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 달라도 교회 안에 우리는 한 형제”
“시복식은 피를 흘리며 신앙을 증거한 순교자들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을 초대하고 베푸는 희망의 잔치입니다. 이 뜻 깊은 잔치에 함께 한 한국의 주교님들과 신부님들 그리고 신자들에게 감사 드립니다.”
시복식 직후 만난 일본교회 ‘베드로 키베 신부와 187위 순교자 시복식’ 실행위원장 다카미 미츠아키 대주교(나가사키대교구장)는 “나라도 문화도 다르지만 이번 시복식을 통해 한 교회 안에 함께 기도하는 형제임을 두 나라 신자 모두가 체험했으면 좋겠다”며 “특별히 영적인 도움을 많이 받아가시길 청한다”고 했다.
다카미대주교가 위원장을 맡고 있는 시복식실행위원회는 이번 시복식의 사전준비와 시복식 당일 전례 및 기념행사 등을 총괄하는 기구. 일본 주교회의 시복시성특별위원회와 함께 이번 일본 교회 시복식을 처음부터 끝까지 준비하고 일본 교회 전체의 경사로 이끌어낸 중심 조직이다. 때문에 다카미대주교는 시복식이 끝난 후에도 교황청 시성성에 제출할 ‘시복예식서’와 앨범 제작 등으로 여전히 분주한 모습이었다.
“3만 명이나 되는 신자들이 경건하게 시복식에 임하는 모습, 철저한 준비가 느껴지는 전례 진행 등에서 일본 교회의 저력을 본 것 같다”고 하자 다카미대주교는 “사실 이렇게 큰 행사가 일본 교회 주최로 열린다는 것 자체가 어려움이었다”며 “나가사키대교구의 많은 신자들이 솔선해 나서 이번 행사를 준비했기에 가능했다”고 밝혔다.
다카미대주교는 이어 “일본의 성인과 복자들의 시성·시복식은 그동안 로마에서 열렸고 박해가 계속되던 당시 일본 신자들은 그 소식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며 “때문에 일본 교회가 준비한 이번 시복식이 특별히 이곳 나가사키에서 열리게 된 것은 크나큰 영광”이라고 전했다.
다카미대주교는 “일본 주교회의 안에서 논의가 이뤄져야겠지만 이제는 일본 교회 205위 복자들을 위한 시성운동에 나서야 할 때라 생각한다”며 “한국의 선배 신앙인들도 포함된 205위 복자들께서 성인 반열에 오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때가 왔다”고 했다.
“나가사키의 성지를 찾는 한국 신자들이 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앞으로도 양국 교회가 성지순례 등 다양한 교류를 통해 더욱 가까워졌으면 좋겠습니다. 일본 신자들도 한국의 성지를 찾아 한국 순교사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한국 교회가 배려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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