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쓰다 버린 물건 주님의 도구로 태어나”
남편 자식 손주 뒷바라지 하며 산 60년
주님 체험 후 성월마다 작품 영감 얻어
1947년 충북 영동군 추풍령면 사부리 산 속 깊은 마을에 한 여자아이가 태어났다. 아이는 언제나 혼자 가마떼기를 메고 시오리 산길을 걸어 공소로 미사를 다녔다. “예수님, 성모님, 난 혼자니까 언제나 제 곁에 있어주셔야 해요.” 아이는 60년 동안 하느님을 불렀다. 하느님께서 드디어 응답을 주셨다. 기도 중에 영상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본 모습 대로 작품을 만들었다. 62세에 생애 첫 전시회를 열었다.
‘성월’을 주제로 한 생활 소품 공예 13점으로 전시회를 연 김숙자(62·세레나·인천 부평1동 본당)씨. 그는 이 모든 게 예수님과 성모님의 사랑 덕분이라고 말한다.
“저는 미술이나 공예를 한 번도 배워 본 적이 없어요. 평범한 주부로, 엄마로, 할머니로 살아온 제가 이렇게 전시회를 하게 된 건 오로지 예수님과 성모님의 사랑 때문입니다.”
남편과 자식 넷, 손주 다섯 명 뒷바라지를 하며 자신의 꿈은 잊고 살던 김씨가 작품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60세가 되던 해 예수 성심 성월(6월)의 어느 날부터였다.
“성체조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하느님의 음성이 들렸습니다. ‘나를 사랑하는 너의 마음이 내 마음에 흡족하니 너에게 영광을 보여 주겠다’고요. 그 때부터였습니다. 묵상 중에 여러가지 모습들이 떠오르기 시작했어요. “
평소 미술 분야에 관심이 많던 김씨는 자기가 기도 중에 본 모습들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그 중 하나가 로사리오성월(10월)을 기념해 만든 작품 ‘이 길을 알고 계십니까?’ 다. 묵상 중 하늘과 땅을 잇는 크고 빛나는 십자가 사이로 문이 열리는 것을 본 그는 묵주기도가 하느님, 성모님, 예수님, 성령을 따르는 순례의 길이라는 영감을 얻었다. 한지에 풀을 먹여 둥글게 뭉치고 장밋빛 물감으로 색을 칠해 묵주를 만들고, 그 길을 따라 걷는 순례자의 모습을 그렸다.
“2008년은 일년 내내 너무 들뜬 마음으로 살았습니다. 매달 성월 주제에 맞게 기도하고 묵상을 하다보면 묘한 영감이 떠올랐어요. 모든 게 척척 맞아 떨어졌습니다. 그루터기에서 햇순이 나듯, 남들이 버린 물건이 저에게는 주님의 사랑을 전하는 도구가 됐습니다.”
이유없이 탐이 나 시장에서 주워 온 옥수수 껍데기는 예수 성심 성월을 위해 만든 작품 ‘예수성심’의 둘레를 비추는 훌륭한 태양 빛이 됐다. 배론 성지에서 주워온 빨간 단풍잎은 위령성월(11월)을 위해 만든 작품의 지옥불의 느낌을 잘 표현했다. 이렇게 매 성월마다 만든 작품들을 하느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제대에 봉헌했다가 본당 주임 박성규 신부의 권유로 전시회까지 열게 됐다는 김씨.
“처음엔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받은 사랑을 여러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픈 마음에 전시를 준비하게 됐습니다. 작품 준비를 하면서 깨달은 게 있습니다. 고통은 하느님께서 내려주시는 축복이라는 것을요. 고통을 잘 참으면 그 뒤에 반드시 창조가 오고 큰 기쁨이 옵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작품을 만들어 여러 사람과 함께 묵상하고 싶다는 김씨는 더 이상 할머니도, 주부도 아니었다. 성령으로 충만한 예술가였다.
작품명: 김숙자 작 ‘위령성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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