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어려움 있어도 주님 함께라면…”
여성가구주 증가…일자리는 대부분 비정규직
경제적 어려움에 자녀 양육 겹쳐 ‘산 넘어 산’
이중고 겪던 탁경화씨 신앙·봉사로 고난 극복
사회가 흔들리면 약자들은 더 아프다. 경기불황이 계속되면서 기업들의 구조조정으로 실업률이 증가하고 있는 요즘, 일차적인 구조조정 대상 중 하나로 여성이 대두되고 있다.
특히 이들 중에도 안팎으로 생계와 집안일까지 신경써야 하는 여성가장에게는 경제위기가 더 직접적으로 다가온다. 불안한 상황 속에서 여자 혼자 힘으로 세상과 맞서기에는 버거울 때가 많다.
그러나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은 있다. 주님은 절망 속에서도 꽃을 피우게 만드신다.
#. 사례 1
5년 전 이혼 후, 혼자 몸으로 자녀 둘을 키워낸 ㄱ(54·경기도 광주시)씨는 자신의 생활비 외에도 1년 전부터 전 남편과 함께 살고 있는 두 자녀들의 생활비와 용돈 일부까지 대고 있다. 전 남편의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공동부담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혼할 때 위자료 한 푼 받지 않았고 5년 동안 아이들을 키우느라 저축도 제대로 못했는데 다시 지출이 많아져서 생계를 꾸려 나가는데 어려움이 많습니다.”
ㄱ씨와 같이 여성 혼자서 가족들의 생계와 자녀들의 양육까지 책임져야 하는 가구가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의 디지털 간행물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이 발표한 ‘여성가구주 비율’에 따르면 여성가구주는 1980년 14.7%에서 2008년 22.1%로 점차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여성이 생계에 매달려야 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지만 여성의 고용률은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오랜 기간 경제활동을 하지 않았던 여성이 사별이나 이혼 등으로 가구주가 됐을 때 당장 구할 수 있는 직업은 통상 저임금·비숙련의 비정규직이다.
통계청이 지난해 조사한 성·근로형태별 취업자 조사에서 정규직은 남성이 936만6000명이었으나 여성은 673만7000명으로 1.3배의 차이를 보였다.
경제사정의 변화에 따라 여성가장 중 대부분이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한 달에 100만원이 안 되는 돈으로 한 가족이 생활하기에는 언제나 빠듯하다. ㄱ씨는 학원 강사로 경제사정이 조금 나은 편이지만 그렇다 해도 가족을 부양하는 경우에는 경제적으로 큰 부담을 떠안게 된다. 더욱 허리띠를 졸라매 보지만 대책이 없다.
경제적 어려움 외에도 경제활동과 양육까지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하는 여성가장들에게 자녀양육은 또 다른 과제다. 대개 경제활동을 하는 30~40대 여성들의 자녀들은 아직 어린데도 돌봐줄 사람이 없어 생활습관이나 학업 등이 제대로 자리 잡기가 어렵다. 또한 아이가 자주 바뀌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불안해하거나 탈선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중고의 절망 속에도 이겨내고자 하는 의지와 작은 것에도 감사하는 마음만 있다면 환경은 극복 가능한 대상이 된다.
#. 사례 2
식당일을 하면서 가족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탁경화 (마리아·53·서울 은평구)씨 또한 세대주다.
현재 29살인 아들이 중학생쯤 됐을 때 사업에 실패하고 집을 나간 남편은 행방불명 됐고 지금까지 연락이 없다. 주변에선 이혼신청을 하고 도움을 받으라고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오직 혼자 힘으로 아이들을 지금까지 키워냈다. 탁씨는 “그분이 저와 함께 계시다면 어떤 일도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고 말한다.
아이들을 키울 때도 대화를 통해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과 비교하고 실망하지 말라고 가르쳤다.
“아이들에게 꿈을 크게 가지지만 현실과 비교해서 상처입지는 말라고 항상 이야기 했어요. 우리보다 더 힘든 사람들도 있는데 지금 우리가 얼마나 행복한지 일러줬어요.”
지금은 아이들도 다 성장해 성인이 됐기 때문에 자신의 생활비와 용돈을 벌기 위해 식당일을 하고 있지만 몸은 피곤할지라도 탁씨는 자기 자신보다 어려운 이웃을 먼저 챙긴다. 나눔의 묵상회 회원으로 전국을 누볐다. 태안부터 서울역까지 나눔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달려갔다.
처음에는 본당 레지오 활동을 하면서 근처 아동청소년 보호시설에 목욕봉사를 했고, 5년 전 나눔의 묵상회 피정을 받은 후부터는 지금까지 매주 거르지 않고 노숙자 무료배식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몸은 힘들지만 힘든 가운데서도 이렇게 나눌 수 있다는 것에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나눔은 있어서 나누는 것이 아니라 없는 사람들이 더 쪼개서 나누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진설명
▲탁경화씨(앞줄 맨 왼쪽)와 나눔의 묵상회 회원들이 동절기 서울역 노숙자 순찰에 앞서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탁경화씨(오른쪽 사진)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봉사를 통해 신앙을 실천하는 이 시대의 진정한 부자다.
▲여성가구주 비율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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