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 가까운 회의를 마치고 곧바로 이어진 인터뷰였지만 교구장 최덕기 주교는 오히려 출출할 시간까지 배려하며 언제나 그렇듯 온화한 미소로 기자들을 반겼다. 따뜻한 녹차 한잔으로 몸을 녹이며 수원교구의 2008년을 되돌아보는 것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신년 인터뷰는 12월 18일 오후 4시 교구청 교구장 접견실에서 한 시간 가량 진행됐다.
▶ 수원교구, 그리고 주교님의 지난 일 년을 되돌아보신다면?
- 제2차 바티칸공의회 사목헌장 첫 문장처럼 ‘희망과 기쁨 그리고 슬픔과 고통’이 교차한 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희망과 기쁨은 교구 역사상 처음으로 31명이라는 많은 새 사제가 탄생한 것과 10월 10일 이용훈 주교님께서 교황 베네딕토 16세로부터 부교구장으로 임명받으신 일입니다. 오랜 준비 끝에 3명의 선교 사제를 수단에 파견할 수 있었고 8월 말에 중국 하얼빈에 사제 한 명을 파견했습니다. 대리구제도가 잘 뿌리를 내려가면서 열매를 거두기 시작했음을 기뻐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가톨릭신문 수원교구가 발행한지 1주년을 맞으며 교구민으로부터 좋은 반향을 얻게 된 것이 기쁩니다. 교구민 전체가 교구와 대리구의 사목정책을 보다 더 잘 공유하고 ‘친교의 교회’, ‘함께하는 교회’, ‘평신도 교회’의 모습을 보다 잘 보여줄 수 있는 도구를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복음화국은 해외선교부를 신설했고 사회복음화국은 사회복지매뉴얼을 발간했습니다. 교구에 건설본부가 들어섰고 교정사목, 이주사목 활동도 활발했습니다.
슬픔과 고통도 있습니다. 경제 불황으로 우리 교우들도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남북 대화가 점점 경색되고 있는 것 역시 고통스럽습니다. 미산골프장 반대운동이 하루하루 숨 가쁘게 진행되었고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대통령이 새로 나올 때마다 복지국가를 약속하지만 정치후원금을 내는 것에 대해서는 100% 세금 감면을 해주면서 사회복지 후원은 10% 감면에 그치고 있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복지대상자들과 함께 고통을 받아야 합니다.
▶ 교구 설정 50주년이 이제 4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올해부터는 50주년을 뜻 깊게 보내기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교구장 주교님께서 전망하시는 수원교구의 2009년은 어떤 모습인지요.
- 교구민 전체가 교구 설정 50주년을 잘 준비해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기를 희망합니다. 교구 설정 50주년을 앞두고 교구의 분명한 비전을 세우고 공유할 수 있기를 바라며, 100주년을 향하여 나아갈 전망을 밝힐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50주년 준비 외에도 내년에 맞게 되는 여러 일이 있습니다. 내년은 안법고등학교가 100주년, 소화초등학교가 75주년, 수원가톨릭대학교가 25주년을 맞는 의미 있는 해입니다. 어려운 경제사정으로 쉬운 일이 아니겠지만 여주 부평리와 용인 대대리에 제2, 제3의 ‘생태마을’을 건설하고 조암에는 신부, 수녀님들의 부모님을 모시는 집을 짓고자 합니다. 외아들과 외동딸을 하느님께 봉헌하신 부모님의 노후를 누가 돌봐드려야 하겠습니까? 그런 고마운 분들을 교회가 마땅히 돌봐 드려야 한다고 봅니다.
▶ 소공동체 활성화와 청소년 신앙생활 활성화가 실천이 없는 속빈 강정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 소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교구는 프로그램을 잘 지원하고 피드백(feedback)을 잘 받으며 앞서 가는 본당 또는 소공동체를 소개해야 합니다. 대리구는 주입식 소공동체 교육에서 벗어나 교육대상이 참여할 수 있는 역동적인 방법을 연구해야 합니다. 각 소공동체는 특별히 이웃사랑실천(봉사활동)과 선교활동을 잘 하는 공동체로 성장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는 자선활동을 더욱 적극적으로 해야 할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믿지 않는 사람들도 봉사활동에 열심히 참여 하는 데 하물며 하느님을 믿는 우리가 봉사에 나서지 않는다면 그것은 입으로만 사랑을 외치는 것입니다. 청소년신앙생활 활성화를 위해서는 우선 사목자들과 수도자들이 초등부, 중·고등부 주일학교 운영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특별히 주일학교 교육이 효과적이기 위해 부모님 대상교육을 분기에 한 번씩 시켰으면 합니다. 또 각 본당마다 학생자치회를 구성하고 소년 레지오를 보다 많이 만들었으면 합니다. 나아가서는 모든 본당이 청소년자원봉사단을 발족하기를 희망합니다.
▶ 교구장님께서는 양적 팽창에 걸 맞는 질적 성숙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신 바 있습니다. 평신도들은 신앙 성숙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 우선 소공동체 모임을 꾸준히 해 나가고 말씀 및 생활나누기 그리고 ‘외침’지를 통해 신앙을 키워 주십사하는 것입니다. 또 바오로 해를 맞아 열리는 강연회와 세미나에 참석하고 하상신학원, 통신교리신학원 교육과 피정 프로그램에 등록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교구의 신심·활동단체에 가입해 활동하는 것도 권장합니다.
▲ 수원교구장 최덕기 주교는 “예수님의 말씀을 마음에 깊이 새기고 세상 한 가운데에서 새로운 삶의 자세를 보여주는 신앙인이 되길 바란다』면서 어려움과 고통도 이웃과 함께라면 기쁘게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바오로 서간을 필사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까지 필사를 마치셨는지요. 아울러 바오로 해 폐막까지 교구민들이 어떻게 바오로 사도를 본받고 배우는 노력을 해야 할지 당부 말씀 부탁드립니다.
- ‘바오로 해’를 맞아 교구는 주교부터 시작해서 신부님들 그리고 수도자, 평신도들이 바오로 사도의 행적이 많이 나오는 사도행전과 바오로 서간들을 필사하는 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현재 교구민 모두가 사도행전과 바오로 서간 필사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주교로서 당연히 필사를 같이 해야지요. 저는 지금 에페소서까지 필사를 했고 필리피서를 쓸 차례입니다. 교구 모든 신부님들과 수도자 그리고 교우 여러분은 바오로 해가 끝나는 2009년 6월 29일까지 사도행전과 바오로 서간을 필사하시기를 이 기회에 다시 한 번 권합니다.
바오로 해를 신자들이 아주 열심히, 뜻 깊게 보내는 것으로 알고 있고 또 매번 교구민들을 만날 때마다 느끼고 있습니다. 남은 기간도 바오로 해를 맞아 쏟아져 나온 바오로 서적들과 유인물을 읽고 인터넷을 통해 바오로 사도에 대한 모든 것을 섭렵할 수 있길 희망합니다.
▶ 새해를 맞는 이들 대부분이 보람찬 한 해를 위한 다짐으로 혹은 소망으로 ‘새해 화두’를 정하곤 합니다. 교구장님께서는 혹시 새해 화두를 생각해 놓으셨는지요. 교구민들에게 꼭 추천하고픈 새해 화두는 무엇인지요?
- ‘덜 잘 살기, 더불어 살기’ 운동을 생각해봤습니다. 성경을 보면 이스라엘 민족이 노예생활을 하며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닌 삶을 살게 되었을 때에 원인 규명을 합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당하게 된 이 처지는 자신들이 지은 죄 즉, 하느님을 섬기지 않고 다른 신들을 섬긴 죄의 결과라고 깨닫고 죄를 뉘우치며 메시아를 간절히 갈망하게 되었습니다.
전 세계가 지금 앓고 있는 두 가지 병, 즉 지구 온난화와 세계 경제 침체의 원인은 모두 ‘인간의 이기주의’라는 같은 뿌리에서 나온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도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알고 회개해야 합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굳게 믿고 철저히 그분의 뜻대로 살아가고자 할 때에 비로소 해결의 결말이 나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것을 나부터 시작해서 우리 가정, 우리 사회가 모두 실천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덜 잘 살기’는 현재에 만족할 줄 아는 생활, 에너지 사용 최소화, 즐거운 불편 운동이 될 수 있겠고, ‘더불어 살기’는 가족·이웃·자연과 함께 하는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삶입니다.
▶ 새해 덕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대한민국 국민이 맞는 2009년도가 경제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들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신앙인으로서 해야 할 일들이 무엇일까요? 첫째로 이럴 때일수록 차분히 자신의 본분에 성실한 사람이 되는 것이라 봅니다. ‘사람이 빵으로만 살지 않는다’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마음에 깊이 새기고 세상 한 가운데에서 새로운 삶의 자세를 보여주는 신앙인이 되었으면 합니다. 둘째로 우리가 어차피 통과해야 할 어려운 시기라면 서로서로 돕고 용기를 북돋아가면서 통과하는 지혜를 갖기 바랍니다. 어려움과 고통도 이웃과 함께라면 기쁘게 이겨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인터뷰 전문은 교구 인터넷신문(http://news.casuwon.or.kr)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