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⑧]
돈이 뭐길래…
모두가 어렵습니다. 너도나도 지갑을 닫고 허리띠를 조입니다. 거리에선 활기를 찾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새해에는 우리 모두 부자가 되는 꿈을 꿔 봅니다. 가난과 비움에서 오는 깨달음의 풍성함을 몰라서 하는 말이 아닙니다. 진귀한 산삼(영성)이 깊은 산속(내면)에 있음을 몰라서 하는 말이 아닙니다. 재물이 없으면 당장 인간 존재 자체가 비참해 지기 때문입니다.
베드로 사도도 선박을 소유했습니다. 교회는 희망을 주어야 합니다. 저녁 기도를 위해선 초를 살 돈이 있어야 합니다. 이 땅의 모든 청년들이 보람 느끼며 일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땀 흘리며 일한 사람이 합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길 소망합니다.
“돈이 뭐길래….”
회사원 김대진(알폰소·35·서울 노원구)씨는 요즘 술자리를 피하고 있다. 친구들의 전화마저도 꺼려진다. 즐겨하던 수영도 끊었다. 부쩍 얇아진 지갑 탓에 지출을 최대한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경제적 어려움이 대인관계와 취미생활도 멈추게 한 것이다. “상여금과 성과급이 대폭 줄어, 생활비를 최소한으로 줄였습니다. 모두들 어렵기 때문에 참아야죠.”
경기도 안산의 한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김태진(미카엘·41)씨. “대량 감원사태로 직장인들 사이에 무기력증이 확산되고 있어요. 임원은 ‘임시직원’의 준 말이라는 자조 섞인 말이 떠돌고 선배들은 후배들에게 ‘적당한 때 그만 두라’는 말을 서슴지 않습니다. 신바람이 사라진 지 오래예요.”
월급봉투가 얄팍해지고 있다. 금융위기 한파로 은행, 공기업, 민간기업 등에서의 임금 동결 삭감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극심한 고용 위축과 이에 따른 청년 실업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일하고 싶어도 일하지 못하는 40~50대 가장들이 늘고 있다. 중산층 몰락도 가속화 되고 있다. 이는 빈곤층 숫자가 정상 범위 이상으로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가운데 ‘돈’과 ‘재물’에 대한 교회의 명확한 가르침이 사회에 전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재물은 영성에 방해가 된다’‘재물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영성이다’는 기존 접근이 아닌, 신의 선물인 재물의 올바른 사용에 대해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교회가 성실한 재화의 축적을 정당화할 때, 경제 또한 건강해 질 수 있고, 더 나아가 신앙이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는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이용훈 주교(수원교구 부교구장, 윤리신학)는 “인간 존재 회복을 위해선 경제적 어려움이 우선적으로 반드시 극복되어야 하며, 이는 황금만능주의와는 구별되는 교회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 주교는 또 “교회가 가난만을 강조하는 듯 보이지만 예수님도 부자들과도 친분을 유지하며 물적 도움도 받으셨다”고 말했다.
돈은 그 자체로 악이라거나, 가난은 무조건 선하다고 보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오류이고 편견이라는 것이다.
신자들의 고충을 일선에서 접하는 사목자들도 “많은 직장인들이 극심한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며 “건강하게 흘린 땀의 결실을 인정해 주는 사회 풍토, 그래서 그 재화를 다시 건전하고 올바른 일에 사용하는 것을 격려해 주는 풍토가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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