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청 사람들이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가톨릭신문은 새해를 맞아 각 교구 일선에서 활동하는 교구청 사람들의 땀과 소망을 찾아갑니다.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들은 많은 것을 이웃들에게 빚지고 있습니다. 많은 교구청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각 교구민들의 영적 선익과 교회 발전을 위해 일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흘리는 땀과 그 땀으로 일구려는 소망을 통해 숨겨진 보화를 발견하는 기쁨을 맛보시기 바랍니다.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평균수명은 남자 75.1세, 여자 82.3세로 늘어난 데 비해 평균 퇴직 연령은 53세로 낮아져 이웃나라 일본에 비해 10년이나 빠른 수치다.(2008년 현재) 한 직장에서 일한 최고 근속기간 평균이 20년 8개월임을 감안한다면 일생동안 일하며 살아온 시간만큼을 노인으로 살아야 한다. 더구나 65세 이상 고령자 가구의 상대적 빈곤율은 45%로 OECD 국가 중 꼴찌를 기록해 노인 문제가 고령화에 그치지 않고 복지와도 연관되어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따라 발 빠른 대처로 주목받는 곳이 있다. 서울대교구 노인사목부에 가면 노인사목의 모든 것이 있다. 다른 교구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노인들만을 위한 사목을 펼치고 있는 부서다.
2005년 11월 10일자 사제인사를 통해 이성원 신부를 초대 담당으로 임명하며 처음 개설된 서울대교구 노인사목부는 단순한 노인복지 차원을 넘어 본격적인 노인 사목을 지향하며 여러 가지 활동들을 마련했다.
이성원 신부는 “평균 수명 연장으로 약 30여 년의 시간을 ‘노인’으로 살아야 함을 감안한다면 이 시기에 대한 재평가는 물론 각 본당별로 그에 맞는 적극적인 대처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며 “교육·문화·예술이라는 도구를 통해 각 노년기에 맞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노인사목부에서는 이같은 세부적 접근 방식을 적용해 노년층을 정년퇴직 이후의 젊은 노인(young-old), 조금 나이든 노인(middle-old), 나이가 많은 노인(old-old) 등 세 단계로 구분하고 그에 맞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특히 젊은 노인으로 구분되는 5~60대의 경우 본인 스스로 ‘노인’이라는 자각이 약할 정도로 외모는 물론 정신적·체력적인 면에서도 중년들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이들의 욕구를 파악하고 적절한 사회활동을 유지시켜 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노인사목부는 일반 본당에 개설돼 있는 노인대학과는 차별화된 가톨릭시니어아카데미 2년 과정을 개설하고 다양한 강좌 운영과 함께 두레 활동을 지원해 교육은 물론 문화·예술의 욕구도 충족시킴으로써 일석삼조의 효과를 누리고 있다.
내년 2월 첫 졸업생들을 배출하는 가톨릭시니어아카데미는 단순한 교육기관을 넘어 봉사자 양성기관의 역할도 톡톡히 한다. 아카데미 졸업생들은 졸업과 동시에 각 두레의 서포터즈로 참여해 재학생들을 돕거나 인스트럭터(강사) 과정을 거쳐 각 본당 노인대학의 두레 강사로 활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각 본당에 개설된 노인대학들을 노인사목부 차원에서 노인대학연합회를 조직함으로써 네트워크화 시키는 것은 물론 매년 한 번씩 노인의 날 경축행사를 갖는 등 본당-교구·교구-각 노인대학·노인대학-노인대학 등 다양한 형태의 유기적 관계를 형성해 효과적인 노인사목 방향을 제시한다.
이 밖에도 ‘노인대학 매뉴얼’ 발행을 통해 풍부한 현장 경험과 철저한 검증과정을 통한 노인사목 노하우를 전수하는가 하면 노인대학용 성경체득서 ‘성경73’발간으로 노년층이 성경을 알기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이신부는 “노인들이 단순히 수혜자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능력을 활용해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거나 기부 문화·자원봉사 문화 등의 주체로서 주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노인사목의 목표”라고 밝혔다.
이제 노인사목을 시작한 지 만 3년이 조금 넘은 이신부는 지난 8월 21일자 서울대교구 사제인사를 통해 종로본당 주임을 겸직하게 됐다. 노인문화의 메카라고 할 수 있는 종묘공원과의 연계성을 고려해 종교 내에서만이 아닌 대사회적인 노인사목으로의 발돋움을 꾀하기 위함이다.
이번 교구의 방침을 통해 실제 사목현장 가까이에서 노인들을 대하며 생각 속에만 있던 방법들을 시도하거나 각각의 반응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시켜 접목시킬 수도 있어 앞으로 더 발전된 노인사목이 기대될 전망이다.
이신부는 “처음 3년은 생소한 노인사목의 기초를 다지기 위해 노력하고 노인사목의 중요성을 알리는 데 중점을 뒀다면 앞으로는 진정한 의미의 노인복지를 실현하고 싶다”고 전했다.
고령화시대가 가속화되어가면서 ‘노인’의 의미도 바뀌어 가는 것과 동시에 단순히 인생을 정리하는 노년이기보다는 그동안 마음속에만 품고 있었던 꿈을 실현하거나 새로운 도전을 꿈꾸는 노년, 자신의 능력을 나누는 노년, 행복을 누리는 노년이 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회에서도 다방면으로 노력해 노인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만한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그들을 모이게 하고 움직이게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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