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사목은 수용자와 출소자의 교정교화를 위한 사회복지의 한 분야로 사회복지의 한 축을 담당하지만 그 활동과 성과가 눈에 띄거나 부각되지 않는다. 교정시설엔 정치인, 경제인, 조직폭력배, 장애인, 새터민, 이주민, 청소년, 소년소녀가장, 노인, 환자, 다양한 부류의 여성, 일반인 등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있으며 이들 대상 교정사목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두려움이다. 교도소를 포함한 교정시설은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등 누구에게나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교정시설에 들어가는 절차부터가 까다롭다. 들어가서도 집회실 등으로 이동하면서 계속되는 철창문의 둔탁한 소리가 두려움을 가중시키고 만나는 사람들에 대한 막연함, 두려움(범죄자라는 선입견)도 그렇다. 항상 교도관의 통제 속에 움직여야 한다. 또 수용자가 출소 후 봉사자에게 자꾸 연락을 하면 부담스럽고 두려워진다. 만나는 것이 부담스럽고 혹시 거부하면 해코지라도 당할까 두렵다. 가끔 출소한 형제가 본당을 찾아가 도움을 청하면 두려움에 도와준 뒤 우리에게 연락하기도 한다. 그런 경우 출소자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기에 교정사목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만약 출소자가 찾아오면 교정사목위원회로 연락하고 출소자에게 교정사목 연락처를 알려주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
두 번째는 비공개 원칙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착한 일을 했으면 남에게 알리지는 않더라도 좋은 추억으로 갖고 싶어 사진을 찍는 경우가 있는데 교정시설은 그것이 쉽게 허용되지 않는다. 그래서 거의 모든 사진을 뒤에서 뒤통수만 찍는다. 그 활동상을 세상에 드러낼 수가 없기에 봉사자들의 동기유발이 부족하고, 또 봉사를 한 뒤에도 그 결과가 눈에 띄지 않는다. 교정사목의 열매는 수용자의 회개와 재범방지 및 사회복귀인데 이런 결과는 바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비연속성과 은폐성이다. 대상이 수용자였을 때와 출소자였을 때가 아주 다르다. 다른 사회복지활동의 경우 처음이나 끝이나 항상 장애인이요 이주민이라는 처지가 변하지 않지만 교정사목은 그렇지 않다. 교정시설에 있을 때는 수용자이지만 사회로 출소하면 일반인과 똑같다. 그리고 그들이 교정시설에 있었다는 것을(전과자라는 것을) 남들에게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출소 후에도 지속적인 관계 유지가 힘들고 또 출소할 때에 경제적 여유가 있는 이들은 연락을 거의 하지 않는다. 남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과거이기에 잊고 싶고 밝히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출소한 뒤에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교정사목위원회에 도움을 청하기도 한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현재 운영하고 있는 출소자들의 쉼터인 ‘밝음터’는 출소자들의 재활과 사회복귀를 돕는 중요한 몫을 담당하고 있다.
네 번째 특징은 ‘무소식이 희소식’이다. 경찰서, 교정시설에서의 연락, 그리고 다른 교구 교정사목의 수용자 확인 요청 등의 경우는 반갑지 않은 소식이 대부분이다. 다시 범죄를 저질렀거나 다시 수용되었다는 이런 소식은 정말 우리를 힘 빠지게 한다. 간혹 여주에서 만난 형제를 몇 개월 뒤 안양이나 수원에서 다시 보는 경우가 있는데 참 속상하다. 이 외에도 반복적인 봉사자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다른 사회복지에서의 미담이 여기선 스캔들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봉사자와 수용자간 연민이 사랑으로 바뀌면 축복 보다는 문제가 된다. 봉사자와 장애인, 이주민과의 사랑과 결혼은 아름다운 일이지만 수용자와의 사랑은 그 자체로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런 일들은 가능한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위와 같은 특징들로 인해 교정사목은 성직자, 수도자, 신자들, 그리고 일반 사람들이 가장 꺼려하는 활동이다. 전국적으로 9명의 신부가 교정사목을 담당하고 있는데 본당신부나 경찰사목, 사회복지를 겸임하는 경우가 많다.
수원교구는 다른 교구에 비해 가장 넓은 지역과 많은 교정시설을 담당하고 있으며, 각 시설에 수용되어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갇힌 이들에게 석방을 선포하라’(이사야 61,1)는 복음을 전하고 그들의 회개와 변화를 위해 벗으로 다가가고 있다. 또 재범을 방지하고 사회복귀와 자립의지를 스스로 해결하도록 돕고자 출소자들의 쉼터(밝음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소년원생들에게도 범죄를 예방하려는 목표로 항상 함께 하고 있다.
보이지 않게 활동하는 모든 봉사자들과 후원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