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기도로 이 시대 등불되다
▨ 허상회 (사랑부문)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그 사랑의 하느님이 오늘까지 저를 이끌어 주셨습니다.”
7일 가톨릭 대상 사랑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허상회(베네딕토·74)씨는 수상 소감으로 ‘사랑’을 이야기 했다. 하지만 어린 시절은 사랑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그와 함께한 것은 사회의 냉혹한 무관심과 배고픔, 추위였다. “어린 시절 2~3일씩 물만 먹고 버틴 일도 있고, 추운 겨울 맨 몸으로 대합실에서 잠자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허씨는 고통을 딛고 일어섰다. 1950년대 말 소외된 청소년들을 위해 광주에서 직업소년원을 개원, 30여 년간 1000여명의 청소년들에게 희망을 선물했다. 또 90년대 초반부터는 노인 문제로 눈을 돌려, 지금까지 매일 500여 명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해 오고 있다.
사랑 실천의 힘이 어디에서 나왔느냐고 묻자 베드로의 첫째 편지 4장 8~9절이 돌아왔다. “무엇보다도 먼저 서로 한결같이 사랑하십시오. 사랑은 많은 죄를 덮어 줍니다. 불평하지 말고 서로 잘 대접하십시오.”
▨ 최순자 (사랑부문)
50년이 훨씬 넘은 이야기다. 첫 아이 임신 당시 열병으로 인해 아이와 함께 청각 장애인이 됐다. 하지만 장애는 사랑에 대한 열정까지 막진 못했다. 서예를 배워 작가가 됐고, 이제는 그 탈렌트 보따리를 노인들을 위해 아낌없이 풀어놓고 있다.
최순자(마리아·72)씨는 장애인이면서도 14년간 노인대학 등지에서 서예를 무료로 가르치는 등 봉사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전 한 번도 남을 가르친다고 생각해 본 일이 없습니다. 오히려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이제는 벗어나려 해도 그럴 수 없다. 정(情)으로 시작한 봉사가 이제 그 정 때문에 놓지 못하고 있다. 노인대학 봉사자 피정 등 각종 단체 봉사활동에도 남다른 열정을 보이고 있다. 봉사를 계속할 수 있게 한 그 신앙이 궁금했다. 그러자 최씨는 서예의 도(道)를 이야기했다.
“정신이 혼란하면 글씨도 함께 동요됩니다. 정신을 바로하지 않으면 글도 제대로 되지 않습니다. 늘 기도하는 마음으로 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 최민호 (특별상)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유도의 거인. 하지만 가톨릭대상 수상자 자리에는 작고 겸손한 청년이 앉아 있었다. 최민호(바오로·29)씨는 수상 소감을 묻는 말에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오직 어머니의 기도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4학년 이후 시간이 날 때마다 세례를 받기 위해 교리 공부를 했고, 지난 해에도 올림픽 출전 직전까지 태릉선수촌 옆 공릉동본당의 교리반에 들었다. 하지만 그 때마다 전지훈련과 해외 시합 등 여러 이유로 세례성사를 받지 못했다.
“뒤늦게야 영세를 하게 됐지만 늘 마음속에는 하느님이 함께 계심을 굳게 믿고 있었습니다. 특히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더욱 깊이 실감하게 됐고 여기까지 이끌어주신 하느님께 늘 감사의 기도를 바칩니다.”
최씨는 약속 하나를 했다. “기도 열심히 하고, 열심히 노력해서 3년 후 런던 올림픽에서도 좋은 성적으로 국민 모두에게 기쁨을 선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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