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공동체가 외국에서 들어왔기 때문에 한국인들에게 거부감이 있다는 말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가톨릭교회도 외국에서 왔으니 거부감을 느껴야 합니까? 초기와는 달리 한국 교회에서의 소공동체 활성화가 어렵다는 것은 소공동체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그것은 진정한 교회가 한국에 정착하기를 원하지 않는 것입니다.”
세계 곳곳에서 소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세미나를 열고 있는 호세 마린스(Jose Marins, 브라질)·제리 프락터(Gerry Proctor, 영국) 신부는 “문화는 신앙이 아니며, 어떠한 문화도 신앙보다 크지 못할 뿐 아니라 서로 상충되는 것도 아니다”라며 “혹시 각 나라에 그릇된 문화가 있다면 그저 내버려둘 것이 아니라 신앙인으로서 잘못을 말하고 변화시켜 나갈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마린스·프락터 신부는 특히 사제들의 권위의식 등으로 인해 한국에서 소공동체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타교회에서도 사제들과 관련한 문제는 늘 있어왔다”며 “그러나 사제들이 직접 밑바닥까지 내려가서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만나고 함께 생활하면서 스스로 변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사제들이 소공동체를 도입하지 않으려 하는 이유는 소공동체에 대해 올바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이해가 있어도 안일한 태도로 방관하거나, 도입을 원하지만 방법과 내용을 잘 모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 혼자서 너무 많은 일을 하고 있어 늘 바빠서 못한다는 이들도 있습니다. 사제들 스스로가 어떤 모습인지 반성해볼 필요가 있지요.”
이어 마린스·프락터 신부는 “아시아교회 주교단은 이미 소공동체를 교회 쇄신과 발전 방향으로 합의하고 천명했다”며 “주교들의 이러한 바람에도 불구하고 사제들이 소공동체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차단하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들은 한국 교회 구역·반모임이 소공동체의 다섯가지 요소 중 ‘경배’와 ‘말씀’에 치우친 면이 크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즉 각 구역·반모임들이 세상과의 관계보다는 교회 내 사람들과의 연관성에 더욱 중점을 두고,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하기 위한 공동체라기 보다는 ‘본당에 봉사하기 위한’ 공동체의 면모를 더 강하게 드러낸다는 설명이다.
“변화와 성장을 위해서는 과정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어린이는 어른은 아니지만,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아울러 평범한 사람들도 많은 것을 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좀 걸릴 뿐입니다. 소공동체의 모든 잠재력이 활성화될 때까지 기다리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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