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만남은 복음의 씨앗되고
몰타섬의 수령 푸블리우스는 바오로 일행을 불쌍히 여겨 인정을 베푼다.
그 때 마침 푸블리우스의 아버지가 열병과 이질에 걸려 누워있었는데 바오로가 기도와 안수를 통해 병을 고쳤다. (사도 28, 7~10)
‘푸블리우스’?
처음 듣는 생소한 이름이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성경에 자주 나오는 이름도 아니고 사도행전 28장 7절과 10절 사이에 그것도 아주 잠깐, 언급되는 인물이다.
그런데 이 생소한 이름의 푸블리우스가 몰타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유명하다. 나는 그가 몰타 원주민의 수령이었다가 초대 주교가 됐다는 사실에 한 번 놀랐고, 이 놀라운 기적이 바오로 사도의 힘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에 두 번 놀랐다.
푸블리우스가 초대 주교가 된 에피소드를 잠깐 소개하자면 이러하다. 로마로 압송되던 도중 풍랑을 만나 난파된 바오로 일행은 구사일생으로 몰타에서 목숨을 건진다. 그때가 A.D 60년경이다.
몰타 원주민들과 섬의 수령 푸블리우스는 바오로 일행을 불쌍히 여겨 인정을 베푼다. 그 때 마침 푸블리우스의 아버지가 열병과 이질에 걸려 누워있었는데 바오로가 기도와 안수를 통해 병을 고쳤다는 이야기다.(사도 28, 7~10)
이 기적을 통해 푸블리우스는 그리스도교로 개종했고 몰타의 초대 주교까지 오르게 됐다. 놀라울 따름이다.
발레타 버스 정류장에 내려 20분쯤 걸었을까. 멀리 성 푸블리우스 성당이 보인다. 성당 앞에는 그의 이름을 딴 광장까지 자리한다. 주위에는 사도 바오로와 초대 주교 푸블리우스의 동상이 서 있고, 광장에는 축제가 있을 예정인지 무대준비가 한창이다.
가톨릭이 국교인 몰타. 푸블리우스와 바오로의 짧은 만남이 몰타 땅 위에 그리스도교를 세울지 몰랐다. 목숨을 바치러 가던 길, 그곳에서조차 바오로는 ‘기쁜 소식’을 전하고 있었던 것이다. 푸블리우스의 동상을 바라보며 지금 내가 쫓고 있는 이 길이 사도가 목숨을 바치러 가던 ‘마지막 여정’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
몰타의 해가 뉘엿뉘엿 저물었다. 바다 건너로 보이는 섬 저쪽에서는 축포를 쏘며 축제가 한창이다. 유럽에서 건너온 여행객들이 제 몸보다 큰 가방을 둘러매고 바오로 사도 동상과 사진을 찍고 갔다.
몰타는 아름답다. 듣던 대로 유럽 최고의 휴양지다. 하지만 일과를 마치고도 나는 가방 생각에 좌불안석이다. 머나먼 타국, 몰타 땅에 입고 온 옷 하나와 여권, 카메라, 취재수첩만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보라.
공항에 전화를 하니 나의 가방은 역시나 소식이 없다. 애꿎은 공항에 기어코 불만을 털어놓고 만다. 하룻밤을 더 자고 나면 나는 이곳을 떠나 배를 타고, 야간열차를 타고 로마로 향해야 하는 것이다.
몰타에서 가방을 찾는 것을 포기한 나는 만약 가방을 찾게 되면 로마의 성 바오로 수도회로 가져다 달라는 부탁을 했다. 로마에서 내가 머물게 될 곳이다. 가방을 찾을 것이라는 조금 전까지의 확신은 오간데 없이 사라지고 나는 또 다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사진설명
▲성 푸블리우스 성당
▲성 푸블리우스 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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