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적인 기도 공동체로 변모
매월 ‘가정미사’에 평일미사 두배 인원 참석
가족도보 순례·성년식 등 다양한 이벤트 마련
‘성가정 미사’ 때는 가족 단위로 전례봉사 실시
지난 해 12월 27일 안양대리구청에서 열린 성가정 축복장 수여식에서 이름이 가장 많이 불린 본당은?
바로 의왕본당(주임 이재욱 신부)이다. 성가정축복장을 받은 9개 가정 중 5개 가정이 본당 가정. 과연 의왕본당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매월 둘째 주 목요일 저녁은 의왕본당이 정한 ‘가정미사’의 날이다.
‘초와 함께 자신을 봉헌한다’는 의미의 촛불 봉헌으로 시작되는 이 미사에는 평일미사의 두 배 인원이 참석한다. 매월 마지막 주일에는 ‘성가정 미사’가 봉헌된다. 가족 단위로 전례 봉사에 나서기 때문에, 성가정상이나 초를 들고 입장하는 가정이 있는가 하면 봉헌 바구니를 들고 봉사하는 가정, 보편지향기도와 독서를 맡는 가정도 있다. 가족 구성원이 두 명 뿐인 집이 있으면 소외받지 않도록 다른 가정과 함께 연합해 배정하기도 한다. 미사 후에는 주임 신부와 가족사진 촬영을 해 성당 로비에 전시도 한다. 처음 시도할 때는 어색했지만 지금은 너무도 자연스럽고 부러워할만한 풍경이 되었다.
그뿐 아니다. 평일 미사에 가족이 모두 참례했을 때는 은총적립통장 카드에 도장을 찍어주고 다달이 시상을 하며, 상품 역시 가족 모두가 함께 식사할 수 있도록 ‘가족 회식권’이 주어지기도 한다. 가정 미사에 참례한 신자들에게 장미꽃이나 성경 말씀을 매단 사탕, 초콜릿을 선사하기도 하고 미사 후 성당 마당에서 모든 신자들이 빈대떡을 부쳐 나눠 먹기도 한다. 매년 성년식(4월), 수리산성지 가족 도보 순례(5월), 떼제미사(6월)가 열리고 9월에는 수원 성지를 방문하는 등 각종 이벤트도 끊이지 않는다.
성가정운동을 어떻게 행동으로 옮겨야 할 지 막막한 공동체에 본당의 이러한 행보는 눈에 띌 만도 하다.
처음 시작했을 때는 여느 본당처럼 어려움도 있었다. 특히 초등부 주일학교의 경우 마지막 주일에 교리와 미사를 없애고 성가정미사가 신설된 것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미사에 나오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하는 염려도 있었다. 하지만 부모와 함께 미사에 나오는 어린이들이 늘어가고 어린이들을 통해 성가정 운동이 효과를 보는 결과를 낳았다. 비신자 가정의 어린이가 첫영성체를 하면서 가족을 입교 시킨 일도 한동안 큰 이슈가 됐다.
“우리 성당에서 성가정 운동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 것은 기획이 단계적으로 차근차근 이루어졌기 때문이라고 본다”는 본당 성가정팀장 강옥희(율리아나)씨는 “신앙공동체가 바로 서기 위해 가족 공동체가 튼튼해야 함을 늘 강조하신 주임신부님의 사목방향에 따라 가정 성화 운동에 주력해왔다”고 밝힌다. 또 “그전에는 아이 따로, 부모 따로 분위기였다면 이제는 가족적인 분위기, 가족적인 기도 공동체로 변모했음을 느낀다”고 전했다.
본당 성가정팀은 어려움에 처한 한 가정을 위하여 구역 소공동체가 힘을 합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는데 나서기도 했다. 윤현심(글라라)씨는 남편 주훈호(시몬)씨가 입원했을 때, 54일간 한 마음으로 기도해준 본당 식구들의 정성을 잊지 못한다.
“처음에는 구역, 반 식구들을 시작으로 집에서 모여 기도를 시작해주셨는데 기도하는 사람들이 늘어나 성당에서 54일 동안 묵주기도를 해 주셨어요. 간호하느라 본인도 없는 상태에 54일 동안 한결같은 마음으로 기도한다는 것이 말이 쉽지, 보통일이 아닌데 가족과 똑같은 마음으로 기도해 주는 신자들을 통해 많은 힘을 얻었어요,”
본당을 “모든 이들에게서 ‘오래된 가족’ 같은 냄새가 나는 곳”이라고 소개한 본당주임 이재욱 신부는 “성가정 운동을 실천하기 위해 신자들에게 올바른 이해와 기도하고 묵상하는 자세가 필요함을 이야기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이신부는 “바로 효과가 드러나지 않아도 기다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1년 동안 이런 방향으로 기도하고 활동한 것이 10년 후에는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 본다”며 “요즘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가정도 많고 어렵고 힘든 일도 많지만 좋은 생각, 좋은 이야기를 하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며 긍정의 힘을 강조했다.
사실 성가정운동의 효과는 이미 톡톡히 보고 있다. 이 운동을 통해 많은 수의 쉬는 신자들이 성당을 다시 찾았고, 선교에도 한 몫 하고 있다.
성당 안에는 커다란 아기 예수님 사진이 걸려있다. 2008년 동안 성가정 운동 활동사진 한 장 한 장이 모여서 이루어진 이 사진 하단에는 ‘실천하는 가정은 행복합니다’, ‘성가정을 이끄는 힘은 기도입니다’라는 2008, 2009 성가정운동의 구호가 소리 없이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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