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먹는 자장면이 최고죠”
평소에는 자주 먹지도 않으면서도 군대만 가면 먹고 싶어지는 음식들이 있다. 초코파이와 초콜릿, 햄버거와 피자 등. 자장면도 단연 군인들이 꼽는 인기 만점 음식이다.
뭐든 부족하게만 느껴질 군인들에게 벌써 6년째 자장면을 선물하고 있는 ‘제이앤제인’유학원 대표 정홍원(미카엘·49·의정부 일산 마두동본당)씨를 만나봤다.
정씨는 2003년부터 매달 첫째 주에 경기도 일산에 위치한 육군 백마본당 장병들에게 자장면을 제공하고 있다.
“처음에는 이럴 생각이 아니었어요. 전방부대에 떡 같은 간식류를 보내려고 했는데 일이 커진 거죠.”
일이 커지게 된 데는 “전방부대도 좋지만 가까운 지역에 있는 군부대 본당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군종교구장 이기헌 주교의 조언 영향이 컸다.
“아는 분이 이주교님께 제 이야기를 하셨더라고요. 근데 주교님의 말씀을 전해 듣고 보니 맞는 말씀이잖아요.”
이후 정씨는 본격적으로 군부대 본당을 지원하기 위해 두 팔을 걷어붙였다. 간식메뉴도 떡에서 자장면으로 업그레이드시켰다. 저렴하기도 하고 만드는 사람의 정성이 듬뿍 들어가기 때문이다.
“장병들에게 물어보니 제일 좋아하는 음식 중에 하나가 자장면이더군요. 자장면을 좋아했던 제 군대시절도 떠오르고 해서 자장면으로 정하게 됐어요.”
정씨는 장병들에게 맛있는 자장면을 선물하고 싶어 마두동본당 신자 중 중국집을 운영하는 신자에게 특별히 부탁해 직접 자장면 만드는 법까지 배웠다. 하지만 아마추어 솜씨로 400~500명이나 되는 장병들을 다 감당할 수가 없어 전문 주방장을 고용한 적도 있었다.
“힘에 부치는지 다들 오래 못 버티더라고요. 사실 말이 쉽지 식욕이 왕성한 장정들에게 한 끼 식사를 제공하는 일이 보통 일은 아니거든요.”
지금은 전문 주방장은 없지만 자장면 봉사는 계속되고 있다. 아예 면을 뽑는 기계를 마련한 것. 좋은 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도와주는 일들이 모이게 마련인지 정씨의 노력에 감명받은 백마본당 정영재(안토니오) 중령이 도움을 줬다. 덕분에 정씨와 군부대 본당 신자들이 함께 준비한 반죽으로 맛있는 면을 뽑을 수 있게 됐다.
“저 혼자 힘으로는 지금까지 할 수 없었을 거예요. 제가 갈 때마다 도와주시는 군인 가족과 군 장병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생각해요.”
경기는 불황이지만 정씨의 자장면 배달은 불황이 없다. 배달지역도 경기도 일산에서부터 양주까지 광범위해졌다. 그의 자장면을 찾는 장병들도 700~800명으로 불어났다. 최근에는 백마부대에 있는 장교의 부탁으로 강원도 인제까지 봉사를 다녀왔다.
“장병들이 맛있게 먹고 더 달라고 찾아올 때 얼마나 큰 보람이 느껴지는지…. 저와 함께 봉사해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할 뿐이에요.”
오랜 봉사 때문인지 가끔은 직업군인으로도 오해받는다는 그는 “돈을 더 많이 벌어서 좀 더 많은 간식을 제공하라”는 주변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찾아가는 봉사를 고집한다.
“돈을 많이 벌 재주가 없으니 몸으로 해결하는 수밖에요. 바람이 있다면 면 뽑는 기계를 실고 다닐 트럭을 마련해서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 군부대뿐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곳에 가서 자장면을 선물해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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