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만 더 있게 해주세요. 매 분, 매 초 나는 기도합니다. 한국에 머무르게 해주세요. 집으로 돌아간다면 저는 큰 절망에 빠질 것 같습니다.”
베투리나 캄바오(36)씨.
필리핀에서 온 그는 아픈 와중에서도 한국에 남기를 간절히 소망했다. 그는 현재 간경화, 부정맥과 고혈압, 갑상선기능 항진증, 십이지장궤양 등을 앓고 있으며 심장 판막 오른쪽에도 구멍이 생겨 피가 거꾸로 흐르는 증상을 가지고 있다.
2005년 동생들의 학비 마련을 위해 한국에 온 그에게도 ‘꿈’은 있었다. 자신도 필리핀에서 대학을 다니며 다른 학생들처럼 직장을 갖고, 결혼을 할 행복한 꿈을 꿨다고 했다.
하지만 자신처럼 심장질환으로 일찍 세상을 떠나신 부모님, 자신에게 오롯이 남겨진 7명의 동생들을 생각하며 그 꿈을 접어야만 했다. 결혼마저도 미뤘다.
한국에 와 컴퓨터 부품 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하루하루 열심히 일했다. 많지 않은 월급을 받으면서도 동생들을 생각해 돈을 부치고 필리핀에서 행복해할 가족을 떠올렸다.
하지만 꿈을 키워가던 그에게 시련은 성큼 찾아왔다. 심장이 빨리 뛰고 쉽게 피곤해지기 시작했다. 호흡마저도 곤란해지기 시작했을 때, 그는 보다 못한 주위 사람들의 권유로 병원을 찾았다. 치료를 받고 약으로 매일을 버티며 공장에서 일을 계속했지만 어느 날부터인가 작업도 불가능해져 버렸다.
병원에 입원해 지속적인 진찰과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그가 현재 기댈 곳은 어디에도 없다. 그는 우선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위원장 허윤진 신부)의 도움을 받아 보문동 베다니아의 집에 머무르고 있다.
바싹 마른 몸으로 간신히 일어나 앉은 그는 기자에게 아픈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괜찮다’ ‘일할 수 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큰 눈에 눈물이 가득 찼다.
“필리핀에는 일 없습니다. 돈 없습니다. 집 없습니다. 이것은 저와 동생들에게 ‘죽음’과 같습니다. 저를 일 년만 한국에 더 있게 해주세요. 열심히 일할게요. 네?”
※도움 주실 분 우리은행 1006-792-000001 농협 703-01-360421 (주)가톨릭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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