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님인 내가 레지오 회합에 출석하는 것을 보고 누군가 시각 장애를 지니고도 가능하냐고 묻는다. 97년에 입단했으니 벌써 10년을 훌쩍 넘겼는데 말이다.
80년대 초까지만 해도 누구보다 건강하고 멀쩡했었다. 막 결혼해서 딸도 하나 얻었는데 눈이 아프고 잘 보이지 않아 병원을 찾으니 포도막염이라는 병으로 시신경이 파괴되면서 시력을 잃게 되는 병이었다. 시력도 문제지만 안압(眼壓)이 45를 넘나들며 눈과 머리, 온몸에 퍼지는 통증이란 뭐라 말할 수 없는 고통이었다. 절망감에 세상을 포기하고 싶었고 모태신앙마저도 외면한 채 냉담했다. 세 살짜리 딸 때문에 겨우 버티고 있었는데 84년부터는 시력도 거의 남지 않게 되었다. 이런 절망 속에서 그래도 살아야한다고 89년부터 서울 맹인선교회에 나가 안마와 지압, 침술 공부를 시작했는데 이 때 큰 은총을 받았다.
맹인선교회에서는 장애 어린이시설 등으로 나가 실습과 봉사를 했는데 그 곳에서 어른은 물론 어린이들, 심지어 중복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보니 내가 겪고 있는 것은 그야말로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 처지는 오히려 감사하고 또 감사할 일이었다. 다시금 신앙생활을 시작하며 선교회 성모상 앞에서 매일 새벽마다 묵주기도를 봉헌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항상 합장을 하셨던 성모님의 양 팔이 흐릿하게 흔드시는 듯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위를 보지 말고 아래를 보라!”는 말씀이 들리면서 나 자신을 반성하며 크게 뉘우치게 되었다. 그러자 점차 통증이 사라지고 이후로 병원도 약도 필요 없이 지금까지 지내고 있다. 난 내 삶을 통해 두 가지를 배웠다.
첫 째는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묵주기도를 바치면 힘이 생기고 용기가 나 이겨낼 수 있다는 것, 둘째는 좋은 생각과 기쁜 생각을 하면 정말 좋고 기쁜 일만 일어난다는 것이다. 정말 그렇다.(이 글은 시각장애를 지닌 필자의 얘기를 받아 옮겨 적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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