정하여야 하며, 절대적으로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곧 다른 방법으로는 사회를 보호할 수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범죄자를 사형에 처하는 극단까지 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 분명하다”고 밝히고 있다.(56항)
회칙 ‘생명의 복음’이 인용하고 있는 ‘가톨릭 교회교리서’ 2267항도 “공격자에게서 사람들의 안전을 방어하고 보호하는 데 사형이 아닌 방법으로도 충분하다면 공권력은 그러한 방법만을 써야 한다. 왜냐하면 그러한 방법들이 공동선의 실제 조건에 더 잘 부합하기 때문이며, 인간의 품위에 더욱 적합하기 때문이다”라고 전하고 있다.
사형제도에 대한 교회의 반응과 입장은 비단 문헌으로뿐 아니라 사회적인 이슈로 사형제도가 등장할 때마다 지속돼 왔다. 가장 가까이는 사담 후세인의 사형이 집행된 후 교황청의 반응. 교황청 대변인 페데리코 롬바르디 신부는 사담 후세인의 사형 집행이 이뤄진 후 즉각 성명을 발표하고 “사형 집행 소식은, 비록 그것이 아무리 흉악한 중범죄자에 대한 것이라고 할지라도 언제나 비극적인 소식”이라며 “죄인을 죽이는 것은 결코 정의를 바로 세우고 화해를 이루기 위한 방법이 아니라 반대로 복수심에 불을 지르고 새로운 폭력을 야기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한국 교회도 어떤 종교보다 앞서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입장을 적극적으로 밝히고 사형폐지운동이 뿌리내리는 데 기여한 바 있다. 김수환 추기경은 2007년 10월 가톨릭신문 기고를 통해 “오늘날 제기되는 사형제도의 존속이 범죄를 예방하는데 큰 효과가 있다는 주장은 단지 추상적인 가정에 불과하며, 실제적인 영향력은 확인된 바도 없고, 미지수”라고 전하고 “따라서 사형이 아닌 다른 형벌을 적용하는 것이 공동선과 인간의 존엄성 수호에 더욱 부합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국 교회는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범종교연합 창립 지대한 역할을 했고 주교회의 산하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 각 교구 교정사목위원회를 통해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활동을 활발히 전개하며 사형제 폐지에 대한 공감대를 사회 전반에 형성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다만 사형제도가 범죄를 억제할 것이라는 편견, 흉악범은 응당 징벌을 받아야 하고 사형은 합당한 징계 수단이라는 국민감정은 사형제도 폐지 노력의 걸림돌로 여전히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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