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사들 얼굴보면 이유없이
걱정스럽고 격려하고 싶어
어머니 마음 닮았다 느껴져
주일 저녁과 토요일 저녁에는 신병 교육대에서 종교행사(미사)를 한다. 2주마다 한 번씩 새로이 신병들이 들어온다. 매번 신병들이 새롭게 들어오면 이번에는 또 어떤 이들이 들어왔을까? 하고 괜히 궁금하기도 하고 또 기대도 되고 설렌다.
이 대목에서 신병들의 얼굴은 군종신부의 마음을 자극하는 뭔가가 분명히 있는 것 같다. 아마도 그것은 새로운 만남에 대한 기대 혹은 기쁨!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혹은 그들을 따뜻이 맞이해 주고픈 어머니와도 같은 마음 내지 심정이다.
어떤 신병이 면담을 청한다. 어머니와 꼭 통화를 하고 싶단다. 내일이면 어머니 생신이신데, 안부전화를 꼭 드리고 싶어 한다. 집 떠나면 사내는 성인이 되고 효자가 되는가 보다. 잠시 통화를 하는데 금방 눈시울이 붉어진다.
“야! 이눔아, 지금 흘리는 눈물은, 얼라 눈물 아이다, 인자 흘리는 눈물은 싸나이 눈물이야! 니도 인제 철드는 기야!”
분명 군종신부의 일방적인 생각과 말이지만, 자식이 부모를 생각하고, 슬하를 떠난 가운데 흘리는 눈물은 분명 다른 것임에 틀림이 없다.
돌이켜 보면 군종 신부로 살아오면서 수산나 어머니(77세)의 사랑에 감사드리지 않을 수 없다. 어쩌면 어머니도 아들과 함께 10년째 군 생활 중(?)이시다.
1999년도 4월 군종신부로 발령을 받았다. 3사관학교 입교 당시 모친의 건강이 매우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폐결핵으로 병원에 입원하고 계셨던 것이다. 그 상황에서 군 사목을 위해 어머니 곁을 떠나려니 마음이 무거웠다.
그러던 어느 날 미사를 마치고 성당 마당에 나와 보니 멋진 차가 한 대 서 있었다. 전방에서 군 사목을 잘 하려면 튼튼한 차가 있어야 한다며 성당에서 반, 어머니가 반을 부담하여 마련해 주신 차였다.
순간 눈물이 펑펑 났다. 당신은 병중에 매우 고통스럽게 계시는데, 자식은 군 사목을 잘 하라고, 이렇게까지 애써 주심을 생각하니 어머니의 크신 사랑에 미안하고 죄송스런 마음에 나는 눈물이었고 철드는 눈물이었다.
군종신부들은 대체로 본당 여건이 어렵기에 식 복사를 둘 형편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밥이며, 빨래며, 청소며, 일상적인 생활에서 겪는 사소한 어려움이 많다. 특히 제 때에 끼니를 제대로 해결하며 사는 것이 쉽지 않은 형편이다. 정말이지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갓 지은 밥을 매 끼니 먹는 경우는 드물다.
나름 혼자서도 그럭저럭 잘 해 먹고 깔끔하게 살림을 하는 군종신부들도 있지만 대체로 먹고 사는 일이 고달프다. 어쩌면 지극히 개인적이고 인간적인 바람일지 모르지만, 군종신부 곁에 언제나 부모님들이 건강하게 함께 계셨으면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밥이 보약인지라, 같은 밥상에서 대화를 나누고 부모님의 사랑으로 힘을 얻는다면 더 군 사목을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여건이 어렵긴 하지만 자모이신 성(聖)교회의 군종신부들인지라 성모님에게서도 배우고, 예수님을 통해서도 배운 바, 언제나 어머니와도 같은 마음으로 병사들을 사랑하고 있으니 참으로 놀라운 신앙의 신비다.
정말이지 군종신부들은 군 사목을 함에 있어 어머니와 같은 마음으로 하나보다. 병사들 얼굴에 꿀을 발라놓은 것도 아닌데, 그들이 걱정스럽고, 그저 잘해 주고 싶고, 그냥 잘한다! 격려하고 싶고, 용기를 북돋아 주고 싶고, 힘내라! 말해 주고 싶다.
나에게 어머니는 어떤 분일까? 어머니는 영원한 사랑이고 신앙의 시작이신 분이다. 지금은 어머니께서 옆에 계셔 주시는 것만으로도 그저 감사하고 고마울 따름이다.
왜냐하면 날마다 세 끼니를 따뜻하게 새 밥으로, 된장찌개로, 정성에 정성으로, 사랑에 사랑으로 영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건강을 챙겨주시니 말이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임성호 신부(군종교구 비룡본당 주임)
군복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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