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교구 수리산성지(전담 차재훈 신부)가 한국관광공사(www.visitkorea. or.kr)의 2009년도 ‘추천! 1월 가볼만한 곳’에 선정됐다. 관광공사는 ‘소원성취명소’ 주제로 강원 삼척, 경북 울진 등 총 네 곳을 선정했으며 이중 수리산성지는 ‘병목골 깊은 계곡에서 만난 순교자’라는 부제로 꼭 찾아볼 명소에 이름을 올렸다.
‘추천! 가볼만한 곳’은 2004년부터 국내여행 인터넷 동호회와 지자체 추천을 통해 그 달의 가볼만한 곳을 선정하고, 주위의 볼거리·즐길거리·먹을거리 등을 소개하는 코너. 주로 관광명소나 지역 위주로 소개되는 ‘가볼만한 곳’에 교회 성당이나 성지가 선정된 것은 2004년 이 코너가 생긴 후 처음이다. 수리산성지는 경기도 안양시가 선정한 ‘안양 8경’ 중 5경이며, 수원교구의 바오로 해 전대사 지정 성지이기도 하다.
2009년 새해가 밝았다. 순교자의 숨결이 고스란히 담긴 옛 교우촌 수리산성지를 가족과 함께 찾아 묵상하며 새해 새 다짐을 봉헌하는 것도 좋겠다.
골짜기 모양이 병목처럼 잘록하게 좁다고 해 지금도 병목이라는 이름이 남아있는 수리산성지는 깊은 골짜기 때문에 천주교 박해시대 때 외부와 단절된 천혜의 피난처 구실을 해 왔다. 이 지역에 언제 교우촌이 형성되었는지는 분명치는 않다. 다만 최양업 신부의 부친 최경환(프란치스코) 성인 일가가 이곳에 이주하면서 교우촌으로 알려진 것으로 보인다.
성인은 당시 이곳 신자들과 담배를 재배하며 60여명의 신자들과 함께 신앙생활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기해박해(1839년)가 일어나 그해 7월 31일 최경환 성인 일가와 이 에메렌시오 등 40여명의 신자가 체포된다.
하루걸러 계속된 고문과 형벌로 온 몸이 만신창이가 되면서도 끝까지 배교를 거부한 최경환 성인은 9월 12일 35세의 나이로 순교하고 부인 이성례(마리아)도 1840년 순교한다. 최경환 성인의 유해는 둘째 아들 최의정 등이 수습해 노고산 근처에 가매장했다가 수리산으로 이장했으며, 복자품에 오른 1930년 5월에는 명동성당으로, 1967년에는 다시 절두산순교성지로 옮겨 안장되었다.
지난 해 9월 수리산성지에서 만난 소설가 한수산(요한 크리소스토모)씨는 ‘누구라도 잠시 들러 몸과 마음을 추스르며 쉴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이다. (소설 ‘아! 최양업’ 집필을 준비하며) 이곳을 찾은 게 벌써 수년 전인데 올 때마다 감회가 새롭다’고 전했다.
성지를 찾는 누구나 갖는 생각일 법 하다. 성지를 찾는 순례자들은 일 년 내내 끊이질 않는다. 새벽 일찍 산에 올랐다가 내려오는 길에 성당을 찾아 미사를 봉헌하는 신자들, 단체별로 옹기종기 모여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치는 모습을 언제나 볼 수 있다. 승용차 뿐 아니라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으로도 쉽게 찾을 수 있고 계곡과 숲을 동무삼아 걷기도 좋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고가 아래를 지나면 예수성심상과 더불어 성지가 눈앞에 들어온다. 오른쪽에는 ‘담배촌 기념관’이 계곡 건너 왼편에는 순례자를 위한 피정도 마련되고 식당으로도 사용되는 ‘성례 마리아의 집’이 자리하고 있다. 바뇌 성모상을 지나 계곡길을 50여m만 올라가면 성가정상과 함께 최경환 성인의 고택이 들어서 있다. 성당과 성지 사무실로 사용되는 고택은 아담한 황토집이다.
성모성월이나 순교자성월에는 고택 뒷 마당에서 야외미사도 봉헌된다. 고택에서 내려와 계곡을 건너 산을 오르면 최경환 성인 묘역이다. 지난 해 9월 성인 후손들이 기증한 유해가 묘역에 다시 안장되기도 했다. 묘역을 오르는 길은 조금 가파르지만 순교자들의 희생을 생각하며 십자가의 길을 바치기에는 더없이 좋다. 성인 묘역과 성모동굴을 이웃해 야외미사 터에 걸터 앉으면 150년 전 이곳에서 교우촌을 이루며 살아가던 선배 신앙인들의 기도 소리가 들려오는 듯 하다.
◈ 수리산성지 하루 도보성지순례
길 하나
안양역(또는 중앙성당)-안양9동(새마을)-병목안 삼거리-수리산성지
(이 코스는 안양역(또는 중앙성당)에서 시내를 지나 병목 안삼거리에 접어들어 수리산 계곡을 따라 성지까지 걸으며 선조들의 순교정신을 묵상하거나 묵주기도를 바치며 편안히 순례하기에 아주 좋다. 약 1시간 30분 소요)
길 둘
안양역(또는 중앙성당)-안양9동(새마을)-병목안 삼거리-수리산산림욕장-병목탑(우측방향)-구름다리-전망대-수리산성지
(첫 코스에서 계곡의 평 도로로 따라 걷지 않고 수리산산림욕장으로 들어와 산행을 시작하여 산의 8부 능선을 따라 걷는 순례길. 산세와 계곡을 내려다보며 아름다운 자연 묵상을 겸할 수 있는 순례코스. 2시간 30분 소요)
길 셋
안양역(또는 중앙성당)-안양9동(새마을)-병목안 삼거리-수리산산림욕장-병목탑(정면방향)-태을봉(수리산 정상)-수리산성지
(수리산 정상을 오른 후 성지로 직접 내려오는 코스. 시간과 노력이 제일 많이 드는 순례길이다. 수리산 정상을 오르는 성취감도 있고, 박해시기를 사신 성인께서 한양으로 순교자들의 시신을 거두시러 다니시던 밤길도 묵상하는 순례길. 3시간 소요)
■ 순례정보
- 홈페이지(www.surisan.org)
- 전화 031-449-2842
- 미사 : 매일 오전 11시(월요일 제외)
- 바오로 해 전대사 미사 : 화·토 오전 11시
- 대중교통 : 1호선 안양역 하차. 버스(10, 15, 15-2, 11-3) 병목안 삼거리 하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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