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해도에서의 나날들이 더해질수록 ‘소금’이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 것인지를 새록새록 체험하게 됐다. 어디에 내놔도 부족함이 없는 큰 선물, ‘소금’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하루하루를 기쁘게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소금이 하느님의 풍요로운 선물임을 깨닫는 데에는 여러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대한민국의 대부분 섬 공동체가 그러하듯 압해도에 거주하는 주민들도 어르신들이 대다수였다. 그러다보니 ‘우리가 다 늙어서 뭘 하겠는가?’라고 반문하는 어르신들의 의식을 바꾸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자식들 뒷바라지에 평생을 바친 가난한 어르신들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는 ‘생계’였다. 하루 종일 뱃일에 밭일에 시달리는 어르신들에게 소금을 만들어보자는 제안 자체가 죄스러웠다.
내가 직접 나설 수밖에 없었다. 어르신들을 모시고 염전으로 나가 바닷물을 길어 올렸고, 간수작업과 탈수작업에 매달렸다. 소금을 운반하기 위해 팔자에도 없던 지게차 운전까지 배웠다. 그저 무심히 바라보고만 있던 어르신들이 하나둘 손을 보태기 시작한 것은 그때부터였다. 젊은 신부가 정신없이 뛰는 게 안쓰러웠던지, 너도 나도 작업장으로 찾아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소금이 그냥 만들어지는 것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소금은 그 생성과정부터 하느님이 내려주신 커다란 선물이었다.
사실 압해도에 처음 발을 내디뎠을 때는 섬 곳곳 어디서든 물놀이를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압해도에는 해수욕장 하나 없고, 시커먼 갯벌만 가득할 뿐이었다. 육지의 지인들이 여름휴가를 맞아 압해도로 놀러온다고 하면 변명만 늘어놓아야 했다. 그런데 누가 알았을까? 그 시커먼 갯벌이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옥토이며, 이 또한 얼마나 위대한 하느님의 선물인지를….
갯벌은 위대했다. 그 안에 살아 숨 쉬는 미네랄과 유기산, 게르마늄 등 풍요로운 생명체들은 12단계를 거쳐 최종적으로 염판에 도달해 소금으로 형성됐다. 그러나 무작정 바닷물을 끌어 온다고 해서 소금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 바닷물이 적당한 염도에 도달하도록 각 단계마다 날씨를 살피고 정성을 쏟아야 한다. 마치 갓난아기를 보살피듯이 말이다. 햇빛과 바람도 도와줘야 한다. 그래서 천일염을 ‘햇볕과 바람과 사람이 손을 보태 일궈낸 인고의 새하얀 결정체’라 하지 않는가!
우리 공동체의 땀으로 일궈낸 소금은 그냥 그런 소금이 아니다. 세계 제일의 소금이라고 유명세를 떨치는 프랑스의 어떤 소금보다도 우수하고 뛰어난 품질을 자랑한다. 또한 소금 됫박 하나하나가 하느님의 손길이 묻어있는 창조와 노동의 합작품이다.
이젠 신자들에게 자신 있고 당당하게 말한다. 우리의 땀으로 일궈낸 소금은 당당히 우리가 누려야 할 행복이고, 우리의 몫이라고. 소금이 나올 수 있도록 하느님의 축복을 받은 압해도는 더 이상 신안군의 소외된 섬이 아닌, 기쁨과 행복의 터전이라고. 우리가 ‘소금’을 ‘소중한 금’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정대영 신부 (광주대교구 압해도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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