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격변 속 내·외적 쇄신 발판 마련
보편교회 특별희년 겹경사 … 영성 강화에 노력
죽음의 문화·생명경시 맞서 생명수호 활동 활발
그릇된 사적 계시에 신앙훼손 우려한 교령 발표
올 한해 우리 사회는 대통령과 국회의원 선거, 올림픽 등 굵직굵직한 행사에 이어 심각한 자살문제와 경제 불황 등의 질곡을 넘어야 했다. 이와 함께 한국 교회도 격변의 사회 분위기에 대응해 보다 올바른 가치관과 그에 대한 실천이 확산될 수 있도록 힘써왔다. 2008년을 마무리하며 올 한해 한국 교회가 이끌어온 주요 사목활동과 변화의 흐름을 ‘교회사목’과 ‘사회사목’으로 나눠 2주간에 걸쳐 싣는다.
# 인간생명 수호 노력 지속
2008년 한국 교회 사목현장도 예년 사목활동에 이어 인간생명 수호와 가정을 올바로 세우는 노력이 집약되는 장이었다.
각 교구별로도 생명·가정사목 관련 과제를 주요 사목지침으로 제시하고 구체적인 실천에 박차를 가해왔다.
우선 주교회의는 춘계 정기총회를 통해 주교회의 신앙교리위원회 생명윤리연구회를 ‘생명윤리위원회’로 격상시키고 보다 강화된 활동 지원 체계를 마련했다. 주교회의의 이같은 결정은 우리 사회에 반생명 문화에 대응해 보다 적극적인 생명 수호 활동을 펼치고자 하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교구 산하에 생명위원회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는 서울대교구도 각 본당 등 사목현장에서 구체적인 생명 수호 활동이 실현되도록 돕기 위해 위원회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또 12월 첫 주일을 교구 생명수호주일로 제정, 교구민들의 동참을 독려하고 나섰다. 인천교구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자살문제 등과 관련해 생명교육 의무화를 요청하는 교구장 사목적 권고도 발표했다.
국내는 물론 아시아 지역에서 생명윤리 관련 특수대학원으로는 유일하게 설립된 가톨릭대 생명대학원이 올해 본격적인 운영에 돌입한 것도 관심을 모았다. 생명대학원은 앞으로도 생명윤리학 연구 인력과 교회 안팎에서 생명의 문화 건설에 앞장설 활동가 양성의 구심점으로 그 지평을 넓혀나갈 방침이다.
특히 올해는 교황 바오로 6세의 회칙 ‘인간생명’ 반포 40주년으로, 회칙의 의미를 되새기고 올바른 생명윤리 의식 고양과 실천을 도모하는 세미나, 심포지엄 등이 다채롭게 마련됐다.
또한 동아시아 지역 가정사목 전문가 양성의 발판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교황청립 라테란대학교 혼인과 가정대학 ‘교구센터’가 송도국제도시에 문을 열었다. 수원교구 가정사목연구소도 지난 2월 ‘가톨릭 패밀리 아카데미’를 설립하고 각 본당과 사회 현장에서 전문적인 가정사목을 도울 가정지킴이 양성에 나섰다.
그러나 이러한 교회의 노력의 이면에서 한국 사회는 연이은 자살 등 생명경시풍조로 심각한 몸살을 앓았다.
생명을 훼손하는 그릇된 조항을 담고 있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또한 바로잡아지기는 커녕 인간 생명인 배아를 파괴하는 체세포복제배아연구를 허용할 뿐 아니라, 난자 제공자에 대한 실비 보상 즉 난자매매까지 허용하는 조항을 담아 개정을 앞두고 있다. 또 태아성감별 고지 등 낙태 금지와 관련한 현행법도 개악의 시류에 올라, 올바른 법과 정책 마련을 위해 보다 능동적인 여론 조성과 시민 연대 등을 추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특별희년 맞아 영성 강화
올해는 한국 교회는 물론 보편 교회 전체가 영성 강화에 큰 도움이 되는 겹경사를 지내왔다.
보편 교회는 프랑스 루르드 성모 발현 150주년을 맞아 2007년 12월 8일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부터 2008년 12월 8일까지 1년 동안 특별희년을 지냈다. 또 사도 바오로 성인의 탄생 200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희년 바오로의 해가 지난 6월 29일 막을 올렸다.
이에 따라 전국 각 교구는 교황청 내사원 특별전대사에 관한 교령에 따라 루르드 성모 발현 특별희년과 바오로의 해 전대사 순례지를 지정하고, 각 신자들의 순례와 기도를 당부했다.
또 바오로의 해를 맞아 전국 각 교구와 기관단체는 사도 바오로의 선교영성을 본받고 실천하기 위한 세미나와 선교 교육, 기도운동 등을 집중적으로 펼쳐 관심을 모았다. 특히 바오로 사도의 삶과 영성을 체득하기 위한 성경읽기와 관련 서적 읽기, 피정 등이 전국적으로 이어져 신자들의 내적 쇄신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사도 바오로의 선교영성을 생활화하려는 노력은 내년 바오로의 해 폐막 때까지 다채롭게 이어질 전망이다.
# 그릇된 신앙생활에 대한 경고
신앙의 본질을 훼손할 수 있는 그릇된 사적계시 활동에 대한 강력한 경고 조치도 올 한해 한국 교회 안에서 두드러진 움직임이었다.
오랜 기간 신자들을 현혹해온 ‘나주 윤율리아’ 문제와 관련해 광주대교구는 지난 1월 교회법적 효력을 갖는 대교구장 교령을 발표, 잘못된 신심을 단호히 근절할 뜻을 밝혔다. 이어 주교회의는 춘계총회를 통해 광주대교구장의 교령을 모든 신자들이 분명히 알아들을 수 있도록 각 교구별로 공지했다. 또 대구대교구는 윤율리아 문제와 관련해 파문제재를 받은 신자들의 회개를 당부하고, 사면과 관련한 안내도 냈다.
특히 수원교구는 지난 10월 미리내 천주성삼 성직수도회와 미리내 성모성심수녀회, 미리내 성요셉 애덕수녀회 등 3개 수도회가 배포한 ‘황데레사 사적계시’와 관련한 모든 기도문과 서적·기도 활동 등을 철폐하도록 교령을 발표했다. 수원교구장 최덕기 주교는 이 교령을 통해 “황데레사의 사적계시 내용은 정통 가톨릭교회의 신앙 유산과 일치하지 않고, 하느님으로부터 오는 메시지를 드러내는 것도 아니며, 신자들의 영적 선익에 도움 되지 않는다”고 밝히고 수도회와 신자들이 온전한 교회의 친교 안에 머무를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촉구했다.
# 교구 설정·수도회 진출 기념행사 다채
한국 교회가 지속적인 성장세를 유지하면서 전국에서는 교구 설정을 기념하는 행사도 다채롭게 이어졌다.
대전교구는 올해 설정 60주년을 맞아 교구사 발간과 홈페이지 개편은 물론 교구민 도보성지순례, 일일문화피정 등을 펼치며 순교신앙을 통한 재복음화와 사회복음화 등에 박차를 가해왔다. 청주교구는 지난 6월 교구 설정 50주년 기념미사와 시노드 폐막미사를 봉헌하고 100주년을 향한 도약을 다짐했다. 현재 교구는 시노드 폐막 후속 조치에 따라 교구 활동 전반에서 쇄신의 바람을 일으켜 나가고 있다.
지난해 설정 70주년을 지낸 바 있는 전주교구는 올해 신자의식조사 보고서를 내고 사목환경 진단과 새로운 사목방향 정립에 나섰다. 또 지난해 설정 50주년을 지낸 부산교구도 내적 복음화와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교회 모습 구현에 힘써왔다.
대구대교구는 2011년 교구 설정 100주년을 앞두고 100주년 준비위원회를 출범했으며, 안동교구도 2009년 설정 40주년을 앞두고 신적·형제적·교계적 친교 활동과 관련한 실천 활동을 권고하고 있다. 아울러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서울관구는 한국 진출 120주년을, 성 골롬반 외방선교회는 75주년 희년을, 꼰벤뚜알 프란치스코회와 천주의 성 요한 수도회는 각각 50주년을 맞아 기념행사를 열고 수도회의 내·외적 쇄신을 다짐했다.
# 기타
이밖에도 한국 교회는 올 한해 외적인 면에서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우선 올해 4월에는 제10대 주한 교황대사로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가 임명됐으며, 지난 10월에는 이용훈 주교가 수원교구 부교구장으로 임명, 최근 취임식을 가졌다.
특히 한국 교회는 최초의 종합정보화 시스템인 ‘통합 양업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 보다 편리한 행정 인프라를 마련했다. 통합 양업 시스템 개통에 따라 전국 각 교구와 본당에서는 사목 행정 표준화, 전산화 작업이 속도를 낼 수 있게 됐으며, 신자들도 보다 편리한 사목적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됐다. 나아가 신자들의 출생에서 입교, 각종 성사생활 현황이 종합적으로 관리됨으로써 신자들을 위한 맞춤 사목 서비스 지원이 가능해졌다.
급변하는 디지털미디어 시대 흐름에 발맞춰 사목정보를 모바일로 서비스하는 사목 서비스의 디지털화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각종 사목정보는 현재 ‘가톨릭폰’ 등을 통해 제공된다.
아울러 올해는 분단 이후 최초로 한국 교회 사제가 북한 평양에 체류하며 지역 주민들을 위한 복지시설 운영에 나서게 되는 성과도 이뤘다.
작은형제회 한국관구는 지난 11월 북한 새별총회사와 공동으로 북한 평양시 선교구역 내에 ‘평화 봉사소’를 설립했다. 북한 주민들에게 무료급식과 의료서비스 등을 제공할 봉사소는 분단 이후 최초로 한국 교회가 북한땅에 설립한 종합사회복지시설이다. 봉사소는 무엇보다 한국 사제가 평양에 체류하며 직접 운영에 나섬으로써 남북교류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마련했다.
또 올해 8월과 10월, 매리지앤카운터(ME) 아시아협회 총회와 세계여성연합회 아시아·태평양지역 총회 등이 각각 처음으로 한국에서 열려 한국 교회의 발전상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했다.
사진설명
▲대전교구 설정 60주년 기념 도보성지순례에 참가한 신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전국 각 교구 및 수도회는 설정·진출을 기념한 다채로운 행사를 펼쳐 내·외적 쇄신과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교회 모습 구현을 다짐했다.
▲지난 6월 29일 봉헌된 대구대교구 바오로 해 개막미사. 사도 바오로 탄생 2000주년을 기념해 선포된 특별희년 바오로 해를 맞아 전국 각 교구는 전대사 순례지를 지정하고, 사도 바오로의 선교영성을 본받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지난 9월 24일 통합양업시스템 개통식에서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맨 오른쪽)이 양업시스템을 시연하고 있다. 이로써 한국 교회는 미래 지향적 사목정책과 복음화 전략 수립의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지난 10월 30일 북한 평양시에 마련된 ‘평화봉사소’ 설립 기념식 장면. 작은형제회 한국관구는 북한 새별총회사와 공동으로 평화봉사소를 설립하고 북한 주민들을 위한 무료급식과 의료서비스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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