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의 불길 타오르게 하소서”
성령의 불길이 활활 타올랐다. 공부에 대한 근심도, 하느님을 의심하며 성당을 멀리했던 부담감도, 가슴 깊숙한 곳에 자리한 성령의 은총으로 눈 녹듯 사라졌다.
올 들어 가장 추웠던 12월 6일 안양 중앙성당. ‘안양대리구 청소년·청년 합동견진성사’를 위해 성당을 가득 메운 900여명의 청소년·청년과 대부모, 가족들이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렸다. 대리구장 한상호 신부를 따라 모두가 한 목소리로 외쳤다.
“사랑의 성령님, 뜨거운 당신의 숨결로 우리를 가득 채워주시고 당신 안에 거듭날 수 있도록 우리 모두를 이끌어 주소서. 딱딱하게 굳은 마음, 죄악으로 병든 마음 주님께서 다 씻어주셔서 온전히 성령으로 가득 찬 삶은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오늘 제가, 제 아들과 딸이 성숙한 신앙인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대리구 24개 본당 청소년·청년과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인 이날 행사는 교회의 미래인 젊은이들의 축제이자 새 약속의 장이었다.
‘우리가족 찾기’ 운동 일환으로 마련된 합동 견진성사는 신앙의 열의가 식어버린 청소년들과 청년들이 성사의 은총을 통해 신명나는 신앙생활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돕고자 기획된 것.
이미 각 본당에서 한 차례 강의를 듣고 성경을 필사한 425명의 견진대상자들은 이날 생활성가그룹 이노주사의 ‘바오로 사도의 전도여행’ 뮤지컬을 관람하고, 정광해 신부(하우현본당 주임)와 권동완(스테파노)씨의 특별강론과 성령체험을 마음에 새기며 견진성사를 받기 전 자신의 신앙을 되돌아봤다.
정광해 신부는 “하느님께서 나에게 오실지 걱정하지 말고 편안한 마음으로 견진성사에 임한다면 우리에게 놀라운 은총을 내려주실 것”이라 했고, 올 10월 견진성사를 받고 하느님 체험의 기쁨을 소개한 권씨는 “내 마음속에 항상 자리하신 하느님을 절대 의심하지 말고 기도하면 하느님께서는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내시고 큰 은총을 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진 견진예식 중 신앙고백을 통해 ‘특별한 모양으로 여러분에게 내려오시는 주님이시며 생명을 주시는 성령’을 ‘믿는다’고 답한 견진 대상자들은 한명씩 앞으로 나와 크리스마 성유를 이마에 바름으로써 성령 특은의 날인을 받았다. 장애로 대부모의 손을 잡고 힘겹게 나온 청소년부터 신앙생활 10여년 만에 그토록 기다리던 견진성사를 받는 청년들까지 모두가 하느님의 자녀로 새롭게 태어난 감격을 가슴깊이 새기며 사제의 안수를 받았다.
본당 청년 14명과 함께 이날 견진성사를 받은 김세종(다윗·오전동본당 청년회장)씨는 “해이해졌던 신앙을 다잡고 성당에서 열심히 생활할 것을 다짐하고자 견진성사를 신청했다”며 “견진성사를 준비하며 청년들과 함께 했던 겨자씨 성경모임과 피정은 신앙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는 좋은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초등학교 6학년 딸 로사의 견진성사를 축하하고자 성당을 찾은 김영구(미카엘)씨는 “로사가 견진성사를 받기 위해 성경을 필사하고 기도하는 모습을 뿌듯하게 봐 왔다”며 “오늘 견진성사를 통해 신앙적으로 성숙한 신앙인으로 성장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견진성사를 받고 자리에 앉은 이들의 가슴에는 이제 이름표가 없다. 방금 전까지 견진 대상자였던 청소년·청년들은 이제 이름표를 떼고 어엿한 신앙의 어른이 됐다. 보편지향기도를 통해 쉬는 청소년·청년들에게 은총 주시길 기도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벌써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쉬고 있는 청소년들, 주님 멀리하는 청소년들이 주님을 잊지 않고 기억하여 주님 품 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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