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덕한 인심에 병사들 지친 마음 ‘사르르’
변화하는 청년들 기호 맞춰 성탄선물상자 꾸리기에 혼신
신앙서적·교회신문도 보내
한해를 마무리하는 12월이 되면 본당들은 성탄절 준비에 여념이 없다. 주일학교 교사와 학생들은 성탄제에서 선보일 공연연습이 한창이고, 성모회원들은 성탄전야 미사 후 신자들이 함께 먹을 음식 장만에 분주하다. 특히 각 본당 군종후원회 회원들의 손길이 바빠진다. 군대 간 청년들에게 즐거운 성탄을 선물하기 위해서다.
성탄을 일주일 앞둔 이번 주에는 입대한 청년들에게 보낼 성탄 선물을 위해 팔 걷어붙인 이들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본다.
군대 간 아들을 둔 부모는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걱정이 늘어난다. 훈련 받다가 미끄러져 사고 나는 건 아닐까, 찬데서 밥 먹다 체하지는 않을까 등. 보고 싶을 때마다 찾아갈 수도 없으니 부모의 마음은 답답하기만 하다.
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함께하는 건 군종후원회원들의 몫이다. 매년 본당 청년 가운데 입대한 청년들에게 작은 선물을 보내는 것도 이런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다.
12월 7일. 서울 불광동본당(주임 홍성만 신부) 군종후원회원들은 회의가 한창이다. 얼마 남지 않은 성탄절을 대비해서 본격적인 선물작업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선물상자 구성이 주된 회의 내용이다. 매년 선물을 보내지만 청년들의 선호도 빠르게 변해 그들이 좋아할만한 성탄선물상자를 만들기 위해 고심한다.
한 달 전부터 주보를 통해 공지한 덕분에 올해 신청자는 38명이다. 전국 각지에 흩어져 나라를 지키는 믿음직한 청년들에게 보내는 선물이니만큼 신경도 많이 쓰이는 것이 사실이다. 조금이라도 더 정성을 담아내기 위해 후원회원들은 발품을 팔아 더 좋은 것, 더 맛있는 것을 하나 둘 모아온다.
이번 선물상자에는 손 트는 것을 방지해주는 바셀린 로션, 입술 보호제, 초코파이와 초콜릿 등이다. 또한 청년들의 영성에 도움이 되는 신앙서적과 교회 신문 등도 기본이다. 올해는 특히 성모상과 묵주팔찌도 특별히 주문해 동봉할 계획이다.
이렇게 보낸 선물상자는 군대 내에서 인기가 대단하다. 한번은 한 달 동안 선물을 받지 못한 청년이 있어 알아보니 우편담당 병사가 선물을 숨겨놨던 일도 있었다. 때문에 후원회원들은 군인들 앞에서 손이 커진다. 내무반에서 모두 함께 나눌 수 있도록 넉넉한 양을 준비하는 것은 필수다. 덕분에 선물상자는 간접선교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본당 군종후원회는 부활과 성탄, 일 년에 두 번 청년들에게 선물을 보낸다. 사실 6명의 회원들이 30여 명이 넘는 청년들을 위해 선물을 준비하는 것이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회원 모두가 직장을 갖고 있어 서로 시간을 내는 것도 어렵다.
점차 본당 후원회원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경제적으로도 여유롭지만은 않다. 하지만 이들이 6년 동안 꾸준히 청년들에게 선물을 보내는 것은 그만큼 보람이 있기 때문이다.
“집안이 어려워져서 갑자기 군대에 갔던 청년이 한 명 있었어요. 그 청년은 천주교에 대해서도 굉장히 회의적이었죠. 그런데 저희가 다달이 교회 신문과 잡지, 부활과 성탄 선물을 보내줬더니 군대에서 ‘이냐시오’로 세례를 받더라고요. 얼마 전에는 12월 초에 제대한다고 그동안 감사했다고 전화도 왔어요.”
이밖에도 본당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청년들이 많다고 한다. 이들의 편지를 읽고 있을 때 후원회원들은 마치 아들이 보낸 편지인 양 가슴이 따뜻해진다고 전했다.
불광동본당 군종후원회 양미옥(루치아·58) 회장은 “군대에 간 청년들은 심적으로 매우 외롭고 고달픈 상태”라며 “우리가 보내는 이 선물이 그들에게 아픔을 달래고 치유할 수 있는 도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양씨는 또 “청년들이 선물을 통해서 하느님의 더 큰 사랑을 느낀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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