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교구 한상호 신부(안양대리구장)와 손창현 신부(아프리카 수단선교위원회 위원장), 김종훈 신부(선교위원회 위원)는 교구가 2008년 4월 파견한 수단 선교사제들의 생활을 점검하고 향후 선교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지난 해 말 아프리카 수단을 방문하고 돌아왔다. 아프리카 수단에는 2008년 4월 교구가 첫 아프리카 선교사제로 파견한 김태호, 이승준, 한만삼 신부가 룸벡교구 선교지 아강그리알에서 활동 중이다.
올 초 한국으로 보내 온 수단 선교사제 한만삼 신부의 의약품 지원요청 편지와 더불어 미지의 땅 수단의 복음화를 위해 땀 흘리는 한국교회 사제들의 활동 모습과 수단 선교를 위한 교구 계획을 짚어보는 의미로 수단을 방문하고 돌아온 손창현 신부의 방문기를 싣는다.
■ 수단에서 온 편지
의약품 구입은 ‘하늘 별따기’
소외된 아이 위한 치료 시급
아이들 위한 의료 봉사는 복음화의 기초 작업
외상치료제 등 지원품 후원에 적극 동참 촉구
아프리카 수단 아강그리알에서 활동하고 있는 수원교구 한만삼 신부가 교구 복음화국장 문희종 신부에게 보내 온 편지를 요약했다.
복음화 이전의 세상. 메마르고 갈라진 이 수단 땅에 육화하시는 아기예수님께 경배를 드리며 성탄을 축하드립니다. 아울러 이미 시작된 한해도 주님의 은총으로 영육 간에 건강하시길 기도합니다.
수단 아강그리알에서 저희는 늘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곳 선교지에서의 성장과 전진도 수원교구의 지원과 배려와 연대와 협력에 달려있기에 저희들의 간곡한 청을 깊이 새겨주시기 바랍니다.
시급한 것은 의약품 문제입니다. 지난번 성 빈센트 병원에서 지원받은 의료물품과 약품으로 아강그리알에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일단 학교 어린이들의 외상치료 뿐 아니라 아이들에게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가르치고 있으니까요. 저희들이 무료로 봉사하고 치료해 주는 조건으로 (그 약값으로) ‘슈끄런 아부나’, ‘아빠더뻬이 아부나’라고 감사 인사를 하도록 가르쳤고 이젠 아이들끼리 서로 가르쳐 가며 꼭 감사인사를 하게끔 하고 있습니다. 다음세대 어린이들이 한 차원 더 복음화의 길로 다가가도록 이끄는 기초 작업이라고 생각됩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끔찍한 외상(곪을 대로 곪은 상처들)을 지켜보는 것만큼 가슴 아픈 일이 없습니다. 걱정하지 마실 것은 지금은 치료가 거의 없습니다. 아이들이 방학해서 다 집에 갔기 때문이죠. 저희들은 어린이들만 치료해 주고 있습니다.
어른들은 ‘빤아킴’(클리닉이라기 보다는 환자들을 위한 요양소 개념)에서 치료하도록 보내고 있습니다. 어른들에게까지 줄 약품도 없을 뿐더러 어른들은 소를 팔아서라도 돈을 내고 치료를 받아야겠지요. 저희들은 단지 치료에서 소외되는 어린이들을 우선적으로 치료해주거나 응급한 경우에 약을 나눠 주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그 약품들이 바닥을 드러내고 한계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살레시오회 이태석 신부님이나 데레사 선생님이 계실 때는 톤즈에서 얻어왔었는데. 이젠 톤즈클리닉도 문을 닫은 상태고 언제 다시 문을 열지 모릅니다. 그리고 케냐 나이로비에서 의약품을 사는 것도 하늘의 별따기 같은 일이고요.
저희들이 주로 필요한 약품은 외상치료용 약품류입니다. 베타딘, 하이드로겐(H2O2), 광범위 피부질환 치료제(세균성), 후시딘산 같은 연고제….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기초 의약품이죠. 우리나라에서는 약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데 여기에서는 쉽지 않습니다. 아이들 머리에 부스럼이랄까요.
버짐 같은 피부병이 많습니다. 무좀약 같은 세균성 약을 발라줘야 하는데, 약이 있어야지요. 조금이라도 좋으니 지원을 부탁드립니다. 아무쪼록 기쁜 소식 기다리겠습니다.
- 수단에서 한만삼 신부
※ 수원교구는 아프리카 수단 선교지 주민을 돕기 위한 후원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교구는 올 2월 지원물품을 담은 컨테이너를 수단에 보낼 예정이다. 교구 수단선교위원회 인터넷 카페
(http://cafe.daum.net/casuwonsudan)에 접속하면 선교사제들의 최근 활동 사진과 동영상을 볼 수 있다.
※ 필요한 약품 : 상처 드레싱에 필요한 것들(후시딘 종류, 소독제(병류 불가), 솜, 붕대, 상처 치료제 등), 종합비타민제
※ 문의 031-268-2210 수원교구 복음화국 해외선교위원회
※ 수원교구 수단선교 후원계좌 신협 03227-12-004926 천주교 수원교구
■ 손창현 신부가 전하는 수단 선교현장
신앙으로 희망 찾는 현지인 모습 ‘감동’
현지 전통 녹아 든 미사 전례로 주님의 수난·부활 기쁨 표출
힘든 환경서 사명감 갖고 일하는 선교사제들 적극 지원할 것
생소한 미지의 세계에 대한 설렘을 가슴에 안은 채 비행기 창문으로 간간히 눈에 들어오는 수풀과 그 사이로 넓게 펼쳐지는 광활하고 척박한 땅을 확인하며 남부 수단의 룸벡공항에 도착했다.
입국 사무소에는 이미 연락을 받은 한만삼 신부가 나와 있었다. 비포장도로를 달려 룸벡시에서 3시간 떨어진 선교지 아강그리알로 향했다. 20년 간의 내전을 겪다 2005년 평화협정에 의해 겨우 정치적 안정을 되찾아가는 남수단은 사회 간접시설들이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다. 2년 전에 새로 뚫렸다는 비포장도로와 중간 중간 위치한 오두막 상점만이 이제 서서히 기지개를 펴는 수단의 현실을 보여줬다.
우리 일행을 환영한 것은 이승준 신부와 현지 주민들. 주민들은 1년에 몇 번 입지 않는 알록달록 원색의 새 옷을 입고 우리를 맞았다. 남자들은 용사의 힘을 뽐내듯 씩씩한 전통춤으로 영화에서나 봄직한 그림을 연출했다. 문명의 혜택이 거의 없는 이곳 사람들에게서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인간미를 느낄 수 있었다. 마치 새까맣게 물들인 것처럼 보이는 그들의 얼굴. 물이 부족해 흙은 묻었을지언정 다가와 정답게 인사하는 모습 속에서 각박한 세상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 모습과는 분명히 차이가 있었다.
한국 선교사제들이 룸벡교구로부터 할당 받은 곳은 직경 40Km나 되는 넓은 지역이다. 룸벡교구가 직경 900Km이니 남한보다 넓은 지역을 30명의 선교사제가 사목을 하고 있는데, 한국 선교사제들의 관할 지역은 교구 전체에 비해 그나마 넓지 않은 셈이다. 선교사제들은 아강그리알을 중심으로 40여 개 공소를 사목하고 있다.
사목현장을 방문하며 주민들과 함께 봉헌한 주일미사는 특별했다. 제대 앞으로 입당하는 우리들의 선두에 서서 춤을 추며 인도하고 함께 기쁨의 소리와 몸짓을 하는 그들의 모습은 마치 예루살렘에 입성하는 그리스도를 연상케 했다.
화답과 성가 소리는 그들의 삶 안에서 배어 나오는 기쁨과 실생활의 힘겨움이 어우러져 마치 하나의 미사 중에 그리스도의 고통과 부활의 기쁨이 동시에 표출돼 나오는 듯 했다.
삶의 힘겨움 속에서도 더 나은 삶의 희망을 찾는 그들의 염원이 깃들어 있으리라.
콤보니선교수도회 소속인 룸벡교구장 마쫄라리(Caesar Mazzolari) 주교는 김종훈 신부가 미사 중에 현지 주민들과 함께 어울려 춤을 추는 모습을 보고 “저 신부는 그냥 여기에 두고 가!” 라고 말씀하시며 현지 선교사제의 부족을 은근히 내비치기도 했다.
아강그리알에서 룸벡시로 가는 중간에 위치한 쉐이벳에는 공소 건물을 중심으로 교구에서 운영하는 초등학교가 있다. 나무 밑에 긴 나무로 설치한 나무 의자와 교사를 위해 설치한 너덜너덜한 칠판이 우리가 상상하는 교실을 대신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주민들과 대화를 하는 중 그들은 우리에게 물, 교육, 의료가 가장 필요함을 역설했다.
우리는 현지에서 어려움을 극복하며 교회의 사명을 위해 투신하고 있는 그들에게 존경의 마음을 전하고 비행기에 올랐다. 교구 사제단 뿐 아니라 한국 교회의 많은 신자들이 그들을 잊지 않고 기도와 희생으로 그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약속을 남겨 둔 채….
손창현 신부(수원교구 아프리카 수단선교위원회 위원장)
사진설명
▲수단에서는 외상치료용 약품류를 쉽게 구할 수 없어 아이들이 의료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아프리카 수단 선교사제 한만삼 신부가 현지인과 함께하고 있다.
▲수단 선교사제 이승준 신부가 선교지 아강그리알에서 미사를 주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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