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께 순명하며 이웃과 나눠요”
아버지 사랑실천 배워 기안성바오로성당 터 봉헌
교리 가르치고 장례 봉사하며 선교활동에도 앞장
4대째 신앙을 이어오며 한 평생 나눔의 삶을 실천하신 기안성바오로본당 윤의순(88·바오로) 할아버지가 12월에 만난 바오로다.
▶ 기안성바오로성당의 터를 봉헌하셨다고 들었습니다.
- 아버지께서 자선사업을 하셨어. 그걸 보고 ‘나도 아버지처럼 이웃을 위해 학교도 짓고, 성당도 짓고, 그렇게 살아야겠다’하고 생각했지. 본당이 분가를 하게 됐는데 마침 내 땅이 있는 기안리로 한다기에 ‘지금인가 보다’ 생각하고 봉헌한 거야. 사실 토지 명의가 아들 요한에게 넘겨졌을 때 봉헌한 건데, 아들이 흔쾌히 내 뜻을 따랐지. 만약 아들에게 신심이 없었더라면 못하게 말렸을지도 모르지만…그것도 감사할 일이야.
▶ 성당을 지을 때 어려움은 없으셨는지요?
- ‘성당이 이제 주님께 봉헌되는구나’하고 생각하니까 너무 좋아서 잠도 제대로 못 잤어. 울타리 하나하나까지 손 안 간 곳이 없지. 신자가 아닌 사람들도 마을에 성당이 생기는 것을 아주 좋아했어. 원래 가건물에다 지으려고 공사 중이던 성당을 보고 ‘이왕 마을에 성당 짓는 거 제대로 건물을 올리는 게 좋지 않겠느냐’며 그들이 직접 신부님께 적극적으로 말씀 드리고 해서 가건물은 철수하고 벽돌 한 장 한 장을 새로 쌓아 올렸다니까. 마을 사람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지은 성당이라 의미가 더 크지. 빚도 하나 없었고, 큰 사고도 없었어. 성당 다 짓고 나니까 IMF가 터지더군.(웃음)
▶ 어떤 계기로 신앙을 갖게 되셨나요?
- 사실 내가 어릴 때 자주 아프고 해서 어머니가 무속 행위를 많이 하셨었지. 굿도 했으니까. 그때는 시대가 그랬어. 먹고 살기 힘든 때라. 그런데 어머니는 언젠가 그것이 ‘참 부질없다’는 생각이 드셨다더군. 마침 당시 이웃에 신학생을 친척으로 둔 사람이 있었는데, 그분이 성당 다니는 것을 보고 무속 신앙보다 낫다는 생각이 드셔서 그때부터 성당에 나가셨어. 그때는 기안리공소가 생기기 전이라 왕림성당으로 다니셨는데, 산도 넘고 아주 힘들게 걸어 다니셔야 했어. 공소가 생기고 나서도 일 년에 두 번, 성탄하고 부활 때는 꼭 왕림성당까지 다녀오시곤 하셨지.
▶ 기안리 공소회장으로 계실 때 어떤 활동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 당시에는 다 농사를 짓고 살았단 말이야. 농사지을 때 소가 네 사람 몫을 거뜬히 해냈거든. 그런 소가 없는 집들은 소를 빌려가 소 품삯으로 돈을 주고 그랬는데, 그때 나는 다른 사람들이 받는 품삯의 반 정도만 받거나, 어려운 사람들은 소를 그냥 빌려주기도 했지. 또 교리교사나 장의사 역할도 했지. 영세 받을 사람들에게 교리도 가르치고, 형편이 어려워 성상을 못 사는 사람들은 내가 사서 선물로 주기도 했어. 장례가 있으면 내가 염도 하고 연도도 해 주고, 돈 없어 장례 못 치르면 장례도 치러 주고 그랬어. 그 덕에 직접 도움을 받거나 옆에서 지켜본 외인들이 스스로 입교를 많이 했지. 그 덕에 우리 마을에는 신자가 전체의 반을 넘었으니까. 자동 선교가 된 거야.
▶ 그러고 보니 바오로 사도와 인연이 참 깊으신 것 같습니다. 어르신의 세례명도 그렇지만, 어르신께서 터를 봉헌해 현재까지도 다니고 계시는 성당의 주보도 바오로이시니 말입니다.
- 맞아. 우리 기안성당도 나랑 같은 바오로지.(웃음) 바오로 사도는 아주 열정이 대단하셨던 분이잖아. 이방인 선교도 많이 하시고, 아주 담대하고 훌륭한 분이라고 생각해. 세례명은 기안리 공소 초대회장이었던 내 대부님이 정해주셨어. 세례 받기가 쉽지 않았던 때라 그랬는지, 세례는 좀 늦게 받았지. 열여덟 살에 혼인할 때, 지금 할멈이랑 같이 받았어.
▶ 높은 연세와 건강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신앙생활을 이어가신다고 들었습니다. 요즘 일상이 어떠신지요?
- 건강이 좋지 않아 미사 참례도 자주 못 하는데, 미사에 참례하더라도 삼분의 일밖에 안 들려. 하지만 그리 불편하지는 않아. 그래도 내가 다 알아듣고 오거든. 그것 말고는 집에서 내가 옛날부터 봐왔던 교리책도 보고 성경도 보고 그래. (오래된 교리서를 꺼내 보여주신다. 1960년1월 2일 초판 발행 ‘상해천주교요리(祥解天主敎要理)’다) 보면 볼 수록 참 좋은 교리서야.
▶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신앙인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 제대로 된 밀알 하나만 있어도 괜찮아. 신앙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와 같아서, 자칫하면 삶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있는 모습 그대로 순명하며 묵묵히 살아가다 보면 살아 계신 하느님을 만나게 될 거야.
※ 인터뷰 전문은 교구 인터넷신문(http://news.casuwon.or.kr)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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