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만능·세속화에도 복음 전파에 전력
각 교구·수도회 태안 복구 인력·비용 지원 … 해외 원조도
쇠고기 수입·대운하 건설 등 문제 맞서 생명 존중 정책 촉구
태안 기름유출 피해 복구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며 2008년을 시작한 교회는 다사다난했던 사회 한 가운데에서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전파하며 보다 아름다고 풍요로운 세상 만들기에 전력을 다했다. 급속한 세속화와 물질만능주의로 어려움도 있었지만 오늘 뿌린 작은 복음의 씨앗이 열매 맺을 날을 기다리는 교회의 노력은 사회의 빛과 소금으로 거듭날 미래를 기대하게 만든다. 2008년 한해 교회 사회사목 활동을 종합한다.
# 가장 어렵고 소외된 이들에게 나눔을
2007년 12월 태안반도를 휩쓴 기름 유출 사고로 큰 피해를 입은 태안 지역을 돕기 위한 한국 교회의 발걸음은 해가 바뀐 가운데도 이어졌다. 대전교구를 비롯해 전국 각 교구와 수도회, 기관, 단체에서는 복구인력과 지원금을 피해지역에 속속 보내오는 등 아름다운 바다 태안을 살리려는 노력을 지속했다. 신자 대부분이 직·간접 피해를 입은 태안본당도 민·관·군 봉사자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등 봉사에 적극 나섰고, 올 5월 29일에는 전국의 수많은 봉사자들에게 감사를 전하는 성모의 밤을 마련했다.
나눔은 바다 건너 계속됐다. 올 봄 지진과 싸이클론으로 큰 피해를 입은 중국과 미얀마 주민들을 돕고자 한국 카리타스와 서울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모금계좌를 개설했고 전국 각 교구는 2차 헌금을 실시해 구호활동에 힘을 보탰다. 해외원조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올해 설립 20주년을 맞은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생명세상 만들기 캠페인’ 일환으로 지구촌빈곤퇴치운동을 위한 9일기도와 월례강좌·미사를 열었다.
이웃에게 작은 힘을 보태며 사랑을 실천하는 자원봉사의 활성화를 꾀한 교회의 움직임이 어느 때 보다 활발했다. 서울카리타스자원봉사센터는 올 2월 자원봉사 포털사이트인 ‘자원봉사통합네트워크 시스템’을 구축해, 자원봉사 희망자와 수요기관을 적절히 연계하도록 했다. 자원봉사실태조사보고회를 통해 교회 자원봉사의 현 상황과 발전방안을 모색하기도 한 센터는 올 10월에는 체계적인 자원봉사 전문가 양성과 관리를 위해 ‘카리타스 자원봉사 지도자·관리사 양성센터’도 개소했다.
# 민족화해를 위한 발걸음
올 10월 평양 ‘평화봉사소’ 축복식은 교회 민족화해 여정에 획을 긋는 뜻있는 행보로 관심을 끌었다. 작은형제회와 북한의 새별총회사가 합작 형식으로 참여해 공동 운영하는 복지시설인 평화봉사소는 한국의 종교인이 분단 이후 처음으로 북한 내 복지시설 운영에 직접 참여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평화봉사소 축복이라는 결실과는 달리 지난 한 해 새 정부의 대북 강경정책과 이에 따른 북한의 대응으로 인해 교회 민족화해 활동은 고된 여정을 밟아왔다. 그러나 북한 주민들을 돕기 위한 교회의 발걸음은 여전했다. 전국 각 교구 민화위와 수도회는 수해로 큰 피해를 입은 북한 주민들을 돕고자 올 6월 식량위주의 지원물품 구입을 위한 성금을 모금했다. 춘천교구 한삶위원회는 4월 북한 북고성(금강산지구) 온정리와 삼일포 2곳에 연탄 5만장을 지원했으며 서울 민화위는 올 5월 4개월 분량의 어린이 영양제 생산원료를 비롯 콩기름 원자재인 콩 180톤을 지원했고, 의정부교구도 11월 연탄 5만장을 북에 전달했다.
정부 정책과 별개로 인도주의적인 종교·민간단체의 대북지원은 지속돼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는데도 주력했다. 한국 카리타스(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는 올 6월 대북지원 전문가 초청 간담회를 열어 북한의 식량상황과 민간단체 활동에 대해 점검하고, 현 정부가 보다 열린 자세로 민간단체의 활동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는 올 11월 제11차 민족화해 네트워크를 열어 북한 지역 복음화 전략과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 새터민 지원사업 현황을 짚어보고 활성화 방안을 모색했다.
# 도덕성 회복·공동선 위한 목소리 높여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으로 불거진 정국 불안과 관련, 전국 각 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올 3월부터 잇따라 성명서를 발표해 정부와 위정자들이 경제 지상주의의 허상에서 벗어나 공동선의 요구에 귀 기울이고 인간 생명과 기본권을 존중하며 도덕성에 바탕 둔 정의로운 정책을 펴 나갈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교회의 입장이 처음으로 발표돼 눈길을 끌었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는 올 2월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듭시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은 이전의 빈곤 현상과는 전혀 다른 유형의 근로 빈곤층을 만들어내고, 사회적 양극화를 심화하여 국가 공동체의 삶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며 비정규직 문제를 양산하고 있는 ‘비정규직 보호법’의 개정을 강력히 촉구했다. 특히 성명은 ‘한국 천주교회의 고용 관행에서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여야 한다. 우선 교구와 본당, 기타 교회기관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고용 안정을 추구하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밝혀 교회가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 해결에 있어 예언자적 역할을 해야 할 것을 강조했다.
주교회의 정평위는 또 교황청 정의평화평의회 의장 레나토 마르티노 추기경을 초청해 ‘간추린 사회교리’ 간담회를 갖고 사회교리에 대한 교회의 인식 확산을 위해 힘썼다.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노력도 계속됐다. 주교회의 정평위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는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공감대 확산을 위해 생명 단편영화 시나리오 공모전을 개최했으며, ‘세계 사형 반대의 날’을 맞아 11월 30일 서울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사형제도 폐지를 촉구하며 생명의 빛을 밝히는 ‘시티 오브 라이츠(City of Lights)’ 행사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서는 사형폐지특별법 입법 청원을 위한 서명운동도 펼쳐졌다.
# 노인요양보험제도 시행과 교회 역할
올 7월부터 노인요양보험제도가 본격 시행됨에 따라 고령사회에 따른 사목과 복지활동을 모색해 온 교회도 이 제도의 연착륙을 위한 역할을 모색하는 데 앞장섰다.
서울대교구 노인복지위원회가 2월 세미나를 열어 노인요양보험제도 시행에 따른 다양한 제도변화와 교회의 역할을 모색한 것을 시작으로 서울과 대구대교구를 비롯해 전국 각 교구는 노인요양보호사 양성을 위한 ‘요양보호사 교육원’을 잇따라 개소했다.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와 노인복지위원회는 지난 11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도입에 따른 가톨릭교회의 대응방안 모색’ 심포지엄을 공동으로 개최하고, 교회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장기요양 보호대상 노인과 가족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하며 이를 위해 체계적인 교계체계와 교회의 인적 자원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고령사회로의 변화에 따라 전국적으로 노인복지를 위한 시설들이 들어서고 있는 가운데 대규모 복합노인복지단지인 ‘서천 어메니티 마을’을 대전교구가 서천군으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한 것도 올해 눈에 띄는 일 중 하나다.
# 기쁨과 희망은행·안전한 먹을거리에 노력
출소자와 살인피해자 가족들을 위한 무담보 대출은행인 ‘기쁨과 희망은행’이 올 6월 창립됐다. 1976년 방글라데시 무하마드 유누스 총재가 만든 그라민 은행(저소득층 대상 무담보 대출은행)에서 착안한 기쁨과 희망은행은 ▲대출 및 자본금 지원 ▲창업 및 취업 알선 ▲생계비 지원 연계 등 다양한 역할을 해 나가고 있다.
올 10월 서울 성북경찰서 경신실이 축복식을 가짐으로써 서울 경찰사목위원회는 2000년 11월 서울지방경찰청 경신실 축복식 이후 8년 만에 서울 시내 모든 경찰서에 경신실을 마련했다. 개신교와 불교 등 타 종교에 비해 30년이나 늦게 경찰사목에 뛰어든 것을 감안하면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환경파괴를 불러올 새 정부의 대운하 건설을 반대하고자 각 교구 환경사목 기관·단체가 대운하 건설 반대 성명서를 발표했으며 한국남자수도회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한국천주교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창조보전전국모임 등 교회 단체들은 5월 서울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대운하백지화 천주교연대’ 출범식을 가졌다. 서울 환경사목위원회는 대운하 건설의 문제점과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대운하 건설 반대 설명회를 지난 5월 두 차례 개최했다.
이밖에 한국가톨릭노동청년회가 설립 50주년을 맞아 기념식을 가졌으며 전주가톨릭사회복지회,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나눔의 전화’도 설립 25주년을 맞아 다채로운 행사를 가졌다. 가톨릭농민회 안동교구연합회는 11월 창립 30주년 기념미사를 봉헌하고, 순환적 생산체계 중심의 마을·분회 운동과 자매결연을 통한 도·농 교류협력 활성화, 송아지 입식자금 지원 운동과 같은 유기적 순환과 도·농 상생의 생명농업을 활발히 펼쳐나가기로 다짐했다.
사진설명
▲의정부교구 신자들이 1월 25~26일 기름 유출 피해현장인 충남 태안군 소원면 모항리를 찾아 봉사활동을 펼쳤다. 태안을 살리기 위한 각 교구·수도회·단체 등 노력은 올 한해도 계속 됐다.
▲춘천교구 한삶위원회는 4월 8일 북한 북고성(금강산지구) 온정리와 삼일포에 연탄 5만장을 전달하고 왔다. 새 정부의 대북 강경정책에도 북한 주민들을 돕기 위한 교회의 발걸음은 여전했다.
▲대전교구 사제·수도자·평신도들이 6월 9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재검토와 한반도 대운하 철회를 촉구하며 중앙로와 대전역 일원 1km 구간에서 침묵 거리행진을 가졌다.
▲주교회의 정평위 사형폐지소위가 11월 30일 서울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사형제 폐지를 촉구하는 시티 오브 라이츠 행사를 열고 사형폐지특별법 입법 청원을 위한 서명운동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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