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하나. 대전 오정동 대전교구 장애인사목부 보호작업시설 ‘느루’ 사무실. 휠체어에 탄 한 장애인이 문 밖에서 ‘신부님 문 좀 열어주세요’라고 외친다. 좁은 경사로는 전동휠체어에 의지해 겨우 올랐지만 사무실에 들어서려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30분 후 3층에서 열리는 기도모임에 참석하고자 시각장애인 서너 명이 계단을 오른다. 비장애인이라면 쉽게 오르겠지만 앞이 보이지 않는 그들에게는 너무나 힘겹다.
장면 둘. 대전 장애인사목부 지체장애인선교회 시몬 회장은 최근 담배를 끊었다. 큰 돈을 내놓을 수 없기에 금연으로 조금씩 모은 돈을 꼭 장애인사목부에 봉헌하고 싶다. 시각장애인선교회 회장은 100만원을 선뜻 내놓았다. 대전교구 어느 신부의 전 재산(통장 잔고)은 21만원. 그중 20만원을 장애인사목부에 보냈다.
장면 셋. 장애인사목 전담 나봉균 신부는 요즘 휴대폰 문자 보내기 바쁘다. 요즘 같은 불경기, 스스로 ‘돈 백만 보내주세요’라는 강도짓(?)이란다.
그런데 기꺼이 강도짓 당하는 이들이 많아 당분간 ‘나쁜 일’에서 손을 씻지 못할 것 같다. 대형 사고를 치고 강도짓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주님께서 ‘장애인을 위한 성당과 보금자리를 만들어라’라고 하셨기 때문이다.
나신부가 저지른 대형사고는 바로 장애인들을 위한 사목센터 건립. 사실 사고 칠 만 하다. 대전 사회사목국 건물 일부를 사용하는 장애인사목부 시설은 100여 명이 넘는 장애인이 이용하기에는 너무나 비좁고 열악하다.
공간이 부족해 요일을 정해 선교회별로 기도모임을 열지만 그마저도 10여 명이 겨우 들어갈 공간에 20명 인원이 비좁게 앉는 건 기본. 지하 성당과 3층 기도공간은 거동이 불편한 지체장애인이나 시각장애인이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들어올 수 없을 만큼 난코스다.
이런 상황에서 장애인들의 자활을 위한 작업시설이나 생활시설은 꿈도 꿀 수 없다.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외부에 장애인 공동생활시설을 마련했지만 나날이 들어가는 사목 대상 장애인들을 감당하기에는 벅차다.
‘장애인들이 쉽게 찾아 기도하고 생활하며 자활의 꿈을 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
주변 부동산을 집 드나들듯 하며 사목센터 건물을 찾아 나선 나신부에게 한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3층짜리 건물. 1, 2층은 채 완공되지 않아 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꾸미기에도 안성맞춤이었다. 3층은 독립생활을 꿈꾸는 장애인들의 그룹홈으로도 적당한 구조.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2층은 성당으로 사용해야겠다.’
나신부는 건물만 봐도 가슴이 뛰었다. 한데 막막했다. 건물 구입 비용만 14억원. 장애인사목부 여력으로는 너무 큰 돈이었다.
“장애인분들이 일주일 중 가장 기다리는 시간이 기도모임이고 미사입니다. 한두 시간씩 휠체어를 끌고 지팡이에 의지해 이곳을 찾는 분들입니다. 그 분들이 보다 편안하게 신앙생활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고 싶습니다.”
사목센터 건물 매입비 마련을 위한 장애인사목부의 ‘하늘열매 사업’은 1구좌(100만원) 또는 1구좌 미만의 자유로운 후원으로 동참이 가능하다.
※ 문의 042-637-1838 대전교구 장애인사목부
※ 후원계좌 농협 456-02-282276 나봉균
카리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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