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한해 끝자락이 성탄의 기쁨으로 훈훈하게 달아오른다. 올해 성탄절도 이웃이 있어 더욱 따뜻하다. 먼 타국에서 생활하는 한인 신자들도 신앙공동체 안에서 예수 성탄을 맞이할 수 있어 더욱 풍요로운 시간을 보낸다.
이번호에서는 그리스도교 국가인 미국과 브라질은 물론 이슬람 국가인 터키와 다종교 국가인 인도에서 예수성탄대축일을 맞이하는 한인 신자들의 소식을 나눠본다.
-미국-
‘깡통구유’ 만들며 신자간 화합·이웃사랑
미국은 세계적으로도 한인 본당과 신자들이 가장 많은 지역이다. 그중 캘리포니아주 성그레고리 한인본당(주임 정현철 신부) 신자들은 작은 사랑실천으로 예수 성탄을 축하하고 나서 눈길을 끈다.
올해도 성당 제대 앞은 일명 ‘깡통 구유’로 장식했다. 이 구유는 대림 시기 동안 매주일마다 신자들이 봉헌한 깡통음식(캔 푸드·Can Food)으로 만든 이색 구유다.
5년 전부터 ‘깡통 구유’를 만들어온 본당은 성탄시기가 끝나면 구유를 구성했던 깡통음식을 가톨릭 자선단체에 기증, 지역사회 불우이웃들에게 전달한다.
본당 주임 정현철 신부는 “신자들이 남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 대림시기 동안 주일미사에 올 때마다 ‘깡통음식’을 봉헌하게 했다”며 “신자 모두가 자신이 봉헌한 깡통음식으로 구유가 만들어진 것을 보고 큰 보람을 느끼며, 구유경배도 더욱 정성스럽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정신부는 “그 어느 때보다 경제적으로 많이 힘든 시기지만, 앞으로도 주님께서 주신 희망을 잃지 않고 작은 정성으로 큰 사랑을 실천해나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브라질-
뜨거운 여름 태양 아래 성탄을 맞는 ‘브라질’
열정의 나라 브라질에서도 성탄절 준비가 한창이다.
상파울루 성김대건 한인본당(주임 이경렬 신부)은 여름 속 성탄절 준비에 여념이 없다. 특히 올해 2회를 맞는 ‘성탄전야 촛불행진’은 세상의 빛으로 오신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념하고 축하하기 위해 마련했다. 연말연시에 소외된 이웃들에게 관심을 갖고 그들에게 희망의 빛이 되자는 의미에서 시작한 촛불행진에는 신자뿐 아니라 지역 내에 거주하는 교민들과 주민들도 함께 참여해 지역행사로 거듭나고 있다.
아기 예수를 모신 가마를 든 신자들의 행렬은 24일 오후 7시 성당을 출발해 인근 봉헤찌까지 이어진다. 행진이 끝난 뒤에는 어린이, 성인 성가대의 무대를 비롯해 신자들이 준비한 다채로운 공연가 진행될 예정이다.
1965년 상파울루 종아 멘데스 광장 근처 곤살로스 성당에서 첫 미사를 봉헌한 성 김대건 한인본당 공동체는 이듬해 고 장대익 신부(1923~2008)의 인솔로 파라나주 산타마리아 농장에 자리 잡았다.
현재 3800여 명의 공동체로 성장한 본당은 한인 2세를 위한 한글학교(대건학교) 운영은 물론 다양한 활동을 펼치며 40여년 간 교민사회의 ‘정신적 지주’로서 자리매김했다.
-인도-
인도 빈민의 아픔 쓰다듬으며 성탄을 보내다
“나마스테,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인도 델리 한인본당(주임 양주용 신부) 신자들은 대림시기 동안 사랑의 선교회가 운영하는 ‘마더 하우스’의 장기 봉사자들에게 보낼 성탄선물 준비로 바쁜 시간을 보냈다. 본당은 수 천년 간 카스트제도에 묶여 고통받는 인도 빈민들의 아픔을 간접적으로나마 나누고자 해마다 성탄선물을 나누는 행사를 마련해왔다.
또 성탄전야 미사 후에는 신자 모두가 사목회장 등 신자들의 가정에 모여 음식을 나누고 공연을 펼치며 공동체의 정을 나눈다. 가정에서 여는 성탄 기념행사는 초기교회 공동체를 떠올리게 하는 자리로 더욱 의미 있다.
지난 2006년 11월 양주용 신부가 파견되면서 설립된 델리 한인본당에는 현재 160여 명의 신자가 활동 중이다. 특히 본당 신자들은 인도교회 첫 성녀인 알폰사 무타투파다 수녀 기념미사에 성가대로서 참여하고, 구르가온에 위치한 고아원도 후원을 하는 등 인도 가톨릭교회와의 연대와 지역 복지활동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본당 주임 양주용 신부는 “최근 인도 뭄바이 테러의 영향으로 성탄 행사를 예년에 비해 축소했지만, 다종교·다문화 사회인 인도에서 한인 신자들은 각자의 신앙을 더욱 탄탄히 다지고 이웃들과 친교를 나누는 성숙한 모습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터키-
타종교와 대화… 다름을 이해하는 시간
캐럴과 기념 연주, 성극으로 가득 찬 열띤 무대는 예수님께 봉헌하는 큰 성탄 선물. 터키 이스탄불 한인가톨릭공동체(지도 고인현 신부)는 성탄을 앞둔 20일 오후 7시 이스탄불 산타마리아성당에서 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모든 신자가 참여하는 예술제를 통해 성탄의 기쁨을 나눴다. 또 성탄 축하 무대에 이어진 다과시간에는 전 신자들이 성탄찰고문제 답을 맞춰보며 친교를 나누기도.
터키는 수많은 종교들이 탄생한 성지이자, 종교간 분쟁 지역이다. 십자군전쟁으로 인한 상처도 여전히 남아 있다. 때문에 터키는 세계 평화 구현의 출발점으로도 관심을 모은다. 세계적인 이슬람국가 터키에서는 사회 분위기상 대규모 성탄행사를 열기엔 어려움이 많다. 그래도 로마·시리아·칼데아 가톨릭교회 뿐 아니라 그리스·러시아·아르메니아 정교회와 개신교회 등 그리스도교가 공존하며 다양한 종교 활동을 펼친다.
지난해 9월부터 한국어 미사를 봉헌해온 한인공동체는 신자 100여 명으로 구성된 작은 공동체지만, 소식지와 월보 등을 통해 이스탄불 지역에서 타종교와 대화하는데 열심이다. 특히 한인공동체는 오는 1월 6일 그리스정교회 성탄절에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그리스정교회 성당을 찾아 기념행사에 동참하며 축하인사를 전할 예정이다.
사진설명
▲[미국] 깡통음식으로 완성된 성그레고리 한인성당의 구유 모습.
▲[브라질] 상파울루 성김대건 한인본당 신자들이 성탄절에 난타공연을 펼치고 있다.
▲[인도] 델리 한인본당 신자들이 캐럴송을 노래하고 있다.
▲[터키] 이스탄불 한인가톨릭공동체는 매년 1월 6일 그리스정교회 성탄대축일에 정교회 성당을 방문, 기념행사에 동참한다. 사진은 지난해 그리스정교회 성탄행사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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