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사목자들에겐 영어 실력도 필수”
“돌아보니 모두가 주님의 은총이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새벽같이 일어나 영어와 씨름하는 일로 하루를 여는 문창순(라우렌시오·78·서울 연희동본당)씨는 최근에서야 바쁜 일상에서 잠시 비켜섰다. 지난 1998년부터 10년을 꼬박 매 주마다 대전가톨릭대학교를 오가며 신학생들에게 교양영어를 가르쳐오다 최근 강단에서 물러난 문씨는 그 자리에서도 “제 부족함이 교회와 하느님께 누가 되어서는 안 되겠기에”라며 특유의 겸손함을 드러냈다.
영어교육이라는 개념도 제대로 없던 1961년 시사영어학원을 설립해 성가를 높이는가 하면, 국영방송 최초로 생활영어강좌를 맡아 5년 넘게 진행하는 등 학원가와 교육계에서 손꼽히는 그가 일흔을 앞둔 나이에 신학생들을 대상으로 영어교육에 나섰던 것은 주님을 향한 식을 줄 모르는 사랑 때문이었다.
“우연한 계기였지만 주님의 이끄심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미래의 사목자들이 사목 현장에서 유익하게 쓸 수 있는 영어를 전수하고자 새벽불을 밝히며 강의 준비를 하는 등 교육에 열과 성을 쏟다보니 신학생들 사이에서도 명강의로 소문이 자자했다. 방학을 맞은 신학생들에게 자비를 들여 영자신문을 보내 영어와 친숙해지도록 이끄는가 하면 군복무 중인 신학생들에게도 영어학습서를 보내주는 등 그가 들인 공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런 와중에서도 문씨는 지난 5월 고향인 강원도 정선군 동면에 공소를 지어 봉헌하는가 하면 대전가톨릭대 성당 신축에도 힘을 보태는 등 자신의 능력을 나누는 일을 멈추지 않아왔다.
지금도 20년 넘게 이어오고 있는 레지오 활동을 자신에게 주어진 몫인 양 환자 방문을 비롯해 환경보호 활동 등에 소리 없이 나서고 있는 문씨.
“감독은 아버지시며 주연은 예수님이시고 저는 보잘것없는 엑스트라”라는 문씨의 삶은 빛나는 조연의 삶이 어떤 것인지 잘 보여주고 있었다.
사진설명
1998년부터 10년간 매주 대전가대 신학생들에게 교양영어를 가르쳐온 문창순씨는 1961년 시사영어학원을 설립하고, 국영방송 최초로 생활영어강좌를 맡아 5년 넘게 진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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