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말씀 그리고 싶다”
가족 생계 위해 강사로 일하면서도‘하느님’ 생각하며 붓 놓지 않았어요
“하느님은 최초의 또 최고의 창조자이십니다. 창작활동을 하는 예술가가 하느님을 모르고는 작업을 할 수 없지요.”
세계적인 명성을 쌓으며 프랑스에서 활동 중인 한미키(디나·62) 화백은 자신을 소개할 때 “캔버스에 하느님의 말씀을 그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이러한 이유로 선택한 작품 주인공은 ‘사람’. 하느님이 보시기에 아름다운 창조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작품은 다시 ‘사람’을 위한 봉사의 열매로 재탄생하고 있다.
한씨는 1월 한달여 간 열린 ‘2009 사랑의 열매와 함께하는 이웃사랑 기금 마련 고국 특별초대전’ 참가 차 한국을 찾았다. 소외된 이웃을 위해 작품 100점을 선뜻 기부해 펼친 전시회였다. 한씨의 선행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올해도 어김없이 장애인복지관을 찾아 미술치료 봉사를 이어갔다. 한국을 방문할 때면 빠짐없이 펼치는 활동이다.
“제가 진심으로 할 수 있는 일이 그림을 그리는 일이고, 이 일이 이웃들에게 위로가 되고 도움이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한씨는 지난해 프랑스 최고 현대화 전시회인 살롱 드 오 (Salon de Automne)에서 회화 부문 최고 점수를 얻어 프랑스 화단을 놀라게 했던 작가다. 이어 2008 그랑팔레 데생 국제전에서도 최고의 데시나트리스(데생 전문화가)라는 찬사를 받으며 전 세계가 열광하는 작가의 대열에 섰다.
그의 작품은 데생을 밑그림 정도로만 인식한 이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추상화에 가까울 정도로 독특한 구도와 절제된 채색이 돋보이고, 환갑을 넘긴 나이에 그린 작품이라고는 전혀 느끼지 못할 만큼 젊음의 활기가 묻어난다. 게다가 44세 늦깎이로 프랑스 유학을 떠나 이뤄낸 쾌거들이라 더욱 관심을 모은다.
한씨는 어린 시절부터 미술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지만, 미대 졸업 후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학원 강사로 일해왔다. 삶의 굴곡이 너무도 짙었던 그 시절, 하느님은 그가 붓을 놓지 않게 한 버팀목이었다.
한씨는 “영세 이후 수십년 간 이어온 새벽기도와 매일미사가 지금의 자신을 있게 만들었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하느님의 자비를 생각하면, 하느님을 부르기만 해도 감사의 눈물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그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성경책과 캔버스 사이에서 갈등한다. 성경을 한번 잡으면 자신도 모르게 대여섯 시간씩 읽어 내려가는 버릇도 있고, 반면 매순간 머릿속에서는 캔버스에 담고 싶은 형상들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한씨는 오늘도 성경을 내려놓기 무섭게 붓을 잡고 놓을 줄을 모른다. 그리고 그림을 그리는 시간은 하느님의 사랑을 담아내는 순간이라고 설명을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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