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제 열정에 존경심 저절로
수단 방문 사제단은 첫날 룸백시에 도착 후, 선교사제들이 활동하는 아강그리알 선교지를 둘러보는 일주일간의 여정에 올랐다.
수단을 방문한 우리는 첫 날 룸백시에 위치한 여러 선교수도회와 시설들에서 외국인 선교사들과 수도자들을 만나면서 우리 선교사제들이 그동안 이들과 얼마나 우호적이면서도 절친한 관계를 위해 노력하였는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수도회를 방문하고 늦은 오후에 우리는 다시 비포장도로를 달려 룸백시에서 3시간 떨어진 우리 선교사제들의 선교지 아강그리알로 향하였다. 20여 년간의 내전을 겪다가 2005년 평화협정에 의해 겨우 정치적 안정을 되찾아가는 남수단은 사회 간접시설들이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다. 우리가 차로 달리고 있는, 2년 전에 새로 뚫렸다고 하는 이 비포장도로와 중간 중간에 위치한 작은 마을 앞에 오두막을 치고 약간의 음료수와 물건을 파는 상점들만이 이제 서서히 눈을 뜨고 기지개를 펴는 수단의 현실을 보여주었다.
길에는 간혹 소를 모는 목동 소년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 왔고, 큰 마을에 물을 길어 수 킬로를 걸어가는 여자들과 소녀들의 행렬을 마주칠 수 있었다. 우기가 막 끝난 시기라서 그런지 풀로 뒤덮인 평야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소와 염소들의 모습은 평화로운 시골 풍경을 연상케 했다.
아강그리알에 도착한 우리 일행은 그곳에서 기다리는 이승준 신부가 선교지 주민들과 함께 준비한 환영식에 도취되어 감동과 기쁨을 감출수가 없었다. 동네 사람들은 1년에 몇 번 입지 않는 알록달록 원색의 무늬가 밴 새 옷을 입고 우리를 맞았고, 특히 남자들은 용사의 힘을 뽐내듯이 씩씩한 전통춤으로 영화에서나 봄직한 그림을 연출하였다.
남수단에서도 남쪽에 위치한 이곳은 우리가 생각했듯이 우거진 수풀이나 풍부한 열대과일을 찾아 볼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끝없이 펼쳐지는 광야에 높은 산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고, 과일나무라고는 겨우 자그마한 열매를 높이 매달고 있는 망고나무 뿐이었다. 그러나 아직 문명의 혜택이 거의 없는 이곳 사람들에게서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인간미의 내음을 맡을 수가 있었다. 마치 새까맣게 물들인 것처럼 보이는 그들의 얼굴은 물이 부족하여 흙이 묻어 있을 지언정 다가와 정답게 인사하는 모습 속에서 각박한 세상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 모습과는 분명히 차이가 있었다.
우리가 아강그리알에서 선교사제들과 함께한 첫 번째 식사시간은 우리로 하여금 내내 미안한 마음을 갖게 했다. 비행기 수화물의 한정으로 겨우 얼마정도 싸가지고 간 반찬 몇 가지는 선교사제들의 식탁을 오랜만에 빛나게 했지만, 그동안 선교사제들이 아끼고 또 아꼈을, 한국에서 작년 4월에 컨테이너에 싣고 간 통조림 김치와 캔에 저장된 장조림을 축낸다는 것은 우리에게 황송한 대접거리였기 때문이다.
선교사제들과 우리들은 오랜 만에 만난 교구 사제로서의 형제애를 나누며, 저녁 내내 그동안 궁금했을 교구 소식을 전해주었고, 또 그들의 선교지 생활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며 이곳 오지에서 생활하는 선교사제들에게 한없는 존경심으로 격려를 하였다.
수단 후원계좌 : 신협 03227-12-004926 천주교 수원교구
수단선교위원회(http://cafe.da um.net/casuwonsudan)
-손창현 신부(교구 아프리카 수단선교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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