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찬미 예수님
2009년 기축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사랑하는 애독자 여러분에게 새해 인사를 드립니다.
새해, 하느님의 은총이 여러분의 가정에 충만하시기를 빌며, 여러분 모두 언제나 참 행복, 참 기쁨을 누리시기를 빕니다.
올 해 저희 가톨릭신문은 하느님을 닮는 길, 더욱 인간답게 사는 길, 바로 그 길이 되겠습니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인간 생명의 존엄과 가치, 가정 복음화의 중요성을 더욱 외치겠습니다.
오늘날 무한질주 하고 있는 생명과학의 발전을 보면서 과연 생명과학이 인류의 미래인가? 아니면 파멸인가? 하고 묻고 싶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요즈음 매스컴에서는 의료기술의 발달로 앞으로 인간의 수명이 훨씬 높아질 거라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그동안 생명과학의 눈부신 발달로 많은 질병이 극복되었고, 앞으로는 불치병이라 일컬어졌던 암이나 에이즈 같은 질병들도 극복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까운 미래에 인간 수명은 적어도 20~30년은 더 길어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뿐만 아니라 부족한 식량문제도 생명과학의 기술로 해결이 될 전망이고, 나아가서는 손쉬운 장기이식의 기술도 개발이 되고, 심지어는 동일한 유전자를 가진 복제인간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하니 참으로 생명과학의 발전은 놀랍습니다. 더군다나 안락 살해가 존엄사로 둔갑하여 합법화를 주장하고 있으니 더더욱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과연 이러한 생명과학의 발전이 ‘진정 누구를 위한 것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늘날 진행되고 있는 생명과학의 연구와 그에 따르는 결과들을 볼 때 오직 경험적이고 효율적인 것만이 지배하는 경험적 과학지식과, 과학의 이름으로 타인의 자유는 물론 존재까지도 침범하는 극단적인 개인주의가 판을 치고 있습니다. 여기에 인간은 생명과학의 발전을 위한 도구로 전락하고, 인간 개인의 생명이 또 다른 개인의 생명을 위해 희생되고 있습니다.
생명과학의 발전은 어디까지나 인간에 대한 봉사, 곧 인격이 존중되고 생명이 온전히 보호받는, 인간에 대한 봉사가 그 목적이 되어야 합니다. 그 발전을 위해 인간이 단순히 수단이 되어서는 결코 안 될 것입니다.
한마디로, 과학과 기술은 언제나 ‘인간’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고, ‘인간’을 위한 봉사가 그 근본 목적이 되어야만 합니다. 여기에 진정한 생명과학의 발전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생명과학과 기술이 결코 인간을 지배하거나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판단하거나 결정 할 수는 없습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인류의 종말은 그리 멀지 않을 것입니다.
“현대의 인간은 그 어느 때보다도 자기 자신의 재능과 창의력을 각별히 쏟아 이룩해 놓은 것들이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자기파멸을 몰고 오는 수단이자 도구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두려워한다.”(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회칙 ‘인간의 구원자’, 제15항)
인간이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공동체는 ‘가정’입니다. 가정은 인간이 삶을 영위해 나가는 데 필요한 여러 조직 중에서 가장 기본적인 조직이자 근본 세포입니다. 이 근본 세포인 가정에서부터 다른 모든 세포가 출발되고 조직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가정은 모든 인간관계의 출발점이자 수렴점인 것입니다. 이러한 가정은 또한 ‘생명’을 잉태시키는 거룩한 장소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가정과 생명은, ‘생명과 가정’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따라서 가정이 무너지면 곧 생명도 무너지게 됩니다. 가정의 해체, 가정의 붕괴는 곧바로 생명의 파괴, 생명의 붕괴를 가져오게 됩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의 가정이 심각할 정도로 해체되고 붕괴되어 가고 있습니다. 이혼율은 해마다 최고의 기록을 갱신할 정도로 심각합니다. 뿐만 아니라 1973년 2월 8일 모자보건법 제정 이후 우리나라의 낙태는 1985년 이후 연간 150만~200만 건으로 추정될 정도로 일반화되어 있으며, 이와 함께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인 1.07명으로 급락하였습니다. 또한 혼인제도 자체의 의미 상실과 성(性)개방 풍조의 확산으로 인한 동거 급증 현상과 독신 선호 현상, 동성 결혼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노령 인구, 이혼 고아, 소년소녀 가장, 결식아동 등의 급증 그리고 가정 폭력 문제와 청소년들의 일탈 문제 등 가정과 관련된 문제는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매우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러한 가정 위기와 해체현상 저변에는 무엇보다도 물질주의와 이기주의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경제 우선을 최고의 목표로 삼아왔습니다. 그래서 인간의 생명을 수단으로 삼은 정부의 오랜 인구정책은 사회 윤리도덕의 약화를 가져왔고, 이로써 부각된 개인주의와 쾌락주의는 학교 인성교육 약화와 가정교육 부재현상 속에 생명경시, 폭력, 대화단절, 이혼, 청소년 비행 등 각종 병리현상을 낳고 있습니다.
이러한 병리현상의 첫 번째 피해자는 가정이고, 상처받고 해체된 가정은 사회에 또 다른 형태의 문제를 야기하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위기에 처한 우리의 가정을 살리는 길은 무엇보다도 ‘가정 복음화’일 것입니다. 가정의 복음화가 그 어느 때보다도 강조되는 이 시기에 우리는 우선적으로 ‘가정 복음화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하면서 가정 복음화를 위한 구체적 대안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사랑하는 애독자 여러분!
여러분은 그리스도의 빛을 세상에 비추는 하느님의 자녀들입니다. 따라서 우리 모두 이 세상에 하느님을 닮는 길, 더욱 인간답게 사는 길이 무엇인가를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올 한해도 우리 모두 인간 생명의 존엄과 가치를 수호하는 일에 앞장서면서, 우리 모두의 가정이 하느님의 은총으로 복음화 되도록 더욱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새해, 애독자 여러분의 가정에 하느님의 은총이 충만하시기를 거듭 빌며, 올해에도 언제나 참 행복, 참 기쁨을 누리시기를 빕니다.
가톨릭신문사 사장 이창영(바오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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