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침침해 힘들었지만 기도로 용기 얻어”
“2년 6개월 동안 오직 한마음으로 기도했습니다. 나이를 먹어 눈도 침침하고 눈도 잘 보이지 않았지만 성령의 도우심과 이끄심 덕분에 용기낼 수 있었습니다.”
고희를 넘긴 나이에 신앙생활을 시작해 젊은이들도 하기 힘들다는 신·구약 성경을 완필해 봉헌한 할아버지가 있어 화제다. 지난 2006년 세례를 받은 수원 당수성령본당 이동기(대건안드레아·74)씨가 그 주인공.
이씨가 필사를 끝까지 해내기까지는 아내 정랑이(소화데레사)씨의 도움이 컸다. 정씨는 외짝 교우로 지내며 신앙생활에 적잖은 어려움이 있을 법도 했지만 한번도 남편에게 무리한 요구나 싫은 내색을 하지 않았다. 이씨는 그런 아내의 배려가 고마워 현직에서 은퇴한 후 예비신자 교리에 등록해 세례까지 받게 된 것.
세례받기까지 긴 세월을 돌아온 이씨는 많은 이들의 기다림에 보답하듯 큰일을 해냈다. 열심한 신자도 어렵다는 신·구약 성경필사를 완성한 것. 시작은 예비신자 교리 당시 담당 교사가 과제로 내준 마르코복음 필사였다.
“교리를 받으며 초등학교 시절 담임선생님의 말씀에 복종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천주교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으니 선생님 말씀에 따라야 한다고 생각했나 봅니다.”
학생으로서의 의무감으로 시작했던 성경필사는 시간이 지나면서 기쁨과 행복을 가져다주는 일상으로 자리잡았다. 체력이 따라주지 않아 오랜 시간 필사를 할 수 없었기에 매일 조금씩이라도 써내려가기로 마음먹고 일정한 시간을 정했다. 생소한 단어들과 뜻 모를 구절들이 가득해 이해할 수 없을 때도 있었지만 그저 열심히 하겠다는 마음만으로 틈틈이 성경을 써내려간 결과 10월 20일 드디어 신구약 필사를 이뤄낼 수 있었다. 총 14권의 노트에 완성한 이씨의 필사성경은 본당 제대 앞에 봉헌됐다. 정성스럽게 필사한 노트 마지막 장에는 성경필사를 마친 소감문까지 적었다.
결코 쉽지 않은 도전에 성공해 조금 여유를 부릴만도 하지만 이씨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바오로 해를 맞아 바오로 서간을 필사하며 불꽃같은 인생을 살았던 바오로 사도의 삶을 묵상해보려 합니다. 더욱 진한 신앙의 향기를 느낄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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