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들어서면서 한국 교회에 대리구 제도의 바람이 불기 시작하였다. 우리 수원 교구도 우리만의 대리구제도를 시작한지 벌써 2년이 넘었다. 성공 여부를 말하는 것도 분에 넘치고, 성공의 기준은 누구를 중심으로 보는 가에 따라 달라지기에 더더욱 말할 상황은 아니다. 수원 교구 대리구는 각자 특색이 있는데, 그 중 내가 속한 안산대리구의 안산2지구의 모습을 통해서 대리구와 교구의 미래를 바라보고 싶다.
2009년에는 대리구 전체가 함께 하기로 하고, 2008년은 안산대리구가 정한 ‘지구 중심 가정 성화의 해’였다. 안산2지구의 8개 본당 신부들은 대리구장 신부의 사목 방향을 어떻게 현실화시킬지를 함께 논의하였다. 지구 모임이나 연수 등을 통하여, 때로는 회의 시간에, 어떤 때는 밥상머리에서 이런 저런 생각을 이야기하며 가능성을 검토하였다. 여러 사제가 마음을 모아보니 참으로 많은 것이 제시되었다. 우연히 나온 생각일지라도 놓치지 않고 살을 붙여가며 준비한 후 총회장단을 비롯한 봉사자들과 대화 속에 풀어보기로 하였다. 처음엔 실현되기 어려우리라 여겼던 것도 하느님의 손길이 쉽게 느껴질 정도로 술술 잘 풀리었다.
성가정 운동 본부를 만들어 여러 일을 이루었다. 가장 큰 일은 안산1지구와 안산2지구가 함께 했던 성가정대회였다. 8천여 명의 신자들이 안산 호수공원에 모여 여러 본당의 청년들이 준비한 공연들과 이노주사, 에반젤리, 이주 노동자의 공연을 함께 즐겼다. 초대 가수였던 바다(비비안나)와 아버지의 공연, 그리고 그들의 신앙생활 이야기는 충분히 공감대를 이룰 수 있었다. 함께 했던 미사는 안산시민들에게 천주교의 일치된 힘을 보여주기에 충분하였고, 가정 체험담 발표는 가정을 성화시키고자 하는 열의를 갖게 만들어주었다. 교구장 주교님의 영상 메시지와 대리구장 신부의 격려사는 참여했던 신자들에게 커다란 힘이 되었으며, “따로 또 함께”라는 주제에 따라서 우리 가정이 따로 살아가면서도 함께하는 공동체임을 다시 새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한빛방송을 통해 방송한 것을 보니 모두가 연예인 뺨치는 것이었다.
가족 기차 성지 순례는 참으로 놀라운 일이었다. 8개 본당에서 모인 3천여 명의 신자들이 4대의 기차를 타고 배론 성지를 다녀왔다. 이동의 부담도 있었지만 잘 준비된 계획과 봉사자들의 열의는 아무런 사고 없이 모두가 즐거우면서도 가족을 깊이 느끼는 여행을 만들어 주었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추억의 하루였을 것이다.
함께 해서 좋은 것은 이번 기회에 해보자는 공감대 속에 청년엠티, 초등부 고학년 캠프, 중고등부 페스티발을 지구 공동으로 하였다. 각 담당 신부와 봉사자들의 열성적인 준비 덕에 우리 젊은이들이 가정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리라. 집 떠나면 고생인데…
이런 일련의 행사들은 우리 신자들이 대상이었다. 물론 외교인도 참여할 수 있고 더 나아가서는 유도하였다. 그러나 신자들이 중심에 있었고 교회 내적 행사였다. ‘우리끼리만 기쁨을 나눈다면 하느님께서 과연 기뻐하실까?’ 결국 우리는 대형사고(?)를 냈다. ‘노인 무료 급식소’를 개설하기로 하였다. 그것도 한 번에 두 개를! 여러 논의와 대리구장 신부의 격려 속에 감골 성당이 운영하는 ‘엠마우스’란 이름의 무료 급식소를, 그리고 지구 차원에서 만들어가는 ‘사랑 나눔’ 무료 급식소를 개설하였다.
전셋집을 구해 수리를 하고 축복식과 현판식을 하면서 차츰 관심을 끌고 지구 모든 본당에서 후원하면서 무료급식소는 꼴을 갖추어 갔다. 이제는 안산에서 가장 멋진 식당으로 자리매김하고, 올해에는 나라에서 운영비를 지원하여 준다. 물론 봉사는 우리 신자들의 몫이다.
이러한 일들이 어떻게 가능할까? 교회의 공동체적인 힘이 아닐까? 하나 된 공동체가 이룰 수 있는 힘. 봉사자들이 일치되었을 때, 특히 사제단이 일치가 되었을 때 나타나는 결과가 아닌가 싶다. 이 기회를 빌어 우리 지구 사제들에게 감사드린다.
일반적으로 교구도 대리구도 지구도 결국 각 본당과 그 본당에 속한 신자들의 행복을 지향한다고 생각한다. 대리구제도의 목적도 이와 같으리라.
대리구나 지구를 위한 행사가 아니라 각 본당 더 나아가서 신자 개인의 행복한 신앙생활을 바라볼 때에 더욱 더 발전하지 않을까. 우리 수원 교구는 희망이 있는 교구임을 함께 하는 사제들을 통하여 기쁘게 느껴본다. 수원 교구 사제단의 일치는 곧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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