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이제 영원이 다가옵니다
예수님, 이제 끝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제 한 많은 인생의 마지막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병들고 나약한 인간이기에 그저 한숨만 쉬고 눈물만 흘릴 뿐입니다.
살면서 더 건강하게 지내지 못해 아쉽습니다. 살면서 더 풍족하게 누리지 못해 아쉽습니다. 살면서 더 명예롭게 남기지 못해 아쉽습니다. 돌아보니 제 인생이란 이름으로 새겨진 기억 하나하나가 못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그러나 예수님. 차가운 바람이 삐져나온 맨발을 스치자 아릿한 통증이 느껴지며 문득 당신의 죽음이 떠올랐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순결한 모습으로 나신 분. 온 인류가 숨죽여 기다려온 고귀한 존재. 세상을 구원하러 온 하느님의 아들.
그런 당신이어도, 아니 그런 당신이었기에 죽음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인간의 모습을 한 당신의 인성은 고통을 말했지만 인간을 위하는 당신의 신성은 사랑을 말했습니다. 그리고 담대히 죽음을 기다리셨습니다.
이제 당신이 태어날 시간입니다. 인간이 무엇이기에 인간의 모습으로 태어나시려고 합니까. 당신의 사랑이 얼마큼이기에 훗날 인간의 죄를 대신해 죽으셔야만 합니까.
예수님, 이제 영원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깨달음을 얻은 인생의 새로운 시작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사는 동안 많은 이들의 보살핌을 받고, 당신의 사랑을 받은 인간이기에 그저 고마움에 눈물만 흘릴 뿐입니다.
알파요 오메가인 예수 그리스도님. 이제는 압니다. 탄생이 시작이 아님을. 죽음이 끝이 아님을. 이제껏 누리고 산 모든 것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알아온 모든 인연들에 감사합니다. 살면서 당신 이름을 알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저는 기다립니다. 나보다 먼저 간 이들이 살고 있을 천상낙원을 기다립니다. 다시 시작될 제 영혼의 날개짓을 기다립니다. 무엇보다 환한 미소로 저를 반겨주실 당신을 기다립니다.
두려움 없이 기다리게 하소서. 후회 없이 기다리게 하소서. 죽음을 기다리며 태어나신 당신처럼 저도 다시 태어나기 위한 죽음을 기다리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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