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생명은 하느님의 선물"
【바티칸 외신종합】교황청 신앙교리성이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승인을 받아 최근 발표한 훈령 ‘인간의 존엄’(Dignitas Personae)은 모든 인간 존재에 대한 ‘무조건적인 존중’의 원칙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 원칙은 그 동안 교회의 생명윤리 문제들에 대한 기본적인 바탕으로서, 이는 또한 모든 생명은 하느님으로부터 선사 받은 선물이라는 입장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
배경과 목적
교회의 기본 입장 확고히 하고
새로운 과학·윤리문제에 응답
교황청의 새 문헌은 낙태와 인위적인 임신 및 출산 문제를 비롯한 이미 오래전부터 우려되어 온 생명윤리 문제에 대한 교회의 기본적인 입장을 더욱 명확하게 피력하는 한편, 의학과 과학의 발전에 따라 새롭게 나타나고 있는 생명 과학 및 생명 윤리 문제와 관련된 다양한 이슈들을 다루고 있다.
실제로 생명의학 연구는 20여년 전 신앙교리성 훈령 ‘생명의 선물’(Donum Vitae, 1987.2.22)이 발표됐을 당시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급속도로 발전했고, 이에 따라 새로운 윤리적 영역과 문제들이 제기됐다.
새 훈령은 ‘생명의 선물’의 최신판이라고 할 수 있으며,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회칙 ‘진리의 광채’(Veritatis Splendor)와 ‘생명의 복음’(Evangelium Vitae)을 비롯한 여러 교도권 문서들과 교황청 생명학술원을 비롯한 많은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작성됐다.
이에 따라 새 훈령은 불법적인 인공 생식, 배아의 파괴와 냉동, 인간 유전자 조작, 그리고 인간 생명의 파괴를 야기하는 기술을 사용한 배아줄기세포의 생산 등의 문제들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이 문서는 교황청 신앙교리성이 발표하고 교황이 명시적으로 승인하는 교리적 성격의 훈령으로서, 교황의 교도권에 따른 가르침의 성격을 지닌다. 따라서 모든 가톨릭 신자들은 ‘신앙의 동의로’(‘인간의 존엄’ 제37항) 받아들여 따라야 한다.
개요
1~3부(37항) 세부분으로 구분
출산·배아·유전자조작 등 다뤄
훈령은 모두 세 부분으로 나눠진다. 훈령 3항을 살펴보면 “제1부에서는 인간학, 신학, 윤리학의 기본 주요 요소들을 살펴보고, 제2부에서는 출산에 관한 새로운 문제들을 다루며, 제3부에서는 배아와 인간 유전자 조작과 관련된 새로운 방법들을 검토할 것이다”라고 명시돼 있다.
제1부 ‘인간 생명과 출산의 인간학적 신학적 윤리적 측면’에서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인간학적, 신학적, 그리고 윤리적 요소들을 규명한다. 제2부는 ‘출산에 관한 새로운 문제들’, 그리고 제3부는 ‘인간 배아나 유전자 조작을 내포한 새 치료법’에 대한 교회의 입장과 가르침을 담고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제1부에서는 두 가지 기본원칙을 우선 지적한다. 첫째, 인간은 수정되는 순간부터 하나의 인격체로서 존경받아야 하고, 그 순간부터 인권이 보장되어야 하며,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생명권이다(4항). 둘째, 인간 생명의 탄생이 이루어지는 참된 자리는 혼인과 가정이며,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사랑 표현 행위를 통해 인간 생명이 태어나고, 출산은 혼인의 열매이어야 한다(6항).
제2부에서는 출산을 돕는 기술들에 대해서 주로 언급한다. 이 기술들은 인간 생명권과 혼인의 의미에 부합할 때에는 도덕적으로 허용된다(12항). 하지만 체외 수정과 고의적 배아 파괴(14~16항)는 이러한 허용의 범주에 들지 않는다.
체외수정 과정에서 많은 수의 배아가 희생되기 때문이다. 체외 수정의 일종인 세포질 내 정자 주입(ICSI) 기술(17항)이나, 배아의 냉동(18~19항), 난모 세포의 냉동(20항), 배아 감수(21항), 착상 전 진단(22항), 그리고 다양한 임신 차단 방법들(23항) 역시 용납될 수 없는 것들이다.
제3부는 특별히 새롭게 대두된 영역인 유전자 조작의 범주에 관한 내용이다. ‘인간 배아나 유전자 조작을 내포할 새 치료법’이라는 제목의 이 부분에서는 체세포 및 생식 세포를 대상으로 하는 유전자 치료(25~26항)에 대해 지적하면서, 인간 복제에 대한 윤리적 불가 원칙(28~30항), 그리고 치료 목적의 줄기세포 사용(31~32항), 교잡의 시도(33항), 불법적인 인간 생물 자원의 사용(34~35항)에 대한 가르침을 제시한다.
그리고 문헌은 마지막 36항과 37항에서 “인류 역사 안에서 우리는 인간의 가치와 존엄에 대한 이해와 인식을 발견하며, 교회는 언제나 그러했듯이 세상에서 위협받고 인권을 침해 당하는 이들을 옹호한다”고 지적한다.
의미와 특징
"인간생명은 수정 순간부터"
교회 전통 입장 정리·재확인
신앙교리성의 이 문헌은 기존의 생명윤리에 대한 문제는 물론 새롭게 대두된 윤리 문제들에 대한 교회의 명확한 가르침들을 총체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특히 이 문헌은 윤리 문제에 대한 교회의 우려의 대상이 생명 과학과 의학 분야로 급격히 확대됐던 지난 십 수 년 동안의 과정을 염두에 두고 있다.
문헌에서 교황청의 공식 입장은 생명 윤리에 관한한 타협과 양보의 여지는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인간 배아는 수정의 순간부터 하나의 인격체로서 존중돼야 한다는 원칙, 인간 생명의 기원은 언제나 남녀로 구성되는 전통적인 혼인과 가정의 맥락 안에 자리 잡고 있어야 한다는 원칙에 대해서 양보의 여지는 없다.
이러한 원칙들은 1987년 발표된 역사적인 생명 윤리 문헌 ‘생명의 선물’ 이후 20여년 동안 교황청 생명학술원의 활동과 입장 표명을 통해 지속적으로 피력돼 왔으며, 특별히 이번 문헌을 통해서 그러한 입장들이 더욱 분명하게 정리되고 제시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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