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 외신종합】
최근 교황청 기관지 ‘로세르바토레 로마노’지가 지난 50년간 여성 수도자의 지속적인 감소 현상을 놓고 서로 다른 주장을 다뤄 눈길을 끌었다.
이탈리아의 글라렛수도회 안젤로 파르딜라 신부는 저서 「수도회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에서 수도자 감소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많은 수도자들이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가르침을 오해하고 자신들의 정체성을 잘못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 증거로 엄격한 공동체 생활의 전통이 살아있는 관상수도회들을 제외하고는 공의회 이후에 모든 남녀 수도회 서원자들의 수가 급격하게 감소했음을 지적했다.
하지만 수도회 역사를 연구하는 지안카를로 로카 신부는 ‘로세르바토레 로마노’지에 기고한 글에서 파르딜라 신부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물질주의, 세속주의, 60년대 말의 반권위주의 운동과 가족 규모의 축소 등이 수도자 감소의 원인이 되었다는 점은 파르딜라 신부의 주장에 동의한다.
그러나 로카 신부는 “공의회가 주된 원인이 되었다는 주장은, 이미 공의회 개막 훨씬 이전인 30년대부터 수도자의 수가 감소했다는 점에서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가장 중요한 원인은 여성 해방이라고 말했다.
성심의 거룩한 일치 수녀회 소속으로 세계수도자장상연합회 상임위원인 캐롤 리건 수녀는 “수도자 감소의 원인은 공의회에 대한 오해로만 돌리는 것은 너무 안이한 해석”이라고 지적했다.
캐롤 수녀는 자기가 소속된 수녀회의 감소 현상은 이미 40년대 말에서 50년대, 즉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시작됐고, 여성운동의 발달과 그로 인한 여성의 사회적 선택권의 확대가 중요한 원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캐롤 수녀는 60년대 중반 이미 회원의 수가 반감됐지만 아프리카에서는 회원들의 수가 증가하기 시작했다며 “이제 우리 수도회의 지도력은 곧 남반구에 주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마에서 수도회 장상들을 위한 리더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크리스틴 앤더슨 수녀는 수도자들이 오늘날 자신들이 누구인지 모른다는 생각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은 하느님께 사로잡혀 있기에 수도생활을 하는 것”이라며 “그들은 하느님께 사로잡혔고 자기 삶 안에서 하느님을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앤더슨 수녀는 수도자들은 자신들이 누구인지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설명하기가 매우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오늘날의 수도자들은 엄청난 희망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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