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째 수원 안나의 집(노숙인급식소) 운영하는 김하종 신부
"새 보금자리서 더 많은 사랑 베풀어야"
10년간 62만 2153명의 배를 불린 곱슬머리 외국인 신부가 있다. 바로 수원교구 성남 안나의 집 김하종 신부(본명 빈첸시오 보르도·오블라띠 수도회·이탈리아인). ‘하느님의 종’이 되고 싶어 직접 지은 이름이다.
김신부가 노숙자들을 위해 1998년 문을 연 안나의 집이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했다. 긴 시간 오로지 노숙인들을 위해 힘써온 덕분인지 안나의 집에 경사가 생겼다. 바로 노숙인센터를 마련한 것. 그동안 성남동성당 한켠의 가건물에서 노숙자들에게 저녁식사를 제공하고 실업상담 및 의료 서비스 등을 베풀어왔던 안나의 집이 노숙인센터 마련, 12월 9일 축복식을 갖게 돼 더욱 양질의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진 것이다.
김신부는 “안나의 집을 운영해온 지난 10년을 생각하면 놀랍다는 생각 뿐”이라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수도회나 교구, 정부 등으로부터 지원금 한 푼 없이 시작했지만 항상 도움의 손길이 끊이지 않았고, 지난해까지 총 62만여 명이 찾았을 정도로 식수인원이 늘었음에도 단 한 번도 급식을 중단하거나 취소했던 적이 없었다. 뿐만 아니라 저녁급식소만으로 시작했던 사업이 현재는 의료봉사팀 구성으로 무료진료 서비스는 물론 실업상담, 심리상담, 법률상담 등 노숙자들의 자활을 위한 각종 전문적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는데까지 이르렀다.
또한 천주교에서 운영하는 유일한 실내저녁급식소였던 안나의 집 영향으로 이제 서울역 인근을 비롯한 도처에 비슷한 형태의 급식소들이 생겨나는 긍정적인 효과도 나타났다.
김신부는 “아무도 본인이 선택해 노숙자 생활을 하지는 않는다”며 “사회에서 버림받았을지언정 교회에서조차 이들에게 무관심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노숙인 중 대부분은 어린 시절 고아가 돼 부모의 사랑과 도움을 충분히 받지 못했거나 장애를 안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이 취약해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조차 힘들다. 따라서 이들을 나약하고 어리석은 이들로 매도하기 보다는 따뜻한 관심과 배려로 지속적인 관리와 도움을 베풀어야 한다는 것이 김신부의 설명이다.
김신부는 “식사를 제공하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들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희망을 주는 일”이라며 “예수님의 상처를 치유하는 마음으로 이들을 돌봐줄 수 있는 사랑 넘치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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